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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제발 인선 좀 하시라

고정애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를 서두르면 에어컨을 1분이라도 더 틀 수 있다”고 하면 웬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얘기만큼이나 논리적 근거가 있다.



 출발점은 한울(울진) 원전 4호기다. 이태 전 정기정비 도중 문제가 발견돼 수리에 들어갔고 이젠 마무리 단계다. 당초 재가동 목표는 이달 말이었는데 9일로 당겨졌다. 전력 피크기인 이달 둘째 주에 대비하기 위해서란다.



 한울 4호기의 용량은 100만㎾다. 피크기 예비전력이 -198만㎾라니(5월 말 추정) 가뭄에 단비 정도가 아니라 ‘호우(豪雨)여서 호우(好雨)’인 격이랄 수 있다.



 후텁지근한 게 가시는 듯한가. 아직 이르다.



 결정적 관문이 남아서다. 원전의 재가동은 원자력안전위의 의결 사항이다. 위원 9명 중 5명이 찬성해야 한다. 그런데 100일 넘도록 위원이 2명(위원장·상임위원)뿐이다. 4명의 추천권을 가진 국회가 게으름 부렸느냐고? 이번엔 아니다. 6월 중순 정했다.



 오히려 법정시한(6월 23일)을 넘긴 건 박 대통령이다. “위법 상태”라고 채근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여태껏 세 명의 이름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상 낙점 후 위원 위촉까지 2일, 위원회 소집에 7일 걸리는 걸 감안하면 9일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름철 ‘박(朴)-에어컨’ 이론 못지 않게 겨울철 ‘박-전열기’ 이론도 현실화할 수 있다.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으로 정지한 원전 3기의 부품 교체를 위해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100억원대의 발주를 해야 하는데 사장이 두 달째 없어 진행이 잘 안 돼서다. ‘신사임당’ 덕 본 분들이 줄줄이 잡혀가 감히 돈의 유혹을 느낄 사람이 있겠는가. 한수원 역사상 가장 청렴한 시기를 꼽으라면 딱 지금일 터인데도 그렇단다. 그곳을 잘 아는 A씨에게 물었다.



 -사정은 어떤가.



 “공기업은 대선 6개월 전부터 손을 놓은 상태다. 중요한 결정은 안 내린다고 보면 된다. 공백이 기약 없이 길어지는 거다.”



 -발주는 할 수 있지 않나.



 “당신이라면 할 수 있겠는가. 돈을 안 받은 사람들도 겁을 먹었다. 최종 서명하고 책임질 경영진이 있어야 한다.”



 당초 ‘10월 가동’이 목표였다는데 이젠 공란(空欄)인 듯하다.



 두 곳만 그런 게 아니다. 실상 너무 많아 탈이다. 공공기관과 정부위원회, 심지어 청와대 내부도 난리다. 박 대통령에게 “제때 인사하라”던 요청이 이젠 “제발 좀 하라”는 간청으로 바뀐 지 오래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어도 좋으니 서둘러만 다오” 라고 한다.



 청와대 인사라인은 바쁘다고 한다. “물밑에선 활발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최근 박 대통령에게 공공기관장 수십 명의 명단이 올라갔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물 위로 튀어오르는 이름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박 대통령과 일했던 새누리당 K의 얘기다. “선대위 구성이 늦어져 다들 걱정했다. 한 인사가 물었더니 대통령이 ‘인사는 제가 하는 건데요… 실무진 인사 아닌가요?’라고 했단다. 아무리 작은 자리도 직접 다 챙긴다는 뜻이다.”



 지금도 그런 모양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고단하고 인사권 없는 장·차관과 수석은 코가 빠질 수밖에 없다. 해당 조직은 누구에게 충성해야 할지 몰라 눈만 굴리고, 자리를 노린 이들은 드잡이하고 그 사이 조직은 엉망이 되어가고 말이다. 결국 국민이 손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들려주고 싶은 비유다. 한 공무원이 전·현 정부를 골프에 빗대서 한 말이다. “이명박정부는 거리가 엄청 나는 데 방향이 좀 그래서 양파(홀당 기준타수의 2배를 치는 잘못)가 났다. 박근혜정부는 방향은 맞는 듯한데 영 거리가 안 난다. 그래도 양파다.” 제발 인선 좀 하시라.



고정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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