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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사업 자문료 등 공무원 '우회 접대'도 힘들어져

#1. 서울 금천경찰서 경찰관 윤모(48)씨는 2009~2010년 세 차례에 걸쳐 관내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성접대를 받았다. 145만원어치의 술값은 업주가 냈다. 검찰은 “유흥주점을 단속하는 윤씨가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업주들로부터 향응을 받았다”며 뇌물수수 혐의로 윤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우진)는 2011년 9월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들 간 술자리로 볼 여지가 있고 대가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 이종상(62) 전 한국토지공사 사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2009년 경기도 하남 위례신도시 개발지구 철거 사업을 맡기는 조건으로 철거업체 사장 신모(71)씨로부터 상품권 1000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퇴임 후 2년 동안 공사 직원들에게 청탁을 해주는 명목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이 전 사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신씨가 ‘대가를 청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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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껏 경찰관 윤씨와 토공 전 사장 이씨처럼 공직자가 금품을 받았더라도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사법처리를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예외 없이 처벌 대상이 될 전망이다. 30일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 직무 관련성·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하는 내용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일명 김영란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다. 법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직무 관련성·대가성 모두를 뇌물죄 요건으로 따져 유·무죄를 가려왔다”며 “뇌물죄를 좀 더 폭넓게 인정하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뇌물수수 공무원에겐 형법 129조(뇌물죄)가 적용됐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황운하 경찰수사연수원장은 “뇌물죄 수사를 할 때 가장 힘든 게 형법 129조가 규정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심증·정황 증거는 충분한데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부인할 경우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법원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해당 공무원이 “평소 친분에 따라 돈을 받았다”거나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고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해 왔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도입되면 공무원의 뇌물 혐의는 이전보다 훨씬 폭넓게 인정되고 처벌도 무거워진다.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 관련성만 인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직무 관련성·대가성을 모두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받은 액수의 2~5배 되는 과태료를 물리고 징계토록 했다. ‘우회 접대’도 힘들어진다. 직무 관련 외부활동을 금지토록 했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민간조합 연구과제를 정부 과제로 선정해 64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도록 해주고 사업 자문료 명목으로 70차례에 걸쳐 1500여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산자부(현 지식경제부) 서기관 같은 경우도 사라질 전망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조진호 위원장은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 여부에 관계없이 공직자가 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래야 공직사회가 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행정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초안보다 완화된 것 같아 다행”이라면서도 “김영란법으로 공직사회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원안에 비해 ‘반쪽 처벌’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입법예고안보다 형사처벌 범위가 줄어들어 실효성이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직무 관련성·대가성=뇌물죄에서 ▶공무원법상 관련 직무를 맡거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직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 등에서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돼 편의를 봐주고 금품 등 이익을 얻을 경우 대가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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