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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베테랑'에 경의 표하는 미국인이 부러운 이유

정원엽
정치국제부문기자
28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동부를 종단하던 한국인 국가유공자 1급 중(重)상이용사회 ‘희망의 핸드사이클팀’(단장 박상근)이 메릴랜드주 보위마을의 가파른 오르막을 넘었다. 이들은 미국의 6·25전쟁 참전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핸드사이클로 6박7일간 미국 동부 종단에 나섰다. 지난 22일 유엔본부를 출발해 정전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워싱턴을 거쳐 종단코스의 막바지에 이르렀던 차였다. 이들이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작은 건물 옆 주차장에 핸드사이클을 세우자 상점 안에서 40대 백인 남성이 나와 무슨 행사인지 물었다.



 일행이 “6·25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미국과 유엔군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미국 동부를 종단 중”이라고 답했다. “대단하다”는 말을 연발하던 그는 가게에서 꼬깃꼬깃 뭉친 현금 500달러를 가져와 “당신들의 용기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며 건넸다. 조그만 매트리스 가게 주인인 미국인 케빈 랠리의 행동에 상이용사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상이용사들이 530㎞나 되는 길을 핸드사이클로 완주할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미국 시민들의 응원과 참여였다. 상이용사 노병들은 가는 곳마다 ‘베테랑’으로 불리며 찬사를 받았다. 지난 21일 뉴욕 유엔본부를 출발할 땐 경찰관들이 스스로 에스코트에 나섰고, 27일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정전 60주년 행사장에선 VIP 자리에 초대됐다. 백악관 경호팀도 보안검색 순서를 앞당겨 주며 이들을 예우했다. 행사 내내 미국 시민들은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존경심을 보였다. 종주를 마친 28일에도 에드워드 차우 메릴랜드주 보훈장관이 이들을 기다렸다.



 반면 현지에 주재하거나 60주년 행사차 미국을 찾았던 우리나라 관계자들은 대조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특사로 미국에 온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과 군 고위장성들은 악수 한 번 청하지 않았다. “격려를 해 달라”는 말에도 “경호상 어렵다”는 말이 전부였다. 특히 주미대사관이나 영사관은 특사단 일행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상이용사회는 백악관 앞에서 감사편지 낭독행사를 하려 했다. 도로 사용 허가가 있어야 했다. 주미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도움을 청하자 “공문을 보내라”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대부분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상이용사들이 직접 나선 뒤 해결됐다. 이런 상황은 행사 내내 반복됐다.



 상이용사들은 “우리나라에선 전쟁 참전용사나 상이군경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거나 관심을 가질 경우엔 ‘보수꼴통’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씁쓸해했다. 미국의 정전 60주년 캐치프레이즈인 ‘기억되는 영웅들’처럼 우리도 이젠 이들을 영웅으로 기억해야 한다. 노병들의 희망 레이스가 계속될 수 있도록 말이다.



정원엽 정치국제부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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