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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정당공천제 폐지 명분은 좋아도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의원(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을 뿐 아니라 얼마 전 민주당은 당원 투표를 거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단을 막자는 게 명분이다. 뭐 취지야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정당공천제 폐지는 장점 못지않게 부작용도 큰 사안이다. 그래서 요즘 정당공천 폐지가 일방적으로 정치 개혁의 상징처럼 통용되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당혹스럽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없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유권자들은 도대체 뭘 보고 기초단체장(시·군·구청장)이나 기초 의원(시·군·구의원) 후보를 찍어야 하나. 인물을 보고 뽑으라고? 원 참.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렇다고 아무런 검증도 안 된 장밋빛 공약으로 도배질된 선거 공보만 열심히 뒤적거려서 한 명을 고른다? 그것도 영 찝찝하다. 게다가 지방선거에서 뽑을 사람은 왜 이리 많나.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교육감·교육위원 등 후보 종류만 무려 여섯 가지(광역·기초 비례대표는 제외)다. 광역단체장·광역의원은 당을 보고 찍는다 치자. 그래도 정당공천이 없는 나머지 네 종류의 투표는 후보들만 20~30명이 넘을 거다. 먹고사는 것도 빠듯한 유권자들이 언제 시간을 내서 이들을 일일이 연구한 다음 후보를 고른단 말인가. 이런 건 선거가 아니라 로또에 가깝다. 공천제가 문제가 많다지만, 민주주의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리고 정당공천이 그렇게 문제면 다 없애야지 왜 광역선거는 그대로 두고 기초선거만 없앤다는 건지도 이해가 안 된다. 서울시장 선거와 구청장 선거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선거인가? 또 헌재는 2003년 ‘기초선거 후보자의 정당 표방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래서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거다. 그런데 다시 정당공천 금지로 돌아가면 위헌 시비가 일지 않을까. 실제 많은 전문가가 그런 우려를 하고 있다.



 정당공천제가 없어지더라도 상당수 기초선거 후보들은 어떤 형태로든 정당과의 끈을 부각할 게 뻔하다. 선거 공보에 특정 정당 활동 경력을 표시하든가, 아니면 대놓고 “당선되면 ○○당에 입당하겠다”는 식으로 공약을 내걸 수도 있다. 이미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 개입을 금지하고 있어도 실제론 여야의 간접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당공천이 사라지면 “견제 장치가 없어진 지자체에서 공무원들의 입김이 거세질 것”(경희대 임성호 교수)이란 지적도 있다.



 정당공천에 문제가 많다면 공천제를 손질하는 게 먼저지, 아예 정당공천을 없애겠다는 건 자칫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나쁜 ‘정당 정치’도 ‘무정당 정치’보단 나은 법이다.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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