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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전두환엔 전두환 식인가

권석천
논설위원
누구도 이들을 편들어주지 않는다. 이 가족에 관한 법이 국회에서 97.4%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대규모 압수수색과 압류에 이어 친인척·측근 40여 명의 출국이 금지됐다. 외로운 섬처럼 포위된 일가(一家)의 가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는 8년간 한국 대통령이었다. 5월 광주를 밟고 권좌에 오른 그의 집권기간 중 숱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꿈과 자유를 차압당했다. ‘전두환 추징법’은 법을 무너뜨린 그의 자업자득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 광경을 지켜보는 마음이 개운치만은 않다.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 몰수 특례법)을 손질하던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6월 25일) 속기록을 보자. 의원들이 “법무부의 법 개정 보고서를 회수해가라”며 이런 대화를 나눈다.



 “지금 실명을 써놨는데 이 법 통과돼도 특정인을 겨냥한 위인설법(爲人設法)으로 다 위헌 납니다.”(민주당 박범계) “이것이 위인설법 맞지, 뭐.”(새누리당 권성동) “그래도 법무부가 이렇게 문서로 해놓으면….”(박범계)



 실제 법조문에선 전 전 대통령 일가를 향한 ‘국민 감정’이 느껴진다. 추징시효 연장과 함께 ‘불법 재산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별도 절차 없이 가족 등에게서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로 비자금을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검찰에 쥐어줬다. 나아가 “자료 제공 요청에 대해 해당 기관은 다른 법률을 근거로 거부할 수 없다”(제9조의 3 제2항)고 못 박았다.



 이 법을 근거로 검사 8명과 수사관 20명이 전방위 조사를 펼치고 있다. 일가와 관련된 업체, 부동산, 대여금고, 해외계좌…. 문제는 돈에 꼬리표가 없다는 점이다. 언제 어떻게 비자금이 들어갔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서초동 법조타운엔 정처 없는 말들이 떠돌고 있다.



 “추징금 판결이 확정된 게 1997년이에요. 16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과연 자료와 증거가 남아 있을지….” (검사 출신 변호사)



 “결국은 법원의 부담이죠. 가족들이 검찰 추징에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을 해야 합니다. 비자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가정해보세요. 여론이 가만 있겠습니까.” (중견 판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자녀의 탈세·횡령 혐의로 연희동을 압박해 추징금을 토해내게 만드는 것이다. 검찰도 본격 수사로 전환하기 전에 자진 납부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어차피 출처가 불분명하다면 비자금일 가능성이 큰데 전 전 대통령에게서 추징하든, 가족에게서 추징하든 그게 그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추징금 집행과 가족의 비리는 엄연히 별개인데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이다. “검찰은 목표로 삼은 부분만 도려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대를 이뤄왔던 우리 사회가 이번만 예외로 하고 넘어가면 되는 건지 의문이다.



 “백담사도 가고 감옥도 갔다 왔다. 집사람이 추징금 대납도 했다. 그런데 또 압수수색이라니….” 전 전 대통령이 했다는 하소연이다. 그가 과도한 법 집행인 양 말할 수 있는 건 과거 정부와 검찰이 제대로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하는 건 그래서다. 당시엔 추적 권한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때 왜 법 고칠 생각을 못한 것인가. 지금은 또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에게도, 검찰에도 마지막 기회다. 끝까지 버티려는 그의 모습이 당혹스럽다. 반드시 검찰의 추징금 집행이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다만 미납 추징금 1672억원 못지않게 그 돈을 확보하는 과정도 중요함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일궈온 법과 원칙에 따라 차분하지만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 그에게도 법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법 대신 주먹이 춤추던 전두환 시대를 진정으로 극복하고 청산하는 길이다. ‘눈에는 눈’이고 ‘전두환엔 전두환 식’이라면 그에게 지고 마는 것 아닌가.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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