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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두뇌에 '가짜 기억' 이식 성공

우리 머릿속 기억은 현실 그대로일까, '가짜 기억'을 뇌에 옮겨 심을 수 있을까, 미·일 연구팀이 SF영화에 나오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 광(光)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쥐의 뇌에 인위적으로 조작한 기억을 심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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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연구팀 '사이언스' 발표
유전자 조작해 뇌 활동 제어
"인간은 인지 성찰하는 기억
자극에 반응하는 쥐와 달라"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토탈리콜(Total Recall)’은 ‘가짜 기억(false memory)’에 대한 영화다. 2084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주인공(콜린 퍼렐 분)은 가상 체험을 위한 가짜 기억을 주입하려다 사고를 당한다. 그 뒤 의문의 사건들이 이어지자 주인공은 자신이 현실 속에 있는지 혹은 심어진 기억 속에서 헤매고 있는지 혼란에 빠진다.



 SF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현실 속에서 비슷한 실험이 재현됐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미국 MIT가 공동 설립한 신경회로유전학센터 연구진은 쥐의 해마(海馬·뇌에서 학습과 기억 등을 담당하는 부분)에 가짜 기억을 심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쉽게 말해 쥐가 실제와는 다른 기억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198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탄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 교수가 연구를 이끌었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이 소개됐다.



 연구진은 광(光)유전학을 이용해 가짜 기억을 만들었다. 유전자를 조작해 빛에 반응하는 신경세포를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해 뇌의 활동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생후 8~14주 된 유전자 조작 쥐와 크기·재질이 다른 상자 여러 개를 준비한 뒤 먼저 쥐를 아무런 장치가 없는 상자A에 넣고 환경을 기억하도록 했다. 다음 이 쥐를 꺼내 바닥에 금속판이 깔린 상자B에 넣고 전기를 흘려 쇼크를 줬다. 이때 쥐의 뇌에 삽입한 광섬유로 레이저를 쏘아 상자A의 기억이 저장된 세포를 활성화시켰다. 쥐가 상자B에서 받은 고통을 상자A에서 있었던 일로 기억하게 한 것이다.



 뇌의 기억은 몸의 반응으로 이어졌다. 상자B에서 쥐를 꺼내 안전한 곳에 뒀다 다시 상자A에 넣자, 쥐는 활동이 급격히 둔해졌다. 이곳에서 전기쇼크를 받았다는 가짜 기억으로 공포에 질린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실험 결과에 대해 “인간이 어떻게, 그리고 왜 잘못된 기억을 갖게 되는지 알게 해준다”고 밝혔다. 인간의 기억은 기억저장세포(engram-bearing cell)라고 불리는 뉴런들 속에 저장된다. 어떤 사건을 기억하려 하면 이 세포들로부터 레고블록을 쌓듯 정보의 조각들이 재조립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 외부 환경이 개입하면 그 조합이 뒤틀리고 왜곡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논문의 제1저자 스티브 라미레즈 연구원은 “기억은 우리가 경험한 세상의 복사판(carbon copy)이 아니라 재조합일 뿐”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에서 처음 DNA 분석을 통해 무죄가 입증된 사람 250명 가운데 약 4분의 3이 목격자의 ‘잘못된 기억’ 탓에 범인으로 몰린 이들이었다.



 인간의 기억이 불완전하고 조작될 수 있다면 영화 ‘토탈리콜’ 속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이창준 신경과학연구단장은 “도네가와 교수의 연구가 맞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먼 훗날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은 실제 경험한 여러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험하지 않은 기억을 이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영화가 현실이 되려면 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를 통째로 바꾼 뒤에도 기억이 재생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험을 통해 나타난 쥐의 기억과 인간의 기억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관수(과학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인간의 기억은 인지하고 성찰하는 기억이다. 자극에 반응하는 ‘생화학적 기억’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간의 기억은 그런 생화학적 기억이 여러 계층으로 겹치고 연결돼 만들어진다고 보는 견해가 많지만 아직 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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