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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크루즈선 화물부두에 대고 바가지 쇼핑만 시켜

지난 19일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부두에 크루즈선 코스타 빅토리아호가 정박해 있다. 부산 국제 크루즈 터미널에는 크루즈선을 한 척만 댈 수 있어 이날처럼 두 척이 들어오면 하나는 화물 컨테이너 부두를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날 부산에 9시간 동안 머문 크루즈선 탑승 중국 관광객들은 쇼핑만 세 차례 했다. [송봉근 기자]




호화유람선 대비 안 된 부산항

19일 오후 2시 ‘면세(DUTY FREE)’ 푯말이 달린 부산 초량동 C쇼핑센터. 곳곳에서 “타이구이, 타이구이(太貴·너무 비싸다)”라는 중국말이 들렸다. 불평을 하는 이들은 이날 오전 부산에 들어온 크루즈선 ‘코스타 빅토리아’(7만5166t)호와 ‘슈퍼스타 제미니’(5만764t)호에서 내린 중국인 관광객들. 코스타 빅토리아는 제주~부산~톈진(天津), 슈퍼스타 제미니는 상하이(上海)~부산~제주 코스를 4박5일 일정으로 순환한다.



9시간 머무는 동안 쇼핑 세 차례



 한 관광객이 좀 싸다 싶어 집어든 플라스틱 물병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찍혀 있었다. 한 팀이 40분가량 쇼핑센터를 돌고 난 뒤 가이드는 이들을 또 다른 비슷한 쇼핑센터로 안내했다. 중국 크루즈 관광객들은 오후 내내 3곳의 쇼핑센터를 전전하고 크루즈선으로 돌아갔다. 이날 오전부터 한나절을 부산에 머물며 방문한 관광지는 해동용궁사와 용두산공원뿐. 그나마 30분 남짓씩이었다. 코스타 빅토리아를 타고 온 야오쥔(姚俊·42·여)은 “인터넷에서 본 해운대와 자갈치시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는데 못 갔다”며 “쇼핑만 할 줄 알았으면 오지 말 걸 그랬다”고 말했다.



 크루즈 연계 관광이 외국 관광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제대로 된 관광은 거의 없이 쇼핑센터 돌아다니기에만 바빠서다.



 19일 크루즈선을 타고 도착한 관광객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를 부산에서 보냈다. 일정은 해동용궁사∼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부산 서면 롯데호텔 면세점∼용두산공원∼부산시내 쇼핑센터였다. 동북아 일대에 알려진 해운대와 자갈치시장, 국제시장은 아예 빠져 있다. 그나마 끼워넣은 관광지도 사진 찍고 이동하는 정도였다.





중국인에게 싸구려 중국산 팔기도



 호텔·백화점의 면세점도 형식적인 방문에 그쳤다. 가이드는 관광객들에게 “백화점은 비싸니 구경만 하라. 오후에 싼 쇼핑센터에 가서 많이 사면 된다”고 했다.



 오후 일정은 거의 전부 쇼핑에 할애했다. 그러나 관광객 쇼핑 만족도는 높지 않다. 중국인이 대부분인데 파는 물품 상당수가 중국제여서다. 또 면세라면서 값은 결코 싸지 않다. C쇼핑센터에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국제 압력밥솥은 41만8000원이었다. 국내 인터넷쇼핑몰에서 30만원대 초반에 살 수 있는 상품이다. 베이징에서 온 왕자오(王敎·60)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물병 등 14만원어치를 샀지만 비싸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가이드가 관광객을 쇼핑센터로 몰고 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익명을 원한 쇼핑센터 관계자는 “쇼핑 금액의 30~60%를 관광회사에 수수료로 준다”고 털어놨다. 그 일부가 가이드에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수수료 나누기는 쇼핑센터 물건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류 열풍 등을 타고 한국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인천·제주·여수로 들어온 크루즈 관광객은 모두 27만7300명. 2008년 5만2500명에 비해 4년 새 5배가 됐다. 지난해에 온 27만여 명 중 절반을 넘는 14만 명이 부산에 머물렀다. 그런 ‘대한민국 크루즈 관광 1번지’ 부산의 크루즈 연계 프로그램이 관광객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해운대·자갈치시장은 일정에 없어



 인프라도 부족하다. 부산에 있는 크루즈 터미널은 동삼동 국제터미널 하나뿐이다. 하루 두 척이 들어오면 하나는 화물이 드나드는 컨테이너 터미널에 배를 대야 하는 신세다. 크루즈 터미널에서 시내를 잇는 셔틀버스도 없다. 그래서 일부 관광객은 미터기 요금의 2배쯤을 부르는 바가지 택시를 타야 한다. 부산발전연구원 최도석 박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크루즈 관광객 유치 실적에만 관심을 두고 연계 프로그램 준비는 소홀히 해 빚어진 현상”이라며 “고급 크루즈 관광객들의 지갑을 제대로 열려면 잘 짜여진 연계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차상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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