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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의원들, 노사문제 직접 개입 고용 장관 "국회가 행정까지"

지난 8일 국회. 민주당이 우리 사회의 을(乙)을 위한다며 만든 을지로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원회 소속 윤후덕·우원식 의원 등은 “정보기술(IT) 솔루션업체 농협정보시스템이 근로자들에게 법정한도를 초과해 일을 시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농협정보시스템과 농협중앙회 IT본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고용노동부에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5일 이 회사 함병석 대표를 만나 근로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고용부가 이 회사 근로자 10명이 장시간 일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조치 했는데, 민주당은 이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며 기업을 찾아 압박하고 고용부에는 근로감독을 다시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노동계, 조합원 이탈 늘어
투쟁동력 떨어지자 국회로
일부 노조·기업 반발 기류

 정치권이 개별 사업장의 노사문제에 개입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민주당) 의원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위장도급 의혹을 제기하며 근로감독을 주문했다. 고용부는 곧바로 근로감독에 들어가 한 달 넘게 진행 중이다. 쌍용차 고의부도 의혹(심상정 의원·정의당), 이마트의 노조설립 방해 문제(장하나 의원·민주당), 티브로드 위장도급 의혹(민주당)도 국회에서 지펴졌다.



 그러다 보니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의 시름도 깊어간다. 방 장관은 최근 본지와의 만남에서 “요즘은 국회와 노조가 한 몸이 돼 돌아간다. 국회가 입법뿐 아니라 행정까지 한다. (국회가) 기업 근로감독을 지시하고, 행정처리까지 일일이 허락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회 요구를 이행하느라 고용부는 업무차질을 감수하고 있다. 전국의 근로감독관은 940명. 이들이 맡는 사업장은 150여만 개다. 1인당 1500개가 넘는다. 한 해 근로기준법 위반 등 각종 사유로 신고되는 사건만 30만 건을 웃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으로 국회 건을 처리하다 보면 다른 일은 못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이나 노조의 반발도 심상찮다. 지난달 3일 심상정 의원이 쌍용차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쌍용차 노조는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올해 2월 금속노조의 요청을 받은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갈등만 조장해 사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항의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사장들이 21일 의원들에게 “정치적 목적으로 또는 일방의 주장만 듣고 개별 기업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산이나 폐업할 경우에만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같은 노동계의 요구를 담은 20여 건의 법률 개정안도 대기 중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노동계가 조합원들의 이탈로 현장 투쟁 동력이 약화되자 국회를 돌파구로 삼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 상반기 노사분규는 17건에 불과했다. 근로손실일수는 3만5000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저치다. 매년 벌어지는 민주노총의 총파업도 올해는 없다. 조 교수는 “특히 여소야대로 꾸려진 국회 환노위에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노동계 의견이 잘 먹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이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하는데 국회가 개입하는 게 아니라 노동권 보장이 안 되는 현실에서 입법활동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노사 자율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국회는 갈등의 원인이 법이나 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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