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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천 기득권 포기 … 안철수 견제도

민주당이 전체 당원 찬반투표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67.7%가 찬성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투표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이석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전당원투표관리위원장. [김경빈 기자]




기초 단체장·의원 공천 배제
전 당원 투표서 67.7% 찬성

민주당이 정당이 가진 가장 큰 권리인 공천권을 기초단체에 한해 내려놓기로 했다. 당원투표라는 정당 사상 드문 방식을 거친 결정이다. 공천권은 예전부터 정당의 영향력은 물론 ‘돈’하고도 관련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그걸 여당도 아닌 야당이 선제적으로 포기했다는 건 쉽지 않은 결단이란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만 동의하면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가 현실화된다. 기초선거에서의 공천권 폐지는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지난 4·24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실험적으로 무공천을 단행한 예도 있다. 이번 민주당의 결정은 새누리당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정당공천 폐지안을 놓고 당원투표를 실시했다. 한 달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 14만7128명이 대상이었다. ARS와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실시된 투표엔 51.9%(7만6370명 )가 참여했다. 이중 67.7%(5만1729명)의 찬성으로 폐지안이 결국 가결됐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공약사항



 정당이 행사했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공천권 행사를 놓고 물밑에서 벌어졌던 구태 정치를 없애야 한다는 지도부의 설득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김한길 대표는 “오늘은 민주당이 정당민주주의 발전에 큰 획을 그은 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초선거 공천을 놓고 공천헌금 잡음이 발생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 민주당에서 우제창 전 의원이 용인시의원 출마 예정자들로부터 1억원대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에선 이기수 여주군수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현금 쇼핑백을 건네려다 구속되기도 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대한 민주당 내의 반발은 대단했다. “당이 폐지법안을 내면 위헌 신청을 하겠다”(김현미 의원)는 얘기도 있었다. 우원식 최고의원은 “정당공천 폐지가 국민의 뜻이니 따라야겠지만 폐지되면 여당은 관변단체라도 있는 반면 기초조직이 약한 야당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 등 지도부가 이를 강행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국면에서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정치개혁 이슈를 선점하면서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새누리당도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던 만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면에선 ‘안철수 신당’의 등장을 겨냥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당공천이 사라지면 인지도에서 앞서는 현직 기초단체장이 유리해지는 ‘현직 프리미엄’이 확대될 게 분명하다. 기존 단체장을 나눠 갖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에 비해 유리하다는 의미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정당 공천이 금지되면 유권자 입장에선 누가 누구인지를 모르니 안철수 신당 후보들의 경우 안철수 후광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광 반감 … 현직이 유리



 특히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 경우 민주당과 사활을 걸고 경쟁해야 할 호남지역에서 공천제 폐지가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현재 호남의 무소속 시장·군수는 7명(전남 여수·순천·광양·곡성·신안, 전북 고창·김제)이다. 민주당의 한 486 의원은 “이들 호남의 무소속 단체장은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을 의식해 안철수 진영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는데, 정당 공천이 폐지되면 그럴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민주당은 정당공천을 폐지할 경우 후보가 지지 정당을 밝히는 것을 허용하는 ‘정당표방제’를 대안으로 마련했지만, 이 경우 우후죽순 ‘안철수 신당 후보’가 등장해 표를 분산시킬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안철수 신당에 치명적이긴 마찬가지일 것이란 분석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안철수 신당이 정치세력화하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해 ‘안철수 사람들’로 바람몰이에 나서야 한다”며 “그러나 기초선거 공천을 하면 새 정치 명분과 어울리지 않고 공천을 하지 않으면 세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니 정당공천제 폐지야말로 안철수 신당의 패러독스”라고 지적했다.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해 안 의원도 약속했던 사안이다. 민주당의 선제적 폐지는 안 의원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준 셈이다. 내년 지방선거부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려면 그 전에 국회가 공직선거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민 본부장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과 선거법 개정 협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새누리 공식 환영, 속내는 복잡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론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민현주 대변인은 “민주당의 정당공천 폐지 결정을 환영하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 협상엔 진통이 예상된다.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공천 폐지가 개혁인지 개악인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폐지를 고수하는 것은 무리”라며 “당내에서 폐지 찬성론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병건·김경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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