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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위, 국민 꿈을 디자인하라

나태준
연세대 교수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국민대통합위원회(대통위)가 출범했다. 대통위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상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출발선이 공정한, 능력 위주의 사회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가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미국 이주를 권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명문이 존중받지만 미국에서는 사람의 신분 대신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고 천명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가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학력이나 연줄이 아니라 오로지 능력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선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제 거스 히딩크 감독은 떠났고 당시의 선수들도 교체됐지만 공정한 시스템은 확고하게 자리 잡아 한국 축구에는 더 이상 연고주의가 발붙일 여지가 없다. 능력 본위의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진정한 리더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되새겨볼 대목이다.



공정한 경쟁 규칙이 확립돼야 선진국
능력 위주로 함께 사는 세상 만들어야

둘째, 함께 사는 사회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명가 메디치 가문이 몰락한 이유는 선대에서 쌓아놓은 사회공헌과 재산공유의 덕목을 잇지 못하고 후대에서는 영주 자신만이 즐기려고 했던 데 있다. 수많은 보물과 그림을 자신의 창고와 회랑에 가득 쌓아놓음으로써 피렌체 시민들과 괴리되기 시작했고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것이 한 시대 문명의 쇠락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경주 최부잣집이 아직도 회자되는 것은 흉년기에는 땅을 사들이지 않고,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며,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재도전할 수 있는 사회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는 ‘부끄러워하는 거지’라는 제도가 있었다. 당시 베네치아 공국은 해상무역 경제를 주도했는데 거상들이 폭풍, 전쟁 또는 해적의 습격 등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몰락해버리는 일이 빈번했다. 다른 거지와 달리 ‘부끄러워하는 거지’는 검은 제복과 두건을 두른 채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고 구걸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인정돼 있었다. 이런 배려는 자유경제가 더욱 활기찰 수 있도록 패자 부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게 목적이었다. 현재의 미천한 신분이 훗날 다시 무역상으로 활약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신선하지 않은가? 우리 역시 패자 부활이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도전이 가능할 것이다. 기득권이 인정되지 않고 출발선이 공정하고 재도전이 언제나 가능하다면야 까짓것 한두 번의 실패가 두렵겠는가?



마지막으로, 노력과 근면이 인정받는 사회다. 소년 월트 디즈니가 좁고 더러운 다락방에서 기어 다니는 쥐들을 보면서 그린 그림은 미키마우스로 탄생했고 결국 그는 모든 어린이의 꿈의 동산인 디즈니랜드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러한 성공 이야기에 큰 희열을 느낀다. 불공정한 편파판정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스포츠 경기나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합격하는 무명가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큰 감동을 받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망을 대리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오로지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실력을 가진 사람이 승리할 수 있도록 공정한 규칙을 확보해주는 사회가 선진국이요, 통합된 사회다. 이런 공정한 시스템 아래에서 성공한 사람과 기업은 비로소 진정한 사회적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이 많은 민족이다. 더 이상 억울한 일로 가슴에 한이 맺혀서는 안 된다. 정부는 소박한 서민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을 디자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이름에 걸맞은 소명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



나태준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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