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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어린이 키에 맞는 가야금은 왜 없을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매주 일요일 방영되는 TV 개그 프로그램 중 ‘오성과 한음’ 코너를 공감하며 보고 있다. 구도는 단순하다. 백수 청년 둘이 야구공을 던지고 받으며 대화를 나눈다. 단돈 500원이 아까워 한숨 쉬고, 저녁 메뉴로 떠올리는 불고기·숯불갈비·참치마요네즈는 전부 삼각김밥 종류들이다. 최저임금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면서 그래도 남자라고 배우 김태희·김민희를 “뺏을까?!”라며 넘본다. 청년 취업난에 희망마저 보이지 않는 세태를 제대로 풍자했다.



 그러나 희망이 그렇듯 절망도 상대적이다. 생활고도 마찬가지다. 개그의 특성상 과장이 불가피하겠지만, 자칫 자기연민·자조로만 흐를까 염려되는 것은 내가 ‘꼰대’ 대열에 들어섰기 때문일까. 예를 들어 오성과 한음이 캐치볼을 하는 야구공·글러브는 중년 이상 연배의 어린 시절엔 무척이나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다. 진짜 야구글러브와 공, 배트가 없어서 나뭇가지로 고무공을 때렸고, 맨손으로 캐치볼을 했다. 지금 젊은 세대가 맞닥뜨린 것은 과거 같은 적빈(赤貧)이라기보다는 희망 결핍 아닐까 싶다.



 스포츠용품만 부족했을까. 초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엔 두꺼운 마분지에 건반을 그려놓고 귀 아닌 눈으로 음계를 배웠다. 전교에 하나뿐인 오르간을 교실까지 옮기느라 주번들이 꽤나 힘들었다. 지금 초등학교에선 멜로디언으로 건반을 익힌다. 열심히 하려고만 들면 다른 악기들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문턱이 있다. 종류에 따라 악기 값이 너무 비싸거나 어린이가 다루기 힘든 여건 때문이다. 예술은 어려서 시작할수록 재능이 빛을 발하는 법인데, 어른들이 나서서 문턱을 더 낮춰줘야 할 것 같다.



 양악 악기는 그나마 다양하다. 너무 큰 콘트라베이스는 예외이지만, 바이올린·비올라·첼로 정도는 어린이용이 따로 있어서 조기교육이 수월하다. 가장 처진 분야가 국악이다. 아이들 체형에 맞는 악기가 거의 없다. 게다가 너무 비싸다. 수요가 적고 개량 기술이 축적되지 못한 데다 전통을 고수한다는 강박관념이 겹쳐서다. 길이가 1m 40㎝인 가야금을 어린이가 연주하기엔 무리다. 전통 대금도 길이가 88㎝나 된다. 가야금 가격은 5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제대로 하려면 1000만원짜리 3개를 갖춰야 한다. 대학입시나 연주단 오디션 때 산조가야금·정악가야금·개량가야금의 세 종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악 교육과 대중화를 위해선 악기 다양화와 가격 낮추는 일이 중요한데, 며칠 전 만난 국악인 최상화(중앙대 예술대학장) 교수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가야금·해금·대금을 초등학생도 쉽게 접하게끔 작고 가볍고 싸게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특허도 내겠다고 했다. 이런 노력들이 곳곳에서 더 많이 펼쳐지면 좋겠다. 창조경제, 문화융성이 별건가.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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