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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핵무기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리처드 와이츠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베를린 연설에서 자신의 핵군축 공약을 다시 확인하며 이를 달성할 일련의 조치를 제안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가까운 장래에 핵무기를 추가 감축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는 앞서의 연설에서 자국의 핵무기를 최대 3분의 1 감축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또한 유럽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대폭 줄이자고 제안했다.



 3년 전 러시아와 미국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 합의하고 이미 배치된 핵무기를 1550기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러시아 관리들은 추가 감축을 고려할 의사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러시아의 주된 걱정은 미국이 건설 중인 탄도미사일 방어망에 있다. 자국의 핵 억지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망은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역할을 확대하고 러시아의 외교력을 위축시키며 미국의 군사개입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고 러시아는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심지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만일 러시아의 핵 억지력에 의한 제약이 없더라면 미국은 과거 유고슬라비아·이라크·리비아에서 그랬듯이 좀 더 많은 국가에 군사적 개입을 하려는 유혹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러시아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협정에 서명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게 됐다. 미사일 방어망의 속도·위치·능력을 제한하며 강제적인 투명성 규정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미국 상원이 인준할 가능성이 결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협정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핵 군축의 발목을 잡은 또 하나의 이슈가 있다. 만일 핵무기가 없다면 자기들의 군사력으로는 미국과 나토의 재래식 전력을 상대할 수 없다는 러시아의 견해가 그것이다. 사실 러시아의 많은 사람은 자국의 방위 자산이 미국의 재래식 장거리 정밀유도 미사일에 의해 공격당할 것을 걱정한다. 이 같은 두려움은 악화되고 있다. 미국이 나토와 공조해 5000기나 되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를 감축하는 데 나서겠다고 오바마가 밝혔기 때문이다. 이 영역에서 러시아의 우위는 재래식 무기의 불균형을 상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러시아의 많은 사람은 믿고 있다. 또한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러시아 국경 부근에 배치해 놓고 있는 이상 러시아 관리들은 자신들이 그런 회담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설사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전술핵무기의 상당한 감축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일은 극히 어렵다. 미국이 러시아의 추가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러시아 주변에 배치한 군사력과 시설을 제한한다든지, 유럽 재래식무기 감축조약을 크렘린의 요구조건에 맞춰 부활시킨다든지 하는 요구 말이다. 게다가 러시아 지도자들은 여타의 핵 보유국에도 이와 비슷하게 전술핵무기 감축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러시아는 핵군축 협상을 기존의 쌍무 협상이 아니라 영국·프랑스·중국까지 포함되는 다자간 협상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이들 국가를 군축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들 국가는 차기 군축협상은 러·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두 나라는 세계 핵무기의 거의 전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러시아 지도자들이 핵무기에 오바마와 같은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반대로 이들은 재래식 군사력이 뒤지는 러시아를 비롯한 여타 국가들에 있어 핵 억지력은 더욱 귀중해졌다고 믿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꿈꾸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는 데 이것은 극복할 수 없는 난관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Project Syndicate



리처드 와이츠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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