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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 결단력 필요한 때 … 공약실행 우선순위 정하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마지막 날인 20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위 오른쪽)이 기념사진 촬영 도중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아래 왼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현 부총리 왼쪽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사진 기획재정부]


“소신과 강단을 갖고 이끌어줘야 한다. (정책들이) 청와대까지 오지 않고 해결돼야 한다.”(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문가 20인 현오석 리더십 진단



 “좀 더 과감히 해야 한다. 문제가 뭐라는 것은 대개 알려져 있다.”(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충고들이다. 박근혜정부 첫 경제팀이 미흡하다는 정치권 지적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크게 자극받고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18~19일 전직 경제수장, 대학교수, 연구소 연구위원, 경제단체 관계자 20명에게 물어본 새 정부 경제팀 평가에서다.



대통령까지 가지 않게 대신 총대 메야



 이들 중 상당수는 최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정몽준·김무성 의원이 지적한 경제팀 난맥상에 대해 비슷한 취지의 비판을 했다. 부총리의 리더십이 부족하고 경제팀이 큰 틀의 정책 방향과 비전을 제시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앞으로 부총리는 구체적인 정책을 펴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경제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응답자 가운데 대부분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부총리 교체까지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교체를 주장하는 응답자는 두 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리더십 부족, 안일한 경제상황 판단, 정책대안 제시 미흡을 현 경제팀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 상황이 시급한데 부총리가 성격이 온화해 너무 조용하다”며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까 앞에 나서서 대통령 대신 총대를 메고 공약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은데, 우선순위가 분명하지 않아 경제팀의 난맥상이 가중되고 있다. 대선에서의 약속 때문에 135조원이 필요한 공약 재원 문제가 대표적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세수가 줄고 경제민주화 압박과 지하경제 양성화로 기업이 움츠러들어 세수 확보가 어려운데도 현 부총리는 “공약은 지키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24조원이 필요한 지방 공약 중 상당수는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현 부총리는 “공약이기 때문에 지키는 길을 찾아보겠다”는 원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공약이 모두 실현된다고 보지 않는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과감하게 증세를 하든지, 아니면 복지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소신 없이 해선 부총리 교체도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현오석 경제팀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현오석팀으로는 백약이 무효다”며 부총리의 즉각 교체를 주장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장은 “언제부턴가 기획재정부도 산업자원통상부가 하는 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손톱 밑 가시 뽑기 같은 미세한 정책도 좋지만 국민경제가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제시해야 국민이 따라오고 정치권도 설득해 난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하려면 부총리를 당장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톱 밑 가시 뽑기 넘어 공격적 정책을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경제 전체와 시장에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지금은 경기활력을 올려야 할 때인데, 경제민주화와 투자활성화를 동시에 진행해 시장에 상반된 신호를 보여주면 안 된다”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경제부총리를 신설한 것은 경제 현안을 조율하라는 취지였는데 만족스럽지 않다”며 “구체적인 방향 제시는 없고 추상적인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은 기업 불안 해소, 획기적인 규제 완화, 국회와 반발 여론 정면돌파가 꼽혔다. 그동안 당연히 했어야 할 ‘손톱 밑 가시 뽑기’에만 그치지 않고, 의료·관광·교육 분야에서 과감한 정책을 내놓으라는 주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고위 관계자는 “사공들은 각자 노를 젓고, 컨트롤타워는 어디로 가라고 하는지 명확하게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며 “지금은 수비형이 아니라 공격형 리더십이 필요할 때인 만큼 초기 모색을 끝내고 구체적인 정책을 펴라”고 주문했다.



 현 부총리가 이런 주문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는 정치권에서 지적이 나오자 “안경을 닦아드리고, 메가폰을 잡고 소리를 질러야겠느냐”고 오히려 불만을 표출했다. 주요 20개국(G20) 회의 출발에 앞서 기재부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는 “모든 게 종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작가가 드라마 속 주인공 다루듯이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정책 조정은 없다. 소통과 협업이라는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한다”며 ‘소통 리더십’의 타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기재부 내부의 말을 들어봐도 큰 변화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기재부 한 간부는 “(부총리가) 결정을 해줘야 사안이 풀리는데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민감한 사안은 결정을 안 하고 계속 반환시킨다”고 내부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이런 난맥상을 현 부총리의 스타일 때문만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강봉균 전 장관은 “무조건 옳은 방향이 있다면 현 부총리가 왜 결정을 못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총리, 정치권 압박해 막힌 것 뚫어야



 이런 한계론에도 불구하고 현 부총리가 조정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치권 압력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부총리가 한마디 하면 국민이 솔깃하고, 정치권도 발칵 뒤집힌다. 부총리가 색깔을 드러내고 정책 조정에 강력하게 나서면 정치권을 압박해 막힌 것들을 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최준호·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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