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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냄새 찌든 방 … 그래도 무궁화 넷 1등급 호텔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취재팀이 방문했던 서울 종로의 D호텔 입구에 1등급을 뜻하는 초록색 바탕의 무궁화 4개짜리 동판이 걸려 있었다. 아래 사진은 취재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동판을 2등급을 나타내는 무궁화 3개짜리로 바꿔 단 모습. D호텔은 2003년 재개장할 때 2등급을 받은 이후 10년간 재심사를 받지도 않았다.


베트남에서 방송국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딩더카이(42)는 지난달 22일부터 3주 동안 한국 방송국에서 연수를 받았다. 베트남 출국 전 그는 예약사이트를 통해 여러 호텔을 꼼꼼히 비교해 보고 서울 강서구의 R호텔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1등급인 데다 방송국과 가까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숙박요금도 등급에 비해 싼 편이었다. 하지만 호텔에 도착한 순간 딩은 실망에 빠졌다. 그는 “1등급 치고 객실이 비좁고 방 전체에 밴 담배 냄새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1989년 개관한 이 호텔은 2002년 1등급을 받은 후 11년간 재심사를 받지 않았다. 딩은 “만약 등급에 비해 운영 수준이 떨어진다면 정부 차원에서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광코리아 먹칠 … 못 믿을 호텔등급
3년마다 재심사 규정 있으나마나
등록 호텔 683개 중 절반이 무시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의 D호텔 로비. 한 40대 여성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볼리비아 공무원이라고 밝힌 그는 “객실 내에서 인터넷이 너무 느려 작업을 진행할 수 없어 로비로 나왔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그는 “1등급 호텔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 역시 2003년 재개장하면서 2등급을 받았지만 10년 동안 재심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입구엔 1등급을 뜻하는 무궁화 4개짜리 동판이 떡하니 걸려 있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수가 연간 11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호텔의 등급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및 경기도 수원 일대 호텔 24곳을 돌아본 결과 17곳이 등급 유효기간인 3년이 지났음에도 재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곳은 아예 등급 심사조차 받지 않았다. 현행 관광진흥법에 의하면 호텔은 신규 설립 시 60일 이내에 반드시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 등급 획득 이후 3년 이내에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관광호텔 683개 중 50.36%(344곳)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아예 등급 결정을 받지 않은 호텔이 177개, 3년 경과 이후 재심사를 받지 않은 곳이 167개에 이른다. 문체부 관광산업과 김성은 사무관은 “현행 관광진흥법엔 등급 심사와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긴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D호텔처럼 동판을 더 높은 등급으로 다는 경우도 있다. 이 호텔 곽모 지배인은 “올봄에 여행사들이 중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는데 2등급은 곤란하다고 요구해 바꿔 달았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취재진이 다녀간 다음 날 곧바로 동판을 무궁화 3개(2등급)로 교체했다.



 오익근 계명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등급심사나 재심사를 받지 않는 건 무면허 혹은 유효기간이 지난 운전면허증을 갖고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영업정지 등 실효적인 제재 방안을 마련해 호텔 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로 제1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암행평가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등급 심사와 재심사를 호텔업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관광호텔업협회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맡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단체인 미국자동차협회(AAA)에서 시설 평가는 공개로, 서비스 평가는 비공개로 진행한다. 스페인은 정부 차원에서 경영관광부가 연 1회 시설 및 서비스를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강정현·민경원·신혜원·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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