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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8년 만의 남북 여자축구, 경평축구 부활 계기 돼야

손애성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북한 국가인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가슴에 인공기가 선명한 흰색 유니폼의 북한 여자 선수들이 힘차게 국가를 따라 불렀다. 남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이 8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주관하는 동아시안컵 대회 첫 경기(21일)에서였다. 꽉 막힌 남북한 경색국면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남북한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시종 양보 없는 몸싸움이 펼쳐졌지만 상대를 자극하거나 고의적으로 위해를 가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양쪽 선수들은 ‘전쟁’이 아니라 ‘경기’를 했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골이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남북이 팽팽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온 북한 여자선수들은 화해의 물꼬를 트는 전령사였다. 지난 18일 늦은 시간 인천공항에 도착한 북한 여자 대표팀은 감색 치마 단복을 맞춰 입고 있었다. 세련미는 없어도 똑 떨어지게 깔끔했다. 100명이 넘는 경찰과 경호요원들이 이들에 대한 접근을 막았지만 20대 초반 여성 선수들의 호기심마저 막진 못했다. 한국 취재진이 사진을 찍는 것을 알고 버스 창문 커튼을 닫지 않는 선수도, 버스가 떠날 땐 취재진을 향해 먼저 손을 흔드는 선수도 있었다.



 한국과 북한 선수단은 일본·중국과 함께 같은 호텔에 묵었다. 남북 선수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대해 볼 수도 있었건만 현실은 달랐다. 일본과 중국을 사이에 두고 한국은 5층, 북한은 8층에 여장을 풀었다. 북한은 선수단을 위해 호텔 2층에 마련된 식당을 놔두고 굳이 지하층에서 따로 식사를 했다.



 남북한 경색국면에서 스포츠는 어떤 분야도 해낼 수 없는 화해의 기능을 담당했다. 특히 축구는 남북 스포츠 교류에서 선봉 역할을 했다.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남북한 단일팀이 8강에 진출했고, 2002년 9월과 2005년 8월에도 서울에서 남북통일축구가 열렸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동아시안컵에 북한 남자팀이 참가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30년대 경평(서울-평양)축구대항전의 맥을 살리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뚜렷한 결실은 보지 못하고 있다.



 남북 여자선수들이 8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만난 것을 계기로 다음 동아시안컵에서는 남북한 남자 대표팀도 우승컵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 이번 대회가 경평축구 부활의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손애성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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