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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슬그머니 찾아온 골수섬유증 약으로 뿌리 뽑는다

증상이 너무 평범해서 암인지 모르는 병이 있다. 골수섬유증이라는 희귀 혈액암이다. 빈혈이 심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 몸이 피곤해 모든 일이 귀찮아진다. 살짝만 부딪쳐도 팔·다리에 멍이 쉽게 들기도 한다. 혈액을 만드는 공장인 골수가 망가져 발병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심각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방치하면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최근 골수섬유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신약이 나왔다. 그동안 골수섬유증은 조혈모세포이식 외에는 변변한 치료법이 없었다. 지난 11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철원(사진) 교수를 만나 골수섬유증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철원 교수

혈액은 뼛속에 있는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정철원 교수는 “골수섬유증은 말랑해야 할 골수가 딱딱해지면서 혈액을 만드는 세포(조혈세포)가 일을 못하고 쫓겨나 혈액이 부족해지는 병”이라고 말했다.



무서운 것은 합병증이다. 부족한 혈액을 보충하기 위해 조혈세포는 비장으로 모여든다. 이 과정에서 비장은 15~20배 기형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외관상 팔·다리는 가는데 배만 볼록 나온 ‘배불뚝이’가 된다. 비장은 왼쪽 갈비뼈 아래에 있는데 평소에는 어린아이 손바닥 정도로 작아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다. 정 교수는 “배가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피검사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정 교수는 “골수섬유증 환자 4명 중 1명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된다”며 “일반적인 백혈병보다 치료가 까다롭고 예후도 나쁘다”고 말했다. 골수섬유증에서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악화하면 평균 생존기간이 3개월밖에 안 된다.



현재 나와 있는 치료제는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병든 골수를 제거하고, 환자에게 맞는 새로운 골수를 넣는 치료법) 수술은 완치가 가능하지만 한계점이 많다”고 말했다. 우선 이식수술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젊고 체력도 양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이면 이식에 따른 합병증이 많아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골수섬유증은 50~6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젊을수록 수술 성공률이 높다”며 “수술이 잘 끝나도 이식 효과가 전혀 없거나 재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식수술 치료 성공률은 50% 정도다.



최근엔 골수섬유증의 원인을 치료하는 약(자카비)이 나왔다. 비정상 혈액을 만드는 JAK 돌연변이 유전자가 활동하는 것을 억제한다. 정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 자카비를 2년 이상 꾸준히 투약하면 골수조직이 부드러워지고 비장 크기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수술 성공률을 높인다. 정 교수는 “집안에서 가만히 누워 있던 환자가 자카비 임상시험에 참여한 후 건강해져 낚시나 등산 같은 야외활동을 즐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 약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거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비급여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기존 치료법은 한계가 많아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았는데 이렇게 결정이 나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학회에서도 환자들이 신약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철원 교수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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