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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전두환' 이젠 그 이름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대학 시절은 오롯이 5공화국이었다. 학교는 늘 매캐한 최루가스에 절어 있었고, 무장한 전경들로 에워싸여 있었다. 거리에선 경찰이 가방을 뒤졌고, 수시로 터지는 최루탄에 얼굴을 가리고 달아나는 건 일상이었다. 그 시절은 내내 무례하고 폭력적이었다.



 그 시절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당’과 기타 국민들. 전자는 후자를 압박했고, 후자는 전자를 증오했다. 거리에 신호등이 생기면 ‘기타’는 그걸로 대통령 일가가 얼마를 챙겼을지 쑥덕거렸다. 그러니 기타였던 나도 아름다워야 할 청춘을 의무감처럼 전두환 세 글자에 대한 분노와 혐오감으로 지새웠고, 한 인간을 그토록 집요하게 미워할 수 있는 내 성정이 놀라워 몸서리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청춘은 어두웠다.



 10여 년 후, 수의(囚衣) 차림으로 법정에 선 그를 취재했다.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7~8개월 동안 매주 두 차례씩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법정 공방 현장을 지켰다. 그의 탄압 아래 스러졌던 ‘기타’들의 반격과 한때 그의 편이었던 자들이 그의 범죄를 증언하느라 침을 튀기는 배신 드라마가 동시에 펼쳐졌다. 권불십년(權不十年). 그 법정에서 이 말은 살아 있는 용어가 되어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그 말이 실현되는 현실이 얼마나 추하며, 지켜보는 사람의 심성을 해치는지 깨달음과 함께.



 그 재판 동안 얻은 것도 있다. 청춘과의 화해. 어두운 권력에 대한 단죄 현장을 지켜보는 카타르시스와 때로 12시간씩 계속된 재판에서 다른 피고인들과 어깨를 비비며 좁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내 아버지 연배의 노인에 대한 측은지심이 작용한 덕이다. 게다가 얼마 후 그는 스스로 29만원짜리 허접한 위치로 추락했다. 한때 대통령이었지만 돈 지키자고 자존감조차 버린 29만원짜리 노인에게 용심을 부려 무엇 하랴.



 또다시 그 일가의 검은 재산이 도마에 올랐다. 동정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나오지 않는다. 그의 자식들까지 출국금지를 당하는 현실엔 ‘마땅하다’는 목소리만 높다. 그 시절과 화해하기엔 국민들이 입은 상처가 너무 컸고, 나라에 토해놔야 할 1672억원은 뭉개고 1억원짜리 그림을 걸고 사는 그에게 국민들이 화해해줄 필요가 없어서였을 거다. 게다가 그의 아들이 8년 전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1만원짜리 구권으로 회사 직원에게 보너스를 줬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에 성공한 사업가인 그의 장남도 사업능력이 아닌 ‘검은돈의 후계자’라는 눈총만 받는다. 이젠 그의 일가가 힘을 합쳐 이 악의 고리를 끊을 차례가 아닐까. 우리 모두 이 소모적 분노에서 벗어나 과거와 화해할 핑계를 찾기 위해서라도.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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