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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들인 국가 R&D 정보, 해외논문서 줄줄 새"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약하고 있는 박희재(52)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은 3가지 명함을 갖고 있다. 전략기획단장,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그리고 자신이 직접 창업해 코스닥에 상장한 에스엔유프리시젼의 대표이사다. 그만큼 이론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인물이다. 그런 박 단장이 19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술경영인 하계포럼에 주제발표자로 나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희재 산업부 전략기획단장 쓴소리



공정 관련 데이터 경쟁국에 쉽게 노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한국 논문이 많이 실리는 만큼 한국의 엔지니어링 정보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정부가 17조원에 가까운 R&D 예산을 집행하면서 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활용해 온 ‘SCI급 저널에 실린 논문 수’에 정색하고 반기를 든 것이다.



그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산업영역에서 수조원이 투입된 국가 R&D 정보가 고스란히 경쟁국으로 새어 나가고 있다”며 “순수과학은 몰라도 공대 교수들에게 SCI급 논문 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주제는 ‘국민행복시대, R&D에 길이 있다’였다.



SCI급 논문 쓰고 끝내는 R&D 이제 그만



 주제 발표 이후 박 단장을 직접 만나 배경 설명을 들었다. 엔지니어링에 관련된 SCI급 저널에서 논문 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편집자(에디터)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교수들이다. 그만큼 해당 국가의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크가 탄탄한데, 이들에게 한국의 공정 관련 데이터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중요한 데이터를 집어넣지 않으면 에디터들은 논문 수정 또는 추가 데이터를 요구하기 일쑤”라며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관계가 틀어지기 때문에 정부 연구비가 투입된 중요 데이터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기업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돼야 할 데이터들이 그대로 공개되면서 보이지 않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공대 교수들이 많다”며 “SCI급 저널에 좋은 논문을 냈다고 박수 받고 끝내는 R&D는 그만해야 한다”고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이런 연유로 박 단장 자신은 좋은 데이터는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그저그런 데이터는 SCI급 하위저널에 게재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제 기초과학은 대학이, 응용연구는 기업이 하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탈피해 시장 중심의 R&D에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박 단장은 2009년을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세계 1위 제품 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6%)에도 못 미치는 중소기업의 매출 대비 R&D 비중(1.5% 미만) 등을 예로 들면서 한국 경제의 앞날을 우려했다. 그는 “이 상태로 가면 2만 달러 소득이 3만 달러로 가는 데 30년 이상 걸리든가 아예 못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로 가면 3만달러 시대 못갈 수도



 그가 내놓은 대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300여 개의 히든챔피언을 키워낸 독일식 모델이다. 특히 프라운호퍼연구소를 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의뢰하는 과제를 지역 대학과 함께 진행하는 게 이 연구소의 주요 역할이다. 독일 전역에 66개 연구소가 있고, 이들은 2만2000여 명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박 단장은 “프라운호퍼의 연구소장을 지낸 불링거 박사가 ‘프라운호퍼연구소에는 숨은 조직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독일 전역의 대학’이라고 자랑했다”며 “그만큼 독일에서 산학연 협업체제가 공고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더 이상 가만히 앉아 논문만 쓰고 있을 수 없다”며 에스엔유프리시젼을 창업했다. 꾸준히 매출의 15%를 R&D에 투자한 덕에 액정화면(LCD) 검사장비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태양전지 장비까지 생산하고 있다. 직원 수 300명에 올해 매출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고, 협력업체는 50개로 늘었다.



그는 “글로벌 히든챔피언과 경쟁에서 이겨 국부 창출에 일익을 담당하고 협력업체에 딸린 식구를 합쳐 7000∼8000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엔지니어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객석에서 우렁찬 박수가 터졌다.



서귀포=심재우 기자



박희재 단장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98년 대학원생 4명과 에스엔유프리시젼을 세웠다. 2005년 코스닥 에 입성하면서 80억원 규모의 주식을 서울대에 기부했다. 올 4월 임기 3년의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장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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