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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패션과 금성 패션이 어찌 같을까

비 퍼붓는 장마철에 무슨 멋을 내느냐 싶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레인부츠 때문이다. 언제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질지 모를 날이 이어지면서 무릎 밑까지 오는 레인부츠를 신은 이들을 쉽게 만난다. 색깔도 가지각색에 굽 모양, 장식 하나하나가 서로 달라 개성이 넘친다.

스타일# : 말많고 탈많은 레인부츠

레인부츠가 고무 장화에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등극한 건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모델 케이티 모스가 한 록 페스티벌에서 검정 고무 장화를 신은 모습이 인터넷에 퍼진 게 시작이었다. 전 세계 패션피플이 이를 놓칠 리 없을 터. 국내에서도 3~4년 전부터 연예인들이 한두 명씩 신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장마 패션’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할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모두 지갑을 닫는다는 이 불황에도 6월 레인부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나 늘었다고 한다(신세계백화점 발표).

한데 인기를 끄는 만큼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도 많다. 얼마 전 레인부츠와 관련한 기사 하나가 인터넷에 오르자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린 것도 그중 한 예다. 특이한 것은 부정적 의견을 단 대부분이 남자라는 점. 그리고 비난 이유를 종합해 보면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합성고무 신발을 수십 만원씩 주고 사는 허영심과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경제적 비판, 둘째는 왜 우리말인 고무 장화를 굳이 레인부츠로 불러야 하느냐는 언어감시자적 비판, 다음은 발냄새와 무좀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위생학적 비판, 마지막으로는 다리 짧은 한국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심미안적 비판이다.

여자들이 또 가만있을 리 없다. 같은 순서로 반박하면 이렇다. 1)5만원도 안 하는 레인부츠도 많고 형편에 맞게 유행을 따르는 게 무슨 문제냐 2)그럼 물 건너온 패션 용어들을 죄다 순우리말로 바꾸자는 거냐 3)실내에서 벗어 놓거나 양말 신고 신으면 냄새 안 난다는 얘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남자들 보라고 신는 게 아니다” “우리도 남자들 패션 다 마음에 드는 거 아니다”라는 감정 섞인 반박이 대다수다.

패션 아이템 하나에 성별 호불호가 갈리는 일은 꽤 재미있는 현상이지만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다. 지금은 대세가 된 레깅스나 어그부츠가 처음 등장할 때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다. 여자들은 “스타킹을 신자니 답답하고 맨 다리는 허전할 때 딱 좋은 아이템”으로 레깅스를 환영했지만 일부 남자는 “웬 내복을 입고 다니느냐”며 이해하지 못했다. 어그부츠 역시 여자들은 “스키니진에 신으면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이라며 너도나도 사들였지만 남자들은 “다리가 짧아 보이고 투박하며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를 두고 누구 말이 맞는지 따지는 게 과연 가능할까. 대신 남녀의 태생적 차이가 패션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속 편할 것 같다.『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읽으며 남녀가 서로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가듯 말이다.

일단 ‘수렵형’의 남자, 목적지향적·실용적인 성향이 강하다. 여자친구나 아내의 긴 수다에서 귀에 꽂히는 건 결론적인 한 문장이다. 소개팅할 여자에 대해 설명하면 “예쁘냐?”라는 한마디로 되묻는다. 그러니 학교 갈 때, 놀러갈 때, 친구 만날 때, 쇼핑 갈 때 매번 드는 가방이 하나면 된다. 들어서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유다. 옷 역시 면접·결혼식·파티 등에 입고 가는 스타일이 별반 다르지 않다. 상대를 볼 때도 눈만 쳐다볼 뿐 무엇을 입고, 무엇을 신었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

반면 여자는 어떤가. ‘채집형’의 이브들은 맥락 파악이 빠르고 경우의 수를 순식간에 넓혀둘 줄 안다. 한 번 들은 얘기를 거의 빠짐없이 전할 만큼 디테일에도 강하다. 누군가 만났다 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눈에 정보입력이 가능하다. 내게 없는 것, 필요한 것, 새로운 것에 대해 자동적으로 인지하고 욕망을 지니게 된다는 얘기다. 이러니 남녀가 새로운 것이나 유행에 대한 관점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속도 또한 시간 차가 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레인부츠를 놓고 벌이는 설왕설래 자체가 쓸데없는 일일지 모른다. 여자들 스스로 ‘짧고 굵어 보여’ 퇴출시킬 수도 있고, 장마가 짧아져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남자들이 오히려 슬슬 더 찾게 될지도 모른다. 레깅스와 어그부츠처럼 말이다. 확실한 건 유행의 운명은 그 어떤 논리와 근거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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