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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의 장막 속 ‘3번 건물’ & 베일에 싸인 지하 수장고

1 강원도 연천군에 위치한 휴양형 리조트 허브빌리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54)씨가 소유주로 되어 있다. 18일 오전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2 18일 오전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내에 있는 출판사 ‘시공사’ 사옥을 검찰이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날 오전 검찰은 시공사 창고에서 미술품 200여 점을 압수·반출했다. [뉴스1]
#1 18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허브빌리지. 야생화 단지와 갤러리, 찜질방, 숙박 시설 등을 갖춘 휴양형 리조트다. 매표소 옆 허브향이 진동하는 경사진 산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오른편에 대나무가 장막처럼 촘촘히 심어진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안쪽이 잘 안 보일 정도다. 안내 지도에도 아무런 표시가 없다. 여러모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하지만 그 안쪽에는 평범한 모습의 2층 건물이 숨어 있다. 일반 관람객으로선 접근은 물론, 존재 여부도 알기 어려운 곳에 자리 잡았다. 취재진도 위치를 제대로 몰랐다.

‘전두환 추징금’ 수사 핵심 장소 2곳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으로 허브빌리지의 소유주인 시공사 대표 전재국(54)씨의 비밀 집무실로 알려졌다. 이른바 ‘3번 건물’이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과 은닉 재산 적발을 위해 16일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한 곳 중 하나다. 허브빌리지 관계자는 “재국씨는 한 달에 몇 차례씩 들르지만 집무실이 이 건물에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도 1년에 한두 차례 허브빌리지를 찾는다. 지난 5월에도 왔다. 투숙객들과 격의 없이 다과를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2 같은 날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단지 내 시공사 사옥 앞. 검찰의 압수 수색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었다. 오전 9시에 5t짜리 무진동 차량이 도착했다.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건물 1층 로비에서는 검찰 수사관들이 지하 1층 창고에서 꺼내 온 회화·조각상 등 미술품을 꼼꼼하게 포장했다. 검찰 관계자와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11시10분쯤부터 포장된 미술품들을 무진동 차량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2대의 무진동 차량에 나뉘어 압수·반출된 미술품만 200여 점이었다.

검찰은 16일부터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와 파주 사옥에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시공사 창고 280여점 외에 허브빌리지 내 재국씨 집무실 등 다른 장소에서 찾은 것을 합치면 총 550여점에 이른다. 천경자·김종학·배병우 등 국내 유명 작가는 물론 데이미언 허스트·프랜시스 베이컨의 판화 작품과 마우로 스타치올리의 조각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됐다.

시공사의 한 직원은 “같은 건물이지만 지하 수장고는 재국씨와 극소수의 직원만 관리했다. 안에 뭐가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1672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허브빌리지와 시공사에 집중돼 있다. 시공사는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며 허브빌리지는 제일 비싼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시공사 설립·성장 과정과 허브빌리지 매입에 전 전 대통령의 자금이 들어갔는지 수사하고 있다.

허브빌리지는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222번지 일대 5만7000여㎡(약 1만7000평)에 자리 잡은 리조트다. 별다른 광고를 내지 않고 예약 손님만 받는다. 재국씨가 일대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 건 2004년부터다. 인근 마을 주민은 “그 무렵 서울 번호판을 단 검은색 승용차가 몇 차례 드나들더니 리조트가 들어섰다”고 말했다.

재국씨는 같은 해 5월 28일 당시 18세이던 딸 명의로 북삼리 222번지 9019㎡(2728평)의 토지를 이모씨로부터 사들였다. 그해 재국씨 가족은 주소지를 아예 이곳으로 옮겼다. 이후 재국씨와 부인 정모씨 명의로 번갈아 땅을 사들였다. 2009년 10월 10일 재국씨가 1864㎡(564평)를 사들인 게 가장 최근이다.

일가 재산 수천억원에 달해
재국씨 가족이 이곳 땅을 사들이는 사이 땅값도 많이 올랐다. 222번지의 개별공시지가는 2004년 ㎡ 당 3만3200원에서 지난해에는 12만9000원(평당 42만5700원)까지 올랐다. 올해는 ㎡ 당 11만원으로 다소 내렸다. 개별공시지가가 시세의 70~8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평당 50만~60만원쯤이다. 전체 면적을 시세대로 단순 합산할 경우 땅값만 90억~100억원쯤 된다. 허브빌리지 관계자는 “빌리지가 만들어지고 땅값이 많이 올랐다. 이곳뿐 아니라 인근 지역도 덩달아 시세가 뛰었다”고 말했다.

재국씨는 이 밖에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의 토지와 건물, 평창동 토지와 건물, 경기도 파주시 시공사 파주 사옥의 토지와 건물 등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시공사는 일가의 또 다른 핵심 자산이다. 재국씨가 지난해 말 기준 지분 50.53%를 확보하고 있지만 형제들인 효선·재용·재만씨와 재국씨의 부인 정씨도 각각 5.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공사는 지난해 매출 512억원, 자산 283억5000만원으로 출판업계에서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재국씨는 시공사를 거치거나 직접 지분 소유를 통해 도서판매회사 리브로, 서적 도소매회사 북플러스 등 10여 개의 계열사에 관여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국내 자산은 토지·건물 등을 중심으로 알려진 게 1000억원 수준이다. 검찰의 추적 작업이 실효를 거두려면 해외 자산의 형성 과정을 추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해외 자산이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은 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해외를 거쳐 국내로 다시 유입하는 ‘돈세탁’의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막내 전재만(43)씨가 장인인 동아원 이희상 회장과 공동 소유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지역의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도 관심거리다. 현재 가치는 10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나 에스테이트 홈페이지에는 소유주로 이 회장과 재만씨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재산 추적, 실효 거둘 수 있을까
전 전 대통령 자녀들의 부동산 취득이 부쩍 활발해진 건 2003년부터다. 추징금 징수 실적이 부실하자 당시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측을 상대로 재산 내역을 공개해 달라며 법원에 ‘재산명시 명령’을 요청했다. 검찰은 연희동 자택의 별채를 경매에 부치는 등 환수에 나섰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경매에 넘겨진 별채도 처남인 이창석씨가 낙찰받아 전 전 대통령에게 되돌려줬다. 검찰은 또 같은 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으로 의심되는 167억원의 괴자금이 차남 전재용(49)씨 쪽으로 흘러간 정황을 수사했다. 하지만 당시 해외 자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수사를 종결했다.

수사 종료 후인 2004년 7월 장남 재국씨는 조세회피지역으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10년 전 검찰의 본격적인 압박과 자금 추적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 흐름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소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자녀와 친인척 등이 대상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산 형성 과정을 확인하고 환수에 나서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해외 자산의 경우 복잡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현지의 각종 자료를 확보해 확인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또 외국과의 사법 공조 등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법적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 관계자는 “이제 막 첫발만 뗐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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