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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忍聽’ 가득 쓴 화이트보드, 보직 없던 금융위 국장 시절 ‘와신상담’ 명패

#1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 11층 최 원장의 집무실 책상 위엔 명패가 두 개다. 현직 원장 명패 외에 또 다른 하나는 2008년 금융위원회에 발령받은 직후 받았던 명패. 아무런 보직 없이 ‘금융위원회 국장 최수현’이라고만 적혀 있다.

최수현 원장 여의도 집무실 가보니

#2 그의 집무실에는 커다란 화이트 보드도 있다. 보드 위에 가득하게 직접 써넣은 글씨는 인청(忍聽), 두 글자. 지금도 하루에 두세 번씩 지우개로 글씨를 지우고 다시 써넣는다.
금융위원회 무보직 국장에서 금융감독원장이 되기까지. 그는 “지난 5년 동안 나를 싹 바꿨다”고 말했다.

-왜 5년 전 명패를 책상 위에 올려 두나.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중앙공무원 교육을 받은 뒤 금융위에 돌아갔는데 자리가 없더라. 내가 국장 중에서도 최고참이었는데 아무 보직을 못 받은 거다. 그때 배우고 느낀 게 많다.”

-명패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나.
“매일 반성한다. 겸손해야 한다고 되새긴다. 잘 안 되지만….”

-행동도 달라졌나.
“일단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2008년 이후 주말을 포함해 집에서 밥 먹은 게 일 년에 두세 번이 안 될 거다. 나를 안 좋게 얘기하는 후배들부터 만났다. 내가 일하다 보면 후배를 깨는 경향이 있다. 밥 사주면서 ‘담아두지 말라’고 사과했다.”

-그해 여름에 한나라당 전문위원으로 발령받았는데.
“처음 당에 가니 내 책상이 없더라. 보좌관에게 물으니 ‘다들 바쁜데 당신 책상은 알아서 챙겨야지 누가 챙겨주느냐’라는 말투였다. 그때 알았다. 세상은 기다려주질 않는구나. 물어 물어 책상을 구하고, 친정인 금융위에 가서 노트북하고 프린터를 빌려왔다.”

-정당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나.
“또 듣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금융위 국장 발령받고 줄곧 ‘인(忍)’ 자를 쓰다 ‘청(聽)’ 자를 넣기 시작한 게 이때다. 정치인들을 보니 공무원보다 남의 얘기를 훨씬 많이 듣더라. 반성했다.”

-그때 서러웠던 경험이 지금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나.
“개인에게 섭섭한 내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직원들한테 ‘콜백(call back)’은 꼭 해주라고 강조한다. 당에서 일할 때 금감원·금융위에 전화하면 너무나 콜백을 안 해주더라.”

-서러운 시절은 끝난 것 같은데 지금도 ‘인청’을 쓰는 이유는.
“말하는 걸 참기 위해서다. 잘 안 된다. 다들 내 입만 보고 있으니까. 공무원 생활 해보니 제일 중요한 게 현장이다. 탁상 공론이 안 되려면 자꾸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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