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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심한 사안엔 국민 투표 활용하자”

조용철 기자
목영준(58ㆍ사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국민들은 개헌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융통성 있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다. 법원 행정처 차장과 헌재 재판관 등을 거친 그는 지난 5월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다. “국민은 행복추구의 권리를 누려야 하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조문(제10조)을 강조해온 목 전 재판관은 현재의 정치·경제·사회적 실타래를 법리(法理)와 순리(順理)로 풀 것을 주문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내자동 김앤장의 사회공헌위원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목영준 전 헌재 재판관의 시국 진단

-권력구조와 대통령 임기 등에 대한 개헌의 필요성이 국회에서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
“개헌 문제에 있어서 정치권과 국민들은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헌법 개정이 아닌 제정을 하려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왔다. 미국의 경우 문제가 있는 헌법 조문에 대해 개정 작업을 계속해왔다. 물론 헌법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국가 신인도 측면에서 좋지 않지만 일부 헌법 조문의 개정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헌법은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대통령 직선제의 경우 1988년 개헌으로 이뤄진 것인데, 25년이 지난 현재의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지를 놓고도 개인마다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국민투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집단끼리 의견이 안 맞으면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목 전 재판관은 “국민투표에 들어가는 예산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질문엔 “눈에 보이는 예산 낭비보다 사회적·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이 휠씬 더 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노무현정부 때 수도 이전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했다면 사회적 비용이 훨씬 줄어들고, 정쟁이 지속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 문건 공개를 둘러싼 논쟁을 법률적으로 해석하면.
“먼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접근해 봐야 한다. 알 권리가 헌법에 있는 조문은 아니지만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생각할 때 동전의 앞면과 뒷면으로 볼 수 있다. 헌법적 권리로 인정이 되는 거다. 다만 알 권리와 충돌되고 양립할 수 없는 명예훼손의 문제, 사생활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 건의 경우 국가 통치행위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국가를 운영하고 통치를 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알 권리가 제한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걸 어느 선까지 제한할 것이냐에 대해 국민적 합의나 법률 제정이 있으면 제일 좋다. 법 제정 뒤 그 법률에 대해 문제가 있으면 헌법적 판단을 구하는 절차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어떤 행위에 대한 법률적 가이드 라인은 시대상황에 따라 수없이 변해갈 수밖에 없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문건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전형적인 헌법적 가치의 충돌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당시 정권과 현 정부가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정원 댓글, 비판 아닌 비방이면 위법
-지난 대선 때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댓글을 달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선거법 위반 논란과 함께 국정원 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데.
“원세훈씨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법률가로서 원론적으로 볼 때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고, 그 표현은 당연히 선거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정치적 표현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거니까. 다만 문제는 인터넷 댓글이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이 아닌 비방의 목적을 가졌느냐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댓글들은 그 목적에 따라 다르게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방이라는 범죄행위로 가게 되면 그건 선거법 위반이다. 공무원들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켜야 하고, 이는 법에도 명시돼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쟁과 함께 각종 입법이 이어지고 있는데, 문제점은 없나.
“정부나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반발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민간 영역에 있는 기관이나 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활동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도 민간 주도의 경제민주화다. 미국의 빌 게이츠가 존경을 받고, 미국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법이나 정부에 의한 규제는 그만큼 경제주체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가 안정되고, 양극화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모든 경제주체가 자발적으로 상생에 동참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공헌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은.
“사회공헌위원회에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공익소송과 법률지원 활동을 하는 공익법률센터와 불우이웃 봉사활동에 초점을 둔 사회봉사센터가 있다. 이 두 센터를 통합해 공익활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사회공헌위원회의 첫 사업이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법률지원인데 진척 상황은.
“개성공단기업협회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저희한테 법률적 도움을 구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먼저 피해에 따른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만들어 대책위에 전달했다. 또 수출 경협에 따른 보험금 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호한 법조문들에 대해서는 개정을 위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개성공단 가동이 중지된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가동이 다시 이뤄질 경우 일시적 중단에 따른 피해보상만 이뤄진다.”

복지정책은 아이디어가 중요
-복지에 대한 개념 정리를 해보면.
“사회공헌(Social Contribution)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 등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개념이다. 특히 시장경제 체제에서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회질서가 유지될 수 없다. 그 폭을 줄이기 위해 복지가 필요하고 법적인 개념도 필요하다. 복지정책은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민간 부문이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절대적이다.”

-법원 판결도 헌법재판소의 심사 대상이냐를 놓고 대법원과 헌재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결국은 4심제 논란으로 이어졌는데 4심제를 두려워할 것은 아니다. 3심에서 4심으로 넘어가는 사건이 몇 건이냐가 문제다. 사실상 4심제인 미국의 경우(※주 대법원 사건이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와 심리하게 되는 케이스) 80건밖에 안 된다. 한 나라의 최고 사법기관이라는 것은 최고법관 전체가 의견을 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최고법원의 역할이다. 그래서 대법원이 최고법원이 되려면, 대법원이 미국 연방대법원 같은 시스템을 갖춰야 된다. 또 헌법재판소가 최고법원이 되려면 독일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어떤 제도를 택하든 차이는 딱 한 가지다. 사법부 조직 내에 최고법원이 있느냐, 별도로 있느냐다. 명칭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독일은 3심까지 간 사건을 (헌법재판소 같은) 제3의 기관이 심사하는 거고, 미국은 사법부 조직 내에 최고법원(연방대법원)이 3심까지 간 사건을 심사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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