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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

어린 시절 자수성가해 사업을 하던 아버지 덕에 고향 사람들, 친척들 해서 스무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한집에서 바글거리다 보니 항상 집안이 시끄럽고 괴로웠다.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겠다며 가출(?)을 감행한 게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미리 봐두었던 길을 따라 서울역으로 향했는데 1960년대 풍경답게 지게꾼과 걸인과 광인이 많았다. 나도 결국 저렇게 되겠다는 상상을 하니 엄청난 공포가 몰려왔다. 일단 학교를 끝낼 때까지는 가출을 보류하자며 다시 돌아가고 말았다. 지금은 웃지만, 그때 내 마음은 아주 심각했다.

 사실 성장하면서 집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작년에 가출을 감행한 청소년들이 12%가 넘고, 최근 4년 사이에 무려 57%나 가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가출 청소년들은 가정이나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기에 품행 장애의 한 증상으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가출에 대한 공상 그 자체는 때론 필요한 성장통일 수도 있다.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빨리 갖고 싶다는 희망 자체는 건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문제는,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욱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가 아예 길거리로 내몰리는 아이들이다. 학교에 가봐야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힘센 아이들에게 괴롭힘만 당하고, 부모님께 야단만 맞거나 폭력에 시달린다면, 아이들은 절망적인 기분으로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서게 된다. 예전처럼 순진한 사회가 아니니 많은 아이가 성매매의 대상이 되거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기 십상이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으니, 떼를 지어 다니며 또래 아이들에게서 돈을 뜯거나 친구 집을 돌면서 터는 절도범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아무리 고생해도 거리를 떠도는 게 차라리 낫다고 하는 아이들 중에는 아주 폭력적이거나 혹은 끔찍하게 가난해서 큰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사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는 환경이라는 판단을 국가가 하면 양육권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빼앗아 대리가정(Foster home)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선진국도 있고, 후진국인 경우엔 거리의 아이들을 수용해 주는 시설이 원조국가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기도 한다. 애매한 우리나라는, 아이들의 교육을 전적으로 가족에게만 책임을 지워 사각지대에서 더 방치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가난해도 부모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불만을 잘 들어준다면, 아이들은 고생하는 부모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극심하게 가난한 부모가 여유를 가지며 교육적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는 게 힘이 든다. 또 물질적 환경이 좋아도 부모의 기대가 너무 높아 자녀를 옥죄어도 문제다. 적절한 수준의 훈육으로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심을 높여주어 행복하고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물론, 그게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무조건 떼강도 취급할 것이 아니라 “나도 한때는 그런 적이 있어” 하고 먼저 아이들과 공감 어린 대화를 시작해보고, 과연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춥고 무서운 거리를 헤매고 있는지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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