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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21조원, 리츠 10조원 … 인기몰이 한창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절벽’에다 ‘가격하락’ 현상까지 겹쳤다.

부동산 간접투자 규모 사상 최대라는데 …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http://land.seoul.go.kr/land/)이 고시하는 7월 중(18일 기준) 서울 지역 주택 거래량은 937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 건수(2783건)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취득세 감면 혜택 효과가 있었던 지난달(9027건) 이후 거래가 다시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거래량이 급감하는 ‘거래절벽’이 나타나자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 실물 경기가 이렇게 죽을 쑤는데도 돈이 몰리는 곳이 있다. 부동산펀드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시장이다. 이들 모두 부동산에 간접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금융상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부동산펀드의 설정액은 지난달 말 21조5012억원을 기록했다. 설정액 집계를 처음으로 실시한 2004년 6월 1387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펀드는 6년 만인 2010년 11조6198억원을 기록하며 10조원의 벽을 넘어선 데 이어 꾸준히 덩치가 커졌다. 리츠에도 돈이 몰리긴 마찬가지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리츠 총자산은 10조2000억원으로, 2001년 국내에 리츠가 첫 도입된 이후 자산 규모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해외부동산전문 펀드만 32개에 달한다.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의 급성장은 사모펀드가 주도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기관이나 거액의 자산가 등과 같은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비공개로 자금을 운용하는 상품이다. 전체 부동산펀드 중 사모펀드 설정액은 20조4153억원으로 전체의 94.9%나 차지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 M&A 시장이 위축되면서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불경기일수록 저가 매물이 늘어나 투자 대상 고르기가 쉬운 데다 사무용 건물을 매입해 놓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투자를 반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5년 수익률 48% 넘는 펀드도
투자자 입장에선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는 장점이 있다. 펀드평가회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전문 투자펀드인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 2’의 경우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4.3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시중은행 금리의 2배 수준이다. 이 펀드의 최근 5년간 누적 수익률은 48.7%에 달한다. ‘동양강남대기숙사특별자산 1’ 펀드도 연초부터 지금까지 3.95%의 수익을 냈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국내 부동산 펀드보다 성과가 더 좋았다. 특히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적이 가장 우수했다. 에프앤가이드 이승현 연구원은 “최근 일본의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설정액 10억원이 넘는 펀드 중 ‘한화Japan REITs부동산투자신탁 1(리츠-재간접형)(C 1)’의 경우 올 들어 7월 중순까지의 수익률이 25%를 넘어섰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해외 부동산 전문 펀드 가운데 올 들어 10% 이상의 수익을 낸 펀드만 해도 12개나 된다. 세계 각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 펀드들도 대개 5~10%대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아시아 신흥국과 러시아 지역 등의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성적이 저조했다. ‘한국WW베트남부동산개발특별자산 1’은 같은 기간 -0.66%에 그쳤다.

그래도 전체 해외 부동산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2%에 달한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연 11%대의 높은 수익을 거둔 셈이다.

이는 투자자 개인이 직접 부동산에 투자했을 때의 기대 수익률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직접 투자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탓이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같은 수익형 부동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전국 오피스텔 평균 수익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오피스텔의 임대 수익률은 연 6.1%로 나타났다. 하지만 KB국민은행 측은 “오피스텔 거래와 보유에 따른 각종 세금과 비용을 빼고 나면 실제 수익률은 더 떨어진다”며 “제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 손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펀드의 또 다른 강점은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하나대투증권 이성기 차장은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기 힘든 여타 파생상품들과 달리 부동산 펀드는 투자자들이 투자 내용이 어떤 것인지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부동산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국민 정서도 부동산펀드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나친 수익 기대 금물 … 지역별 격차 있어
부동산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투자한다고 해서 모든 펀드가 수익을 낼 것이란 기대는 금물이다.

‘부동산펀드는 부동산 실물 경기를 타지 않는다’라는 속설은 투자자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오해다. 삼성증권 한정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펀드는 한국의 부동산 경기에, 외국 부동산은 각국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때론 손해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부동산 침체기에는 부동산펀드나 리츠 역시 맥을 못 추긴 마찬가지였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해외 리츠펀드만 해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엔 ‘미운 오리 새끼’ 신세를 면치 못했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분석 결과 2007년 말 3조4135억원까지 늘었던 해외 리츠펀드 설정액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2011년 6월까지 1조3682억원으로 쪼그라들기도 했다. 당시 리츠펀드들의 3년 평균수익률은 -17.2%까지 급감했다. 사업 수익을 지나치게 낙관한 경우도 손실을 피하기 힘들다. 실제 2007년 명동하이파킹 주차타워를 사들여 관광호텔로 개발하려 했던 노무라이화자산운용은 지난해 6억1576만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투자 기간에 따라 수익률이 엇갈리기도 한다. 문제는 장기투자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올 들어 25.5%의 수익률을 기록한 ‘한화Japan REITs부동산투자신탁 1’의 경우 최근 3년 수익률은 70.6%인 반면, 투자 5년 수익률은 7.5%에 그쳤다. 2000년대 후반 일본의 부동산 경기가 약세를 면치 못하던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펀드마다 좋은 투자처를 갖고 있는지도 투자자가 꼼꼼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국내 부동산펀드 중 수익률이 높은 편인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2 펀드’나 ‘동양강남대기숙사특별자산1 펀드’를 보면 대학 기숙사와 같이 투자 위험이 적으면서도 기대 수익이 확실한 투자처에 자금을 운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윤모 차장은 “국내에 돈이 될 만한 부동산 물건은 이미 입질이 끝난 상황”이라며 “최근 불고 있는 해외 부동산펀드의 인기도 알고 보면 국내 부동산 중 쓸 만한 것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게 펀드의 일반적인 장점이지만 부동산 펀드에서는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부동산펀드 열풍을 주도하는 사모펀드에는 고액 투자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정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펀드에 몰린 21조원 중 20조원 이상이 사모펀드”라며 “사모펀드의 일반적인 투자 단위는 1억원 이상인 만큼 어느 정도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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