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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딜레마

충칭(重慶)시 당 서기를 지내다 지난해 실각한 보시라이(薄熙来)의 재판이 8∼9월께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에서 열릴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1년 넘게 연기돼온 재판 과정을 보면 중국 공산당이 그의 신병처리 문제를 여전히 심사숙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받을 형량은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부패척결 의지를 가늠케 할 ‘리트머스 테스트’가 될 것이어서다.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호랑이와 파리를 함께 때려잡겠다(老虎和蒼蠅打一起)”고 강조했다. 거물급과 시정잡배를 가리지 않고 부패 행위를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보시라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부패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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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산당 지도부의 한 명이던 보시라이를 부패의 상징으로 치부해 엄벌한다면 당 자체가 인민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 이것은 당 지도부의 ‘절대성’과 ‘무(無)오류성’을 강조해온 중국 공산당의 ‘권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체제 안정을 해친 ‘내부의 적’을 가볍게 처벌할 경우 공산당 내부에 ‘일벌백계’의 기강을 세우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다. 시진핑은 요즘 당 간부의 반(反)부패와 청렴을 강조하는 정풍(整風·쇄신)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둘째, 태자당의 일원인 보시라이는 여전히 당 내부에 ‘친구’를 갖고 있다. 시진핑도 국가부주석이던 2010년 12월, 충칭을 방문해 보시라이의 정치적 성과를 평가했다. 일각에선 ‘시진핑이 보시라이에게 동정적이기 때문에 중형이 선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사건 초기엔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을 받을 것이라는 설이 우세한 것과 사뭇 다른 얘기다.

셋째, 보시라이가 공판 때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장칭(江青·마오쩌둥의 부인)처럼 오히려 재판부와 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보시라이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의회 격) 기간 중 언론인들을 불러 모아 부패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내 아들뿐만 아니라 나와 아내에게 개인 자산은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다른 지도자의 부패를 까발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보시라이 처리를 둘러싼 공산당 지도부의 딜레마가 적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시진핑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당 총서기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개혁·개방의 상징인 선전(深圳)을 찾아 덩샤오핑(鄧小平) 동상부터 참배했다. ‘개혁파’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당내 좌파들은 물밑에서 반발했다. 시진핑이 최근 마오쩌둥(毛澤東)의 생가를 방문하는 등 평등 중시 정책을 펼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공산당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시진핑으로선 좌·우파를 모두 만족시켜야 할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딜레마는 대표적 진보 성향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의 기자 파업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좌·우파는 각각 ‘시 주석은 우리 편’이라며 당(黨)의 처분에 사건 처리를 일임했다. 시진핑은 어느 쪽도 처벌을 하지 않고 ‘각자 일자리로 돌아가라’며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보시라이 사건을 처리할 땐 어쩔 수 없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야 할 상황이다. 그러면서 시진핑의 정치 노선을 평가하는 작업도 활발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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