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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칼럼] 이번 방학엔 … 카르페 디엠!

큰아들이 고3이고,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작은아들과 막내딸이 있다고 할 때 간간이 듣는 질문이 있다.

 “사회부에 오래 근무했고, 아이들이 초·중·고에 골고루 있다 보니 교육 문제는 꿰뚫고 있겠네요?”

 그러고는 이어지는 질문들. “학원은 어디에 보내나” “과외 선생은 몇 번 집에 오나” “초등학생은 무슨 악기를 배우나” “교육비는 얼마나 드나”.

 하지만 나는 아이들의 사교육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일부러라도 모르는 척하려고 애쓴다. 이유는 간단하다. 큰아들을 통해 사교육의 부작용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아내도 한때 ‘극성 맘’ 중 한 명이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부모회 간부로 있으면서 학교 일이라면 생빚을 내서라도 도왔다. 아이가 학교를 마치면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으로 차를 몰았고, 검도와 골프, 복싱 학원까지 보냈다. 미국 연수 중에도 “본토 영어도 중요하지만 한국 입시에 맞춘 교육도 받아야 한다”며 워싱턴 인근 한국 학원으로 애들을 몰아넣었다. 큰아이의 불만은 일년간의 짧은 연수를 마친 뒤 한국에 들어오면서 폭발했다. “그만큼 과외교육을 받아놓고도 성적이 왜 그러냐”는 힐난에 아예 공부를 놓아 버린 것이다. “나보다는 엄마를 위해 공부를 시킨 것 아니냐”는 반발과 함께.

 그러고는 반항이었는지, 고질적인 ‘중2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방황은 끝이 없었다. 파출소와 경찰서까지 불려간 적도 있었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인해 말다툼의 빈도도 잦아졌고, 당연히 집안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심리상담사를 찾아 고민도 토로했지만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머리를 맞대고 나름대로 찾은 해결책은 아이들 문제는 아이들에게 맡겨보자는 것이었다. 학원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줬고, 뭘 배우고 싶은지도 아이들이 직접 결정하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큰아이는 고2 2학기 때부터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고, 지금은 때늦은 후회 속에서도 나름대로 고3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둘째와 셋째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노는 편이지만 학교 생활이 크게 뒤처지지 않는 데 만족하고 있다.

 우리 집의 상대적 평온함은 방학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고3인 큰아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아이들을 학원으로 유혹하는 손길이 만만치 않아서다. 둘째의 경우 “이번 여름 방학 때 부지런히 선행 학습을 시켜야 한다”며 영어와 수학학원 등에서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권유하는 주변의 속삭임이 계속되고 있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셋째도 각종 특별 활동과 학원까지 소화할 경우 평소보다 더 힘든 하루 일과를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이들을 놀릴 수도 없어 최소한 한두 시간 정도만 학원에 다니게 할 계획이지만 부모로서의 도리를 소홀히 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럴 때마다 나는 “부모는 자식이 완전히 엉뚱한 길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감시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한 원로 법조인의 말을 되뇌며 위안을 삼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 법조인도 아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골프에 비유하며 “아이들이 악성 훅이나 슬라이스를 쳐 OB(Out of Bounds)를 내지 않도록만 도와주는 게 부모가 할 일인 것 같더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 적이 있다.

 지난주 초등학교에 이어 이번 주부터 중·고교도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 시즌에 맞춰 학원가도 학부모들도 대목을 맞는 것처럼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작정 학원으로 몰아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의 주인공이었던 키팅 선생의 말처럼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의 의미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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