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논쟁] GMO 표시 범위 확대 필요한가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최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식품에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들어가 있는지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GMO 표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에 대해 “유해하다는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불필요한 불안과 비용을 늘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무엇인지 알고 먹을 권리 보장해야 한다



김훈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과학기술학)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특정 기능을 발휘하는 외래 유전자가 삽입된 농산물을 뜻한다. 제초제에 잘 견디거나 병해충을 쫓는 미생물 유전자가 삽입된 콩, 옥수수, 면화, 유채 등이다. 한국 소비자는 GMO로 만든 식품을 이미 대량 섭취하고 있다. 식용으로 수입되고 있는 유전자 변형(GM) 농산물은 대부분 콩과 옥수수다. 수입 콩 가운데 GM 콩은 75%, 수입 옥수수 가운데 GM 옥수수는 50%를 차지한다. 이들 곡물의 낮은 자급률(콩 약 10%, 옥수수 약 1%)을 고려하면 상당량의 GM 옥수수와 콩을 섭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소비자들은 GMO 섭취 사실을 실감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자신이 선택한 제품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표시제다. 식용으로 수입되는 GMO의 대부분은 가공식품에 포함돼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GMO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면제를 받은 제품이 많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충족시키려면 면제 조항이 대폭 개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GM 콩의 99%가 콩기름 제조에 사용된다. 현행 표시제에 따르면 GM 콩에 삽입한 외래 유전자 또는 그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이 최종 제품에 남아있지 않거나 검출이 불가능하면 제품에 GMO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콩기름은 콩에서 지방 성분만 추출해 만들기 때문에 유전자나 단백질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옥수수도 그렇다. GM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감미료(전분당)에는 단백질이 걸러지고 탄수화물과 당분만 남기 때문에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전분당이 사용되는 식품은 수없이 많다.



 나아가 현행 표시제에서는 식품에 쓰인 원료 가운데 GMO의 함량이 전체에서 5순위에 들지 않으면 표시가 면제된다. 그래서 GM 옥수수 전분이 포함된 빵·과자·음료수, GM 콩의 단백질이 포함된 두유·이유식·소시지·햄 등에 표시가 안 될 수 있다. GMO 표시가 돼 있어도 소비자가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점도 문제다. 제품을 꼼꼼히 확인하면 표시가 보이는데, 그 표현이 식품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에서는 ‘유전자 변형’이라고 다르게 등장한다.



 국내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은 GMO가 최종 제품에 남아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GMO를 재료로 사용하면 무조건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유럽연합(EU)이 시행하고 있는 수준으로 표시제를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한국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전자 재조합 식품 등의 표시 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2009년 총리실에 제출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표시제 강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GMO가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입증된 만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학적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9월 프랑스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2년간 생체실험을 한 결과 GM 옥수수(NK603)가 종양과 각종 장기 기능의 이상을 일으켰다고 미국의 학술지에 발표한 것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21개국에 들어와 있는 품목이었다. 각국 정부가 실험의 결함을 지적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과학계에서는 여전히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인지 알고 먹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표시제가 법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김훈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과학기술학)





실익도 없이 사회적 비용만 키울 뿐이다



경규항
세종대 교수
(식품공학)
GMO 식품 표시 범위 확대 주장의 논리는 GMO 원료를 썼으면 사용한 양이나 가공 방법에 관계없이 표시를 해야 맞는다는 것이다. 표시 범위의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럽연합(EU)이 그렇게 하는데 우리나라가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지만 국가의 정책이나 제도는 단순하게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그 나라의 국민 정서나 국가 전략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정해지는 것이다.



 GMO 개발 초기에는 세계적으로 GMO의 안전성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고 표시 범위 문제로 이동해 갔다. 모든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식품으로 허가한 사실 하나로 안전성은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동물 실험을 해봤더니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는 돌출적인 실험 결과가 주기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체로 동일인의 유사한 실험 결과였다. 많은 전문 과학자들이 검토해본 결과 실험 디자인 등에 결함이 있었거나 결과의 해석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안전성과 관련해 장기간 먹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유전적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람이 먹는 식품에 들어 있는 유전자가 사람의 유전성에 절대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예를 들면 쌀을 아무리 오래 먹어도 쌀의 유전자로 인해 사람의 몸에 벼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안다. GMO의 안전성 논란은 처음부터 실체 없이 머리로 생각해낸 가상적인 논란이었을 뿐이다. 대개는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쩔 거냐는 식의 의문 제기였다.



 EU가 강화된 GMO 표시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아마도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산 GMO 농산물로 자국의 농민과 식품가공산업이 입을 피해를 우려해 전략적으로 GMO 표시제 강화 정책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런 마땅한 배경도 없이 “한국도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표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한 나라의 제도나 정책이 그 나라에 좋을지라도 그것이 다른 나라에까지 좋은 정책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농산물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GMO 표시 범위를 확대하면 식품가공업체는 더 많은 원료와 제품을 검사하기 위해, 정부는 늘어나는 감독 업무를 위해 분석 장비와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생산비가 상승하고 세금도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비(非)GMO 농산물만을 사용하면 좋겠지만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있어 비싼 것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비GMO 농산물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비GMO를 구입하고 싶어도 구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식량 수급 사정이 유사한 일본이나 대만의 GMO 표시 제도는 우리나라의 현행 표시 제도와 아주 유사하다. 이러한 표시 제도는 농산물 수입국이란 실정에 맞게 제정된 것이다. 표시 범위의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의 알 권리 차원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불편한 제도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EU의 제도 자체를 모방하기보다 그들의 전략을 파악하는 것이 국익과 국민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규항 세종대 교수 (식품공학)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