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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간헐적 단식에 대한 단상

윤설아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엄마, 저 아침 안 먹어요!”



 어머니가 정성스레 차린 밥상을 동생이 마다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일주일 전 ‘간헐적 단식’을 선포하고 나서부터였다. 최근 한 방송에서 ‘간헐적 단식’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 소개되면서 이 식사법은 삽시간에 화제가 됐었다. 종류도 다양한데, 16시간 동안 공복상태를 유지한 후 8시간 동안 두 끼를 먹는 방법, 일주일에 이틀은 저녁만 먹는 방법, 아예 일주일 중 하루나 이틀은 24시간 동안 굶는 방법 등이다. 평소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 귀찮아하던 동생에게 몇 시간만 공복을 참으면 되는 이 다이어트 방법은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엉뚱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생의 ‘간헐적 단식’이 가족 간 ‘간헐적 대화’로 이어진 것이다. 그랬다. 사실 우리 가족에게 아침식사란 단순히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 중 다 같이 모여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때였던 것이다. 그 때문일까. 부모님은 간헐적 단식이 전문가들의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인 걸 알면서도 “한국인은 자고로 세 끼를 다 먹어야 해” 하시며 본격적으로 흠집 내기에 돌입했다. 나 역시 동생에게 “운동 안 하고 어떻게 살을 빼니”라고 면박을 줬지만 동생을 제외하고 셋이서만 둘러앉은 식탁이 못내 서운하게 느껴진 탓이었으리라.



 간헐적 단식법이 솔깃하면서도 못내 아쉬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에게 밥은 단순히 먹기 위한 게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함께하고픈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계기, 감사를 표하기 위한 성의 표현, 어려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자리 등의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밥을 먹는 30~40분간 좋든 싫든 현재 나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과 마주보고 간단한 안부라도 주고받게 된다. 같은 강의실의 교수나 선후배, 동기와 데면데면하다가도 함께 밥을 먹고 나면 관계가 돈독해지곤 했던 것이 바로 밥의 힘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마다 아침과 점심, 혹은 저녁식사를 거르면 하루 중 그나마 기본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마저 걸러지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TV·스마트폰으로 대화가 단절된 현대인이 간헐적 단식으로 더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기우(杞憂)일까.



 독일의 문예 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식사는 사랑”이라고 했다. 1인 식당과 인스턴트 음식이 발달한 현대에서는 그 사랑의 의미를 찾기가 전보다 더 어려워진 듯싶다. 분명 간헐적 단식 역시 내 몸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사랑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식사를 단순화하고 가볍게 끼니를 때우는 동안 우리는 밥이 맺어준 우리네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혹여 잊어 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8월 휴가를 앞두고 간헐적 단식으로 다이어트를 선포한 친구가 많아지면서 사뭇 외로워지는 올여름이다.



윤설아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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