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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과반 붕괴 위기감 … 백인우월주의 단체 1000곳 5만 명

한 흑인 여성이 지난해 2월 조지 지머먼이 비무장한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의 무죄판결에 항의하며 14일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유니언스퀘어까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2011, 2012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 사태 이후 좀 잠잠해지는가 싶던 미국이 다시 뜨겁다.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만 연일 1000여 명 이상이 운집하고 있다. 비무장한 10대 흑인 청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살해한 조지 지머먼이 13일 무죄 평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머먼 사건' 계기로 본 미국의 피부색 갈등
한때 50만명 KKK 세력 위축됐지만 극우 웹사이트 통해 '증오' 퍼날라
나치이념에 빠져 흑인 집 불 지르고 전직 군인이 시크교 사원 총기 난사



 이번 사건은 여러 관점에서 살필 수 있다. 단순 우발 사고일 수도, 총기 규제 문제일 수도 있다. 단연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미국 사회가 ‘백인우월주의’를 아직 털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피부색 갈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미국, 그 이유가 뭘까. 미국 내 인종 구성의 변화를 알리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달 13일자 뉴욕타임스(NYT)는 역사상 처음으로 백인 사망자가 백인 신생아 수를 초월했다고 보도했다. 2011년에는 유색인종 신생아 수가 백인 신생아 수를 앞지른 바 있다.



2011년 유색인종 신생아 수 백인 앞질러



나치 복장을 한 ‘아리안 네이션스’ 관계자가 미국 아이다호 쾨르드알렌에서 열린 아리아 세계회의를 지지하며 행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바야흐로 미국은 ‘백인이 과반수 인종(white majority)’인 나라에서 ‘백인이 최대 인종(white plurality)’인 나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의 예측에 따르면 2042년에는 흑인·아시아인·히스패닉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단 한 명이라도 더 많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인구학적인 전망뿐만 아니라 아직도 회복 기미가 희미한 경제위기, 경제난에도 계속되는 이민자 대량 유입, 2009년 취임한 미국 44대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백인이 아니라 흑인이라는 사실이 상당수 백인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백인들이 있다. 백인우월주의자(white supremacist)들이다. 백인우월주의는 ‘인종 중에서 가장 우월한 백인이 당연히 다른 인종을 지배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미국 내 여러 갈등 요인을 추적해 온 남부빈곤법률센터(SPLC)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주축이 되는 증오 집단(hate group)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1000여 개다. 증오 집단은 피부색·종교·성정체성 등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다른 인종에 대한 증오심을 마음속에만 품기도 하지만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나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묻지마 구타·방화·살인·테러를 일삼는다. 그런 경우로 예컨대 지난 5일 10년형을 선고받은 브라이언 모드리(36)가 있다. 모드리는 자라면서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14세부터는 나치 이념에 매료됐다. ‘나는 백인이다’는 자긍심에서 고통을 이겨낼 희망을 갖게 됐다.



 모드리는 인종차별주의적인 헤비메탈 음악 가사를 통해 증오심을 더더욱 키웠다. 급기야 2007년 그는 이웃 흑인 가정에 가솔린을 뿌려 불을 질렀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방화를 저지른 이유는 비록 가난하긴 하지만 백인들이 주로 사는 동네에 흑인을 들인 집주인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모드리가 전형적인 사례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난·결손가정·아동학대와 같은 배경에서만 미움의 씨가 자라는 것도 아니다. 백인우월주의자의 사회경제적, 개인적 배경은 다양하다. 아무 문제 없을 듯한 중상류 가정, 베벌리힐스나 월스트리트도 잠재적 테러범을 양산하고 있다. 그래서 큰 총기 난사, 테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국 정부는 과격 이슬람주의자 못지않게 백인우월주의자의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한다.



 지난해 8월 6일 미주리주 인구 5만의 조플린에 있는 이슬람 사원이 방화로 전소됐다. 백인우월주의자의 방화라는 가설이 제기됐지만 아직도 범인의 정체는 알 수 없다. 3명이 사망하고 264명이 부상한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폭발테러의 경우도 일부 범죄 전문가들은 백인우월주의자의 소행일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아니었다. 1995년 4월 19일 168명이 사망한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청사 테러의 경우에도, 미 정부는 주범 티머시 맥베이가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연결된 것은 아닌지 샅샅이 조사했다. 알고 보니 맥베이는 반정부 애국주의 운동에 속했을 뿐이다. ‘애국주의자들’은 미 정부가 ‘사회주의적 세계 단일정부’로 가는 길을 획책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8월 5일에는 웨이드 마이클 페이지라는 이름의 전직 군인이 위스콘신 오크크릭에 있는 시크교 사원에 난입해 총기 난사로 8명을 살해하고 자살했다. 이 경우는 맞았다. 그는 백인우월주의자였다.



 사태가 이러하다 보니 미 정부는 백인우월주의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백인우월주의 극단주의(White Supremacy Extremism)’를 국내 위협 요소 중 하나로 분류한다. 아직 테러로는 분류되지 않았다.



 이런 미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미 정부가 인종차별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 무슬림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백인 과격주의자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것이다. 미 정부로서는 이런 비난이 억울한 면도 있다. 미 정부는 인종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을 1918년부터 모니터링해 왔다.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 정부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수정조항 제1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600만~1000만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홍역을 직접 겪은 유럽에선 인종주의 표현 자체가 엄격히 금지된다. 관용(톨레랑스·tolerance)의 나라 프랑스도 극우파에 대해선 불관용이다. 미국에는 아직 그런 합의가 없기에 미국 정부는 통제 수단에서 한쪽 팔이 묶인 상태다.



 잭 레빈 노스웨스턴대 범죄학 교수에 따르면 백인우월주의 단체 멤버는 5만 명가량이다. 1865년 창설된 KKK는 한때 50만 명의 회원을 자랑했다. KKK는 상원의원을 비롯해 정치인도 다수 배출했다. 해리 트루먼 제33대 대통령(1945∼53)도 한때 KKK에 가입할까 말까를 두고 고민했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 실체 파악 힘들어



 50만 대 5만. 백인우월주의가 맹위를 떨친 50~60년대에 비하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게 아닐까. 문제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압력밥솥이 ‘휴대용 대량살상무기’가 되는 시대이고, 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라는 점이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증오를 가득 담은 노래나 1995년에 생긴 스톰프런트(Stormfront.org)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세력을 조용히 키워가고 있다. 점조직 형태로 번식하기 때문에 활동의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가족 같은 셀 조직에 정보제공자를 투입하는 게 용이치 않은 것이다.



 셀 조직 외에 아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감옥이다. 나치 상징을 즐겨 사용하는 아리안 형제단(Aryan Brotherhood)이 대표적 사례다. 잠시 형제단의 역사를 살펴보자. 뿌리는 1964년 캘리포니아 샌퀜틴 교도소다. 격리 수용됐던 흑백 죄수들을 사회와 마찬가지로 합치는(desegregation) 과정에서 백인 죄수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형제단을 결성했다. ‘블랙 파워’에 맞설 ‘화이트 파워’가 필요했던 것이다.



 형제단을 중심으로 1993년 4월 11~21일 오하이오 루카스빌 교도소에서 죄수 폭동이 일어났다. 간수 1명과 간수들의 ‘끄나풀’로 의심된 죄수 9명을 처형했다. 교도소를 무대로 하는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콜로라도에서 발생한 교도소장 암살, 텍사스의 지방 검사 암살도 어떤 형태로든 백인우월주의 갱이 배후일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출감으로 백인우월주의 활동을 마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갇혀 있는 형제들을 먹여 살리는 게 의무다. 배신하면 죽음이다. 그러니 출감 후에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거래에 손을 대게 된다.



 미국에는 피부가 아무리 희어도 히스패닉은 백인이 아니라고 보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그럼에도 아리아인 형제단 같은 백인우월주의 갱은 멕시코 갱과도 연대한다. 돈 앞에서는 인종주의 원칙도 반드시 다 지키는 게 아니라 융통성이 발휘될 수 있다.



 융통성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미국 사회에서 다시 주류로 떠오르기 위한 수단이다. 중산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 온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종혐오 그룹도 있다. 또한 융통성을 발휘하면 아직은 서로 협력하지 않고 있는 백인우월주의와 애국주의 세력, 아리안 네이션스(Aryan Nations)과 같은 일부 과격 기독교 세력 등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 백인우월주의는 반유대주의를 연결고리로 유색인종이 주축인 극단적 이슬람주의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유색(有色)’ 중국의 부상으로 ‘백인 미국’의 국제 패권이 흔들리는 이 시대에, 미국 내에서는 백인들의 국내 패권도 흔들리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미국의 다문화주의는 백인우월주의라는 내환위기(內患危機)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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