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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먹지도 못하고, 눈썹도 없는 아들 그 아이가 깨우쳐준 새로운 세상

달나라 소년

이언 브라운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374쪽, 1만4800원




이 책에서 엄마가 바라는 건 아들이 학교에서 C학점를 받아오는 평범한 아이가 되는 거다. 아버지는 “저리 꺼져, 아빠”라는 말을 듣는다면 게티즈버그 연설에 버금하는 감동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



 아들은 말은 커녕 스스로는 먹지도 못한다. 특수 조제된 유동식을 튜브로 주입해줘야 한다. 대소변도 못 가린다. 밤낮 없이 울거나, 토하거나, 주먹으로 제 머리를 때리는 ‘고장 난’ 아들이다. 아버지는 항상 궁금했다. ‘이 아이의 삶에 도대체 어떤 가치가 있을까. 주위 사람들은 또 얼마나 큰 부담을 지고 있는가.’



 아버지는 아들을 보면서 달을 쳐다보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달에서는 가끔 사람 얼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존재가 중요하게 느껴질까. 아들이 내게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일까.”



 저자의 열세 살 난 아들 워커는 심장-얼굴-피부증후군(CFC)이라는 희귀병 환자다. 눈썹은 없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피부는 너무 얇고, 팔다리는 지나치게 가늘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눈길을 돌리거나, 어떤 아버지가 저런 아들을 낳았나 궁금해하면서 그를 본다.



 도를 깨우치기 위해 용맹정진하는 수도승처럼, 공주를 구하려 긴 항해를 떠나는 영웅처럼 아버지는 아들과 아들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탐험을 떠난다. 다른 CFC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고, 워커의 병을 초래한 유전자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노력의 대가는 기대 이하다. 인간이 유전자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그는 계속 전진한다. 지적장애인 공동체을 찾아간 그는 ‘당신은 뭘 잘하나요’ 대신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내 친구가 돼줄 건가요’라고 묻는 장애인들을 만난다. 그곳에서 그는 ‘워커가 정상인이 되지 못한 실패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워커는 돌연변이와 변형의 실패 사례가 아니라 인간 종족의 다른 구성원에게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윤리관을 가져다 주어 적자생존이라는 황량한 공허 속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존재일지 모른다.” 워커는 이제 텅 빈 달이 아니라 나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책의 마지막은 발작을 일으킨 아들을 품에 안은 저자의 독백이다. “아이가 죽을 때 이럴 것이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내 아들과 나 사이의 공간에 기대나 실망, 실패나 성공은 이제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우리는 둘이서 함께 기다린다”고.



 저자는 캐나다의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다. 중증 장애아를 키워온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깊이 있는 사유와 문학성을 인정받아 2010년 캐나다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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