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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비극의 땅 아프간 … 삶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산은 늘 거기에 있었다. 살아 있기에 버거운 순간 울음을 삼킬 때도, 행복에 겨워 목 높여 웃음을 뿌릴 때도. 호세이니의 신작에서도 산은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 울렸다. [사진 현대문학]


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584쪽, 1만4800원




책의 온기에 마음이 느슨해졌다. 나른한 느슨함이 아니었다. 따뜻한 기운에 마음속 무언가가 스르르 풀리는 듯한 평온한 느낌이었다. 전작 『연을 쫓는 아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48)의 신작은 마음을 다독이는 마법을 부렸다.



 작가가 소설 앞머리에 인용한 13세기 이슬람 시인 잘랄 아드딘 루미의 시 ‘잘잘못에 대한 생각을/넘어선 저 멀리에/들판이 있다/나, 그대를 그곳에서 만나리’처럼 호세이니의 시선은 너그럽다. 누구에게나 그럴만한 이유와 사연이 있다는 듯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목소리는 선악과 시비, 미추 등 우리를 옥죄는 편협한 마음에서 한 발짝 비켜서도록 이끈다.



 소설을 관통하는 스토리는 가난 때문에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 남매 압둘라와 파리의 사연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시골마을 샤드바그에 살던 남매는 아버지가 세 살배기 파리를 수도 카불의 부잣집으로 입양 보내며 헤어지게 된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남매의 삶을 밑동 삼아 9개의 다른 이야기가 가지를 뻗어내며 하나의 소설로 큰 나무를 이룬다.



 호세이니가 “여러 세대의 가족이야기”라고 밝혔듯 소설에서는 압둘라와 파리를 중심에 둔 3대의 이야기가 세로축으로, 두 사람과 연결된 여러 인물의 사연이 가로축으로 맞물린다. 자식을 버린 부모, 부모를 떠나는 자식, 질투로 언니를 죽인 동생 등 서로 보살피고 희생하고 의지하면서도 상처 주고 배신하는 가족이란 복잡한 방정식이 끊임없이 답을 재촉한다. ‘1㎢에 비극이 천 개쯤 되는 것 같은’ 카불로 대표되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자의 죄책감과 남은 자의 고통, 찾아온 자의 연민도 소설의 곳곳에 배어있다.



 돋보이는 건 기억과 망각에 대한 철학적 서사다. 호세이니는 “실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나는 이 책의 등장인물을 시간의 흐름에 따른 희생자로 본다. 기억은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기억이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몇 번이고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고 했다.



 그렇기에 독자는 혈육과 헤어지는 고통을 잊은 자(파리)와 기억하는 자(압둘라) 중 누가 더 불행하고 행복한가를 고민하게 된다. 농부 아유브의 동화를 읽으며 망각과 기억이 신이 내려준 자비심과 잔인함의 빛과 그림자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짜임새 있는 매끈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면 문득문득 방향을 가늠키 어렵게 흘러가는 이야기로 읽기 힘들다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책장을 넘길수록 묵직하면서도 둔중한 삶에 대한 이야기에 이내 빠져들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성형외과 의사로 그리스에서 누릴 수 있는 안온한 삶을 뒤로한 채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마르코스에게 그의 엄마가 해주는 이런 말이다.



 “마르코스, 참 우스운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거꾸로 간다. 그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 따라 산다고 생각하지. 그러나 정말로 그들을 끌고 가는 건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란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잠시 책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삶을 끌고 가는 추동력이 두려움인지 열망인지에 대해 일순 머릿속이 복잡해진 탓이다. 호세이니의 신작은, 이렇게 잠시 책을 내려두게 하는 여러 순간을 선사했다. 산이 울렸듯, 독자를 울리며.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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