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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불 탄 숭례문 보며 분노한 이유는

2008년 2월 10일. 모두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서울 한복판에서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염에 휩싸인 겁니다. 취객이 사다리를 타고 문루 계단을 통해 숭례문 2층 누각에 침입해 불을 질러 숭례문은 전소했고, 무려 5년3개월이 지난 올 5월 4일에야 복원된 모습으로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당시 국보 1호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통해 평소 잊고 지내던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교과서와 신문을 보며 문화재가 소중한 진짜 이유가 뭔지 생각해봅시다.



정리=박형수 기자





◆신문에서 찾은 문화재의 의미



 문장에는 ‘호응’이라는 법칙이 있습니다. 예컨대 ‘절대’라는 단어는 ‘해서는 안 된다’라는 부정어와 호응합니다. ‘절대 좋아해’나 ‘절대 해낼 거야’라고 쓰면 잘못된 문장이 되죠. 문화재는 명사인데도 호응하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재를 주어로 쓸 때면 누구나 ‘소중히 여겨야 한다’를 서술어로 쓰니까요. 하지만 궁금하지 않은가요. 문화재를 소중히 여기는 게 왜 중요한지, 문화재를 소중히 여겨 내게 좋은 점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2008년 문화재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보 1호인 숭례문에 화재가 나 전소된 사건이죠. 취객의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시작된 불길이 일순간 숭례문을 통째로 태워버린 겁니다. 새까맣게 타버린 국보 1호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상실감과 분노를 느꼈다는 이가 많았습니다.



 5월 6일자 중앙일보 기사에서는 이 상실감과 분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문화재는 한낱 유물이 아니다. 그 자체가 시푸르게 살아 숨쉬는 역사다. 탈레반이 인류 문화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폭파했을 때 전 세계 지성은 그 충격적인 반달리즘(다른 문화나 종교·예술 등에 대한 무지로 그것들을 파괴하는 행위) 앞에 경악했다. 깨진 것은 바윗덩어리였지만 사라진 것은 역사요, 날아간 것은 문화였기에.’



 간송미술관에 대해 쓴 2월 14일자 기사에선 문화재를 ‘나라의 영혼’에 비유합니다. 간송미술관의 설립자인 전형필(1906~62)이 고려청자를 일본인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지켜내기 위해 당시 경성(지금의 서울)의 번듯한 기와집 400채 값을 지불했던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져오고 있지요.



 이런 기사 내용을 숭례문 화재 사건에 대입해보면 ‘타버린 것은 목조 건물이지만 사라진 것은 (숭례문과 함께해온) 우리의 삶이요, 날아간 것은 나라의 영혼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사]

▶ 일본인에게 ‘뇌물’로 넘어간 숱한 문화재들

▶ 간송미술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 돌아온 국보 1호, 615년 전 모습 되살렸다

▶ 4일 열리는 새 숭례문 … 젊은이에게 보내는 이어령 편지

▶ 숭례문의 어제와 오늘





◆문화재는 단순히 옛 것 아니라 현대인 코드 읽는 비밀의 문



국격 상징이자 미래 여는 열쇠



 문화재의 사전적 의미는 ‘문화 활동에 의해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이라고 돼 있습니다. 여기에 쓰인 ‘문화’의 의미는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요. 의식주를 포함한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을 모두 포함하는 생활양식의 총체를 문화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문화의 의미가 광범위한 만큼 영향력도 지대합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갖는 행동과 사고방식이 문화와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합니다.



 일례로 무더운 여름날 외출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가 성(性) 역할에 엄격한 법률과 관습을 가진 나라에서 온 여성이라면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문화적 배경이 개인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 예라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문화재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재는 그저 오래된 옛것이 아니라 당대 사람들의 생활양식 총체를 읽어낼 수 있는 코드가 담긴 비밀의 문과 같은 존재라고 말입니다. 문화재에 선조의 얼이 서려 있다는 말도 이와 같은 의미입니다. 고려청자라는 문화재를 통해 불교와 도교에 심취한 고려 귀족의 화려한 생활 모습, 당시 사기장이들의 치열한 장인정신 등을 읽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백자 달 항아리’라는 글에는 조선백자에 담긴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가 잘 표현돼 있습니다. 무심하게 빚어낸 둥근 모습, 아무 장식도 고운 빛깔도 없이 그저 젖빛인 달 항아리를 통해 한국인 특유의 어리숙하면서도 순진한 아름다운 정을 느낄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는 문화재 약탈과 훼손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문화재 약탈이 가장 심했던 시기는 19세기인데요. 당시 유럽은 산업혁명이 일어나 남아도는 자본과 넘쳐나는 상품을 수출할 통로로 식민지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었습니다. 아시아·아프리카·인도로 식민지 개척에 나섰던 유럽인들은 단순히 영토를 침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고학자나 역사학자들을 대동해 문화재를 빼앗아갔죠. 제국주의 국가들은 “세계적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을 가장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며 문화재 약탈의 변을 늘어놓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문화재는 그 자체로 민족의 자존심, 곧 국격(國格)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를 약탈해 침략당한 민족의 구심점을 흩어버리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간송 전형필이 일제강점기 때 전 재산을 털어가며 문화재를 지켰던 것도 같은 이런 문화재의 의미를 꿰뚫어보았기 때문이겠지요.



 또 다른 역사 교과서에는 한국전쟁 중에 문화재를 지킨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행 편대장이었던 김영환 대령이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상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전쟁 중 명령 불복종으로 맞서며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사례가 그것입니다.



 맹자는 ‘사람은 스스로를 업신여긴 뒤에야 남에게 모욕을 당하고…나라도 스스로를 해친 뒤에야 남의 손에 망한다’고 했습니다. 선조가 남긴 문화재를 하찮은 과거의 유물로만 생각할 때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되새겨볼 일입니다.

◆ 교과서

▶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천재교육)Ⅲ단원 문화와 사회 (1)문화의 의미와 특징

▶ 고등학교 국어下(천재교육) Ⅴ단원 문학과 비평 (3)비평문 쓰기

▶ 중학교 역사下(미래엔)Ⅴ단원 산업화와 국민 국가의 형성 (5)제국주의 등장과 식민지 분할

▶ 중학교 역사下(금성출판사)Ⅳ단원 산업사회와 국민 국가의 형성 (4)제국주의 등장

▶ 중학교1 기술가정 (교학사)Ⅲ단원 기술의 발달과 미래사회 (2)전통 기술의 이해



※집필=명덕외고 김영민·최서희(국어), 한민석(사회), 양강중 김지연(역사), 청운중 유정민(기술가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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