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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말하는 경쟁력

"가족이 주인이자 종업원, 인건비 적게 드니 싸게 팔죠"



골목상권 다 죽는다고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법안까지 나온 마당이다. 그런데 인근에 최고급 백화점 식품 매장과 대형마트가 즐비한데도 강남의 재래시장이 꿋꿋하게 버티는 비결은 뭘까. 강남의 시장 상인들은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모든 장사의 기본이 여기서도 그대로 통했다. 뛰어난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거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7월 8~9일 송파구의 새마을시장과 강남구의 영동전통시장의 야채·육류·생선 등의 가격을 인근 대형마트나 SSM과 비교해보니 대체로 5~30%가량 저렴했다. 일부 품목은 절반 가격이었다. <표 참조> 대량 구매하는 대형마트보다 어떻게 가격경쟁력이 있을 수 있을까. 답은 마진이다.





 도곡시장 과일가게 ‘매일농산물’의 김상곤(51)씨는 “대형마트가 일반적으로 30% 마진을 목표로 판다면 우리는 20% 마진만 남긴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의 가격경쟁력을 가장 확실히 볼 수 있는 건 저녁 ‘떨이 시간’이다. 김씨는 “대형마트는 기껏해야 절반 가격이지만 우리는 3분의 1 가격에도 판매한다”고 했다. 보관 기술이 아무래도 대형마트보다 열악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그날 다 팔아야 하는 거다.



 혹시 ‘싼 게 비지떡’이라고 물건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오히려 정반대다. 신사시장 ‘은정반찬가게’ 박성자(67·여)씨는 매일 새벽 청량리 경동시장에 간다. 경동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가서 가장 신선한 재료를 사 온다. 오전 7시부터 반찬을 만든다. 그날 들여온 싱싱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날 반찬은 떨이로 팔거나 인근 현대아파트 경비실에 넘겨서 그날 다 처리한다.



 고객 관리는 백화점에 뒤지지 않는다. 도곡시장 ‘부부생선’은 회원 제도를 운영한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주일에 한두 번 문자메시지로 정보를 보낸다. 그날 물 좋은 수산물의 품목과 가격 등이다. 영동전통시장 ‘장생건강원’ 권기원(66)씨는 방문 고객을 자세히 기록한다. 예컨대 부기 빼는 데 좋은 호박즙을 사 갔다면 집에 성형수술 환자나 산후조리 산부가 있을 것이라고 적고, 얼굴을 기억했다가 다음에 오면 다른 좋은 약재나 민간요법을 소개한다.



백화점 누른 비결은 단골 맞춤형 서비스 … 손님 얼굴 기억하는 건 기본



▶싼값과 세심한 단골 관리



풍납시장 ‘정주상회’(과일) 최규성(45)씨. “대형마트는 매장당 수백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지만 시장 가게는 대부분 가족 두어 명이 달라붙는다. 가게가 커 봐야 종업원 1~2명을 두는 정도라 인건비가 적게 든다.”



도곡시장 엘림청과 김용준(55)씨. “단골이 어떤 과일이 필요하다고 하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갈 때 그 단골이 말한 과일을 미리 생각해 뒀다가 그 고객용으로 좋은 걸 따로 사 온다.”



▶뛰어난 품질



석촌시장 ‘현대정육점’ 홍인철(57)씨. “직접 소시지와 햄을 만들어 판다. 맛은 삼겹살에 뒤지지 않는데 고객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뒷다리살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 만들었다. 지금은 가게 전체 월 매출의 20%(1200만~1500만원)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좋은 고기와 사골을 골라 곰탕도 내놨다. 손님들이 ‘정육점에서 파는 소시지와 곰탕은 좋은 재료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찾는 것 같다.”



▶상인의 전문성



마천시장 텃밭농원의 최양식(61)씨. “재래시장 상인은 대개 10~20년 이상 해당 품목을 팔아 온 사람이다. 수십 년 경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제공하는 그 어떤 편의보다 비교 우위를 갖는 장점이다. 직접 씨 뿌리고, 기르고, 판매까지 하니 나보다 채소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다. 예컨대 요즘 고추를 사려는 손님에게는 꼭 꼭지를 확인시켜 준다. 장마철에는 꼭지부터 상하기 때문이다.”



▶차별화한 상품



신사시장 ‘성도상회’ 서유석(57)씨. “대형마트에 없는 물건을 판다. 우리 집 보리굴비는 우리 부부가 한 마리씩 망치로 두들겨 껍질을 벗긴 후 일일이 손으로 가시를 발라낸다.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려 하루 세 봉지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이걸 보고 손님이 찾아온다. 북어는 잘게 찢은 정도차를 3단계로 나눠 판매한다.”



유성운·심영주·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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