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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HSBC의 퇴장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하며 나타난 씨티은행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빨간 우산의 로고를 단 세계 1위 은행의 상륙에 금융권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시선으로 지켜봤다. 당시 이 회사의 특판 출시나 금리인하 같은 소소한 움직임까지 신문 경제면 톱을 장식할 정도였다. 그 후 9년. 지금 한국씨티은행은 그저 존재감 미미한 중소형 은행일 뿐이다. 이 회사 노조에 따르면 2004년 말 6%였던 시장점유율은 지금 반 토막이 나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 84년 전통의 제일은행 간판을 떼어낸 이 글로벌 회사도 한국에선 거의 힘을 못 쓴다. 2011년 두 달간의 파업으로 사세는 쪼그라들었고, 고배당 논란과 편법영업, 간간이 불거지는 매각설은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다.



 급기야 짐 싸서 돌아가는 곳도 나왔다. HSBC은행이다. 이 회사는 시중은행인 씨티·SC와는 성격이 다른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이긴 하다. 그래도 본사 명성만큼은 절대 안 뒤진다. 외환은행 등 무려 다섯 차례나 국내은행 인수를 추진하다 중도에 발을 빼며 금융당국에 미운 털이 박히더니 이번엔 ‘bye~코리아’를 선언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이렇게 한국에서 고전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국내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과 근시안적 경영 탓이다. 이들은 토종 대형은행에 밀리는 취약한 영업망을 보강하고 중소기업 발굴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노력에 소홀했다. 그저 대출모집인을 통한 개인대출 같이 손쉬운 영업에만 치중해 왔다. 점심시간 후 뜬금없이 걸려오는 대출 전화, 지하철 출구에서 떠안기는 전단엔 어김없이 이들의 이름이 나온다. 지속적인 지점 축소는 노사 갈등을 낳았고, 중소기업과 담을 쌓은 영업 행태는 퇴직연금 점유율 0%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수익성 지상주의 기치 아래 벌인 몇몇 변칙영업은 금융당국에 적발돼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디 은행만의 얘기랴. 자산운용업계에선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28곳 중 8곳이 외국계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철수를 선언했고, ING자산운용도 최근 매각이 성사됐다. 참신한 금융상품을 내놓기보단 해외 유명펀드에 돈을 넣는 재간접형 펀드로 수수료 챙기기에만 열을 올린 결과다. 보험권에선 한때 대졸 남자 생활설계사 바람을 불러 일으킨 ING생명이 회사를 팔고 나갈 참이다.



 외국계들의 탈(脫)한국이 별로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선진 노하우로 ‘안방대장’들을 자극하는 일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계들은 기본부터 다졌으면 한다. 고배당과 단기 수익성 극대화라는 근시안적 경영에서 벗어나 좀 더 국내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고 투자도 늘리며 영업기반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고 금융회사의 공적인 성격도 새길 필요가 있다. “외국자본이 인수한 뒤 시중은행이 꼭 저축은행이 된 것 같다”는 한 은행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바란다.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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