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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비키니부터 비행기까지 나홀로 복제





3D프린팅, 제조업 미래 바꾼다











































일본의 3D 프린팅 업체 파소테크(FASOTEC)는 지난해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선보였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에 나온 태아의 모습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조형물로 만든 것이다. ‘천사의 형상(Shape of an Angel)’으로 불리는 이 상품은 가격이 10만 엔으로 비싼 데다, 실제 태아 모습과 비슷해 징그럽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는 이달 초 6000만 년 전 생존했던 공룡 안킬로사우루스의 머리뼈 화석을 3D 프린터로 복제했다. 국내 연구팀이 몽골에서 발굴해 가져온 화석으로, 나중에 몽골에 돌려줘야 할 때를 대비해 똑같은 모양으로 복제한 것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화석의 본을 뜨고 틀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은 3차원 데이터를 만들어 3D 프린터로 넘기면 된다”며 “진본을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기술로 3D 프린터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3차 산업 혁명을 몰고 올 제품”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항공기·자동차 등의 주요 부품에서 의료·패션·바이오 등에까지 영역을 확대한 3D 프린터는 최근 저렴해진 가격을 바탕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래픽 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어떤 3차원의 물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3D 프린팅은 ‘21세기의 연금술’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파급 효과가 커 미래 제조업을 이끌 핵심 기술로 조명받고 있다.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거의 모든 것의 생산방식을 바꿀 잠재력을 가졌다”며 “미국 제조업을 다시 일으킬 혁신기술”이라고 조명하기도 했다. 그는 미 전역에 3D 프린터 연구개발(R&D)센터를 15곳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15일 KT경영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3D 프린팅 및 관련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1년 37억 달러에서 2019년 133억 달러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6년까지 전 세계 제조업체 중 최소 25% 이상의 기업이 부품 생산 과정에 3D 프린팅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3D 프린팅이 미증유의 첨단 기술은 아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3D시스템스사’가 상용화에 성공한 뒤, 3D 프린팅은 각종 시제품의 제작을 도와주는 쾌속조형(RP), 첨삭가공(AM) 기술 등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가격이 수억원대에 달했고 부피도 커 일부 대기업·정부 등에서 공개할 수 없는 부품 모형을 만드는 등의 제한된 용도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미국 등에서 가격이 수백만원대 수준인 보급형 제품이 등장하고, 부피도 전자레인지 크기 정도로 줄면서 일반인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3D 프린터 업체인 캐리마의 이병극 대표는 “수천 개 이상의 제품을 만들려면 기존처럼 틀을 만들어 찍어내는 것이 싸고 빠르겠지만 몇 개에서 몇십 개만 만드는 것은 3D 프린터가 더 빠르고 저렴하다”며 “제조업에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가 가져온 것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조업에서 3D 프린팅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제품 출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방식대로라면 시제품을 만들 때 틀을 만들고 여기 맞춰 주문한 재료를 잘라낸 뒤 조립하는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3D 프린팅은 별도의 디지털 설계도만 있으면 수시간 만에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각종 설계 정보를 온라인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 협업도 수월하다. 예컨대 한국에 있는 디자인팀이 설계도가 담긴 파일만 전송해주면 중국 생산공장에서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이다. 값싼 재료로 미리 똑같이 생긴 제품을 만들어보면서 사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등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의 오류 발생도 줄어든다. LG경제연구원 홍일선 연구원은 “3D 프린팅은 다른 규격의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설계도를 구입하고 개인이 직접 제품을 제작하는 식으로 ‘개인 맞춤형’ 제조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누구나 집에서 단시간에 시제품 뚝딱



 나이키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축구화 ‘베이퍼 레이저 탤런’을 지난 3월 선보였다. 3D 프린팅 방식으로 징이 박힌 플라스틱 신발 밑창이나 스파이크 등을 만들었다. 아디다스도 3D 프린터를 이용해 시제품 개발 시간을 단축했다. 예전에는 12명의 기술자가 달라붙어 4~6주 동안 만들어야 했지만 이젠 2명의 기술자가 1~2일 내에 만들 수 있게 됐다. 보잉은 300개 정도의 소형 항공기 부품을 3D 프린팅을 이용해 생산 중이며, 노키아는 3D 프린터로 휴대전화 케이스를 고객이 직접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제너럴일렉트릭(GE)·포드·피아트 등 가전·자동차 업계도 각종 부품과 시제품을 만들 때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



 요즘 들어 3D 프린팅의 쓰임새도 몰라보게 늘어났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옷·구두·속옷 등이 등장하는 패션쇼가 열리고 있으며, 스마트폰 케이스나 간단한 액세서리·장난감 등 소품을 제작해주는 개인사업자도 생겨났다.



2019년 133억 달러 시장으로 급팽창



일본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연인의 얼굴을 꼭 닮은 3D 초콜릿 상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산업이다. 환자의 신체에 맞추어 인공 뼈·관절·장기 등을 제작하는 식이다. 성균관대 의대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는 부비동암 수술에 3D 프린터 기술을 적용, 수술 후 부작용 중 하나인 얼굴과 눈 함몰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미국에선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라는 단체가 3D 프린터로 플라스틱 권총 틀을 만들어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설계도 삭제를 지시했지만 이미 10만 명 이상이 파일을 내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설계도를 내려받으면 집에서도 각종 불법 총기를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저작권 침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가령 범죄자들이 각종 문화재나 예술품의 도면을 손에 넣은 뒤 정교한 모조품을 유통시킬 경우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크다.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마구잡이로 제품 복제가 이뤄질 수 있기에 ‘짝퉁’이 범람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3D 프린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이에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는 산·학 연계기술 및 제품개발 지원 등을 통해 3D 프린팅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30억 엔을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로 ‘모래형’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은 3D 프린터 기술의 산업화 및 국제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베이징에 ‘3D 프린터 기술산업 연맹’을 설립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한국 2.2%, 중국 8.6%



 한국의 3D 프린터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몇몇 중소기업이 3D 프린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아직 대기업은 관심 밖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지만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은 2.2%로 미국(38.3%)·일본(10.2%)·독일(9.3%)·중국(8.6%)에 크게 밀린다. 정부는 늦게나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3D 프린팅 산업 발전전략 포럼’ 발대식을 열고 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산업부는 관련 기업과 대학 및 연구소로부터 의견을 취합한 뒤, 9월 3D 프린팅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KT경영경제연구소 이보경 연구원은 “3D 프린팅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며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관련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등의 개발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도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3D 프린팅 쉽게 말해 3차원 물체를 인쇄하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물체 정보를 스캐닝하거나 3D 그래픽으로 설계한 후 플라스틱 액체나 파우더 같은 원료를 이용, 3차원의 물질을 찍어낸다. 아주 얇은 막을 한 층씩 쌓아 올리는 식으로 물건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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