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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대통령 시대에도 … 끝 안 보이는 인종갈등

17세 흑인 소년 총격 살해 혐의로 기소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지머먼에 대해 무죄평결이 내려지자 14일(현지시간)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 로이터=뉴스1]


플로리다주의 인구 5만여 명이 사는 소도시 샌포드가 전 미국을 인종 차별 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요일인 14일(현지시간) 워싱턴·뉴욕·시카고·샌프란시스코·애틀랜타 등에선 적게는 수십 명에서부터 많게는 수백 명까지 흑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미 흑인 쏜 백인 무죄평결 파장
고속도로 점거 등 시위 격화
비욘세는 공연 도중 묵념
오바마 "총기소유 막아내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나라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해묵은 갈등을 불러온 계기는 지머먼 사건이었다. 지난해 2월 히스패닉계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29)은 밤늦게 편의점에 들렀다 귀가하던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총을 쏴 살해했다. 지머먼은 마틴이 먼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생명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숨진 마틴은 후드 차림이었으며 호주머니에 스키틀스(캔디)와 아이스티가 들어 있을 뿐 비무장 상태였다. 특히 경찰은 지머먼의 주장을 받아들여 44일 동안 체포조차 하지 않았다.



 흑인사회는 들고 일어났다. 평소 흑인을 미워하는 지머먼이 인종 차별적 동기로 저항 능력이 없는 소년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까지 가세한 시위가 전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내게 아들이 있었다면 마틴과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플로리다 주 검찰이 나섰고 올해 4월 지머먼을 2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잠잠해지는가 했던 사건에 다시 불을 지핀 건 지난 13일 밤의 판결이었다. CNN 등 미 방송사들이 48시간의 재판 과정을 생중계하는 가운데 6명으로 구성된 순회 배심원단은 지머먼의 주장을 받아들여 살인죄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6명의 배심원은 히스패닉계 1명을 포함해 모두 백인 여성들이었다. 지머먼 측은 환호한 반면 흑인이 한 명도 없는 배심원단의 평결에 대해 흑인 사회는 또 다시 분노했다.



 법원 밖에서 판결을 기다리던 ‘트레이번을 위한 정의 연대’ 모임 회원들은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고 비판했다. 판결 결과가 내려진 직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공연 중이던 인기 가수 비욘세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미 프로농구 마이애미 히트의 흑인 선수 드웨인 웨이드는 “내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전국 곳곳에서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왔다. LA에선 흑인 시위대가 10번 고속도로를 일시 점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법치국가이고 판결은 내려졌다”며 “마틴을 애도하는 열정으로 총기 소유로 인한 폭력을 막는 데 힘쓰자”고 호소했다.



 흑인들의 반발과 시위가 진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레이번을 위한 정의 연대’는 성명에서 “흑인 청소년들이 사법 시스템에 의해 보호를 받고, 인종 차별이 종식될 때까지 새로운 미국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최대 흑인단체인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는 비록 형사재판이 끝났지만 법무부가 지머먼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청원 운동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1992년 로드니 킹 사건(백인 교통경찰들이 흑인을 구타한 사건)으로 인한 LA 폭동 때 엉뚱하게 피해를 본 한인 사회는 긴장하며 이번 파문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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