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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클래식 선율에 젖어 설원의 침엽수림 거니는 듯

도성욱 작가가 대관령국제음악제 10주년을 맞아 제작한 ‘Condition-Light’(2013), 112x162cm, Oil on canvas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2004년 강효 줄리아드음대 교수와 세종솔로이스츠를 주축으로 시작된 행사는 2010년부터 정명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정경화 줄리아드음대 교수를 예술감독 삼아 세계 속의 음악 축제로 성큼 발돋움했다. 평창의 수려한 자연 속에서 빼어난 연주가들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결과다. 지금은 아티스트들이 참가하고 싶어하는 음악제로 손꼽힌다.

10회 맞은 대관령국제음악제, 올 주제는 ‘오로라의 노래’

7월 25일부터 8월 4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와 콘서트홀 등지에서 펼쳐지는 올해의 주제는 ‘Northern Lights-오로라의 노래’. 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덴마크·아이슬란드 작곡가들의 명곡을 북유럽 출신 연주자 등 국내외 명연주자들이 연주한다.

눈 덮인 침엽수림과 얼음 위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가 떠오르는 북유럽 음악의 특징은 과연 어떤 것일까. 생 미셸 스트링스의 음악 감독 사샤 마킬라는 “자연과의 친밀함, 넓은 공간 속에서 삶의 여유를 갖고 사는 정신적 풍경을 형성해 왔다”고 말한다.

그저 편안한 자세로 거장과 신예의 연주에 푹 빠져 있다 나오면 시원한 대관령의 여름밤이다. 싱그러운 풀냄새 차갑게 젖은 알펜시아의 산책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그·시벨리우스 명곡과 명연주자의 하모니
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핀란드 등 북유럽 문화 강국에서는 일찍이 문학이 꽃을 피웠고 특히 가정에서 듣는 오디오가 발달했다. 긴 겨울 동안 실내에서 시간 보낼 일이 많아서 생긴 전통이다.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의 그 수려한 ‘음악 피오르드’를 거슬러 올라가면 대 작곡가 에드바르트 그리그(1843~1907)가 나온다. 항구도시 베르겐에서 태어난 그리그의 아버지는 노르웨이에 정착한 스코틀랜드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노르웨이 여성이었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같은 베르겐 출신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올레 불의 인정을 받아 그의 권유로 15세 때 라이프치히 음악원에 유학해 4년간 작곡과 피아노 주법을 배웠다.

그리그가 묘사한 북유럽의 숲에선 침엽수 냄새가 난다. 그는 ‘북유럽의 쇼팽’이라 불릴 정도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고전적인 구성미로 북유럽 음악을 세계인의 감성과 공감하도록 다듬었다. 그리그의 멜로디는 노르웨이의 향토색이 강하게 담겨 있다. 대담한 조바꿈은 색채적인 효과를 높였다.

극작가 입센의 극 부수음악으로 쓴 ‘페르 귄트’는 그의 대표작으로 민족적 특성과 정통 클래식의 양식이 함께 존재한다. ‘솔베이그의 노래’를 비롯한 ‘페르 귄트’를 이루는 여러 명곡들은 북유럽의 자연과 정서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리그는 피아노곡과 가곡, 실내악 등 비교적 소편성의 형식으로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슈만의 작품과 커플링되어 발매되곤 하는 그의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서정 소곡집’과 같은 그의 피아노 작품에서 발견되는 섬세하고 우아한 음과 장식음에서 쇼팽으로부터의 영향과 노르웨이의 민요, 무용의 발자취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현재 노르웨이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리그의 후예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가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다. 1970년생으로 올해 마흔셋인 안스네스는 그리그가 가장 사랑했고 많은 시간을 보낸 아름다운 항구도시 베르겐을 중심지로 삼아 활동하고 있다. 독주와 앙상블, 반주를 가리지 않는 바쁜 연주활동은 물론이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클래식 음악에 가깝게 이끌어주는 강연 등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가 EMI에서 발매한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들어보면 투명한 터치와 깔끔한 프레이즈 진행, 이지적인 절제 등이 눈에 띈다.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의 연주도 완성도 높은 연주에 일조하고 있다.

백야의 나라 핀란드를 대표하는 얀 시벨리우스(1865~1957)는 철저하게 깨끗한 고전적인 양식을 고수했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두고 ‘한정된 의미에서 민족주의적’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민요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모방하는 일이 없었다. 핀란드의 민족 서사시인 ‘칼레발라’에 마음을 빼앗긴 그는 이 작품에서 성악 작품의 가사와 교향시의 주제를 채택했다. 그는 핀란드의 차가운 대지를 비추는 눈부신 태양 같은 순간들, 때로는 음울하고 때로는 황량한 자연 자체의 힘을 자신의 음악에 투사했다.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것으로 7곡의 교향곡과 ‘핀란디아’ ‘슬픈 왈츠’ ‘타피올라’ ‘포욜라의 딸’ 등 교향시,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 수 있다. 동시대 쇤베르크나 스트라빈스키, 바르토크 등의 작곡가들이 급진적인 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시벨리우스는 엄격함과 고전주의적인 고요함을 품고 있는 음악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시벨리우스의 모든 작품 가운데 하나만 꼽으라면 교향곡 5번을 권하고 싶다. 조그만 음악적 아이디어가 곡이 진행될수록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융합하면서 가지를 치고 뻗어나가 말미에는 청자로 하여금 거대한 음악적 구조물을 보는 듯한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시벨리우스 특유의 검은 구름에 뒤덮인 북유럽 대자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1악장, 비올라와 첼로의 피치카토로 시작돼 관악기가 받아 변형되는 2악장의 잔잔하고 소박한 주제도 좋고 교향곡 2번의 피날레를 연상시키는 3악장도 듣는 이를 매료시킨다. 음악학자 세실 그레이는 시벨리우스의 후기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 작곡가들이 현란한 빛깔의 칵테일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데, 시벨리우스는 맑고 순수한 생수를 제공했다.”

닐센·스텐함마르·마데토야를 만나는 기쁨
덴마크를 대표하는 작곡가로는 카를 닐센(1865~1931)을 들 수 있다. 아버지에게서 바이올린과 트럼펫의 기초 교육을 받고 1879년부터 83년까지 군악대에서 호른 주자를 했다. 1889년부터 1905년까지 요한 스벤센이 지휘하는 왕립관현악단의 제2바이올린주자로 활약했고 1908년 스벤센의 후임으로 왕립 극장의 악장에 취임했다. 닐센은 덴마크 음악뿐만 아니라 북구 여러 나라의 작곡가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작품은 넓은 영역에 걸친다. 여섯 곡의 교향곡과 덴마크어로 쓴 가곡도 중요하다. 닐센은 1890년대부터 1900년대 초에, 당시의 낭만적인 경향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양식을 발전시키고 하르트만·브람스·그리그·스벤센으로부터의 영향과 16~17세기 음악에 대한 연구로 독자적인 폴리포닉 작풍을 확립했다. 닐센의 오페라인 ‘가면무도회’는 독특한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현악 4중주도 귀에 잘 들어오는 편이다.

스웨덴 출신 빌헬름 스텐함마르(1871~1927)는 북유럽의 쾌활한 브람스같이 느껴지는 작곡가다. 예테보리 심포니에서 지휘자로 활약했으며 바그너와 브람스의 영향을 받은 북유럽 후기 낭만파 작품에서 고전주의 작품 연구를 통한 치밀하고 깊은 정서를 지향했다. 칸타타 ‘국민’이나 현악 세레나데, 교향곡 2번 등에서 스웨덴 민속음악을 떠올리는 북유럽의 색채를 띤 원숙한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핀란드 출신 레비 마데토야(1887~1947)의 작곡법은 시벨리우스와 매우 유사한 스타일이다. 핀란드의 민속적인 요소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3곡의 교향곡을 남긴 마데토야는 핀란드 음악에서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불행히도 그의 진가는 시벨리우스란 거장에 가려졌다. 시벨리우스는 마데토야보다 일찍 태어나서 마데토야보다 늦게 사망했다. 사랑스럽고, 내면을 바라보는 듯하며, 시적인 감상을 만끽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춘 음악이다. 핀란드의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와 느낌이 자연스럽게 우러난다.

역시 핀란드의 셀림 팔름그렌(1878~1951)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다섯 곡으로 알려져 있다. 레바논 사람의 혈통을 이어받은 팔름그렌은 40년 마데토야가 60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 핀란드 작곡가 협회의 대표직을 승계했다. 팔름그렌은 작곡가로서뿐만 아니라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도 많은 활동을 했다. 그의 가곡 ‘희귀조’와 ‘아침안개 속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초창기 가곡 스타일을 보여준다.

58년생 핀란드 작곡가 마그누스 린드베리는 오케스트라의 색채를 파악하는 보기 드문 귀를 가진 사람이다. 오랫동안 지배해온 격식의 틀을 모두 깨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구조와 사운드를 창출하곤 한다. 따라서 린드베리의 작품은 모험적이든 보수적이든 모든 청자들에게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음악이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조각’ ‘호른,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리아의 종’,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 각각 실려 있다. 그는 강렬한 리듬의 엄정함을 침묵과 결합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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