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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 없고 깊이 없는 세상 대놓고 조롱하다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51)는 모순의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아트와 엔터테인먼트, 순수성과 상업성, 청순과 요염, 귀여움과 기괴함, 평면과 입체,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있다. 그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이 같은 이질적 요소를 주물럭거리다가 꾹 눌러 납작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름하여 ‘수퍼플랫(Superflat)’ 월드다. 본인 말에 따르면 “문화의 경박함을 비판하기 위한 두께 없고 깊이 없는 세상”이다.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고 있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7월 4일~12월 8일)는 그의 아시아 최초 회고전으로 회화·조각·사진·비디오·풍선·커튼 등 39점을 볼 수 있다. 2일 기자간담회와 4일 아티스트 토크에서 드러난 그의 생각을 키워드로 풀어보았다.

1 727-727 (2006). Acrylic on canvas mounted on board. 300x450cm(3 panels).
2 카이카이(2000-2005). Oil paint, acrylic, synthetic resin, fiberglass and iron, 222x96x46cm 3 키키(2000-2005), Oil paint, acrylic, synthetic resin, fiberglass and iron, 222x96x46cm
귀여움과 기괴함
무라카미 다카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집착하는 ‘오타쿠’라는 독특한 하위문화 집단에서 일본적 정체성을 찾아냈고 이를 미국적 팝아트와 결합해 세계 시장에 내다파는 데 성공했다. 도쿄예술대학에서 전통 일본화를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그 스스로는 애니메이터가 꿈이었던 열혈 오타쿠이기도 하다.

4 순백색 복장의 도브(핑크 &블루), Acrylic and gold leaf on canvas mounted on aluminium frame, 300x300cm
오타쿠 문화의 정서 중 하나가 ‘가와이’(귀여운)다. 그가 1993년 처음 선보인 ‘Mr. DOB’는 이런 오타쿠적 감수성이 시니컬하게 반영된 캐릭터다. 자화상이자 일본인의 얼굴로 제시된 Mr. DOB는 선량한 미키 마우스(쥐)나 유능한 도라에몽(고양이)과는 다른, ‘귀엽지만 아무 의미도 없으며 삶과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한 원숭이의 모습이다. 이는 당시 제니 홀저 같은 작가가 선보인, 영어 텍스트로 만든 미국 개념미술 작품이 인기를 끌자 이를 무작정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일본 문화계에 대한 직설적인 조롱이었다. “말을 이용한 예술의 감동을 잘못 이해하고 어처구니 없는 유식한 표현만 난무하는 현실이 창피했다. 그래서 70년대 만화의 명대사와 코미디언의 유행어를 합성해 DOB의 언어적 근원을 만들었다. 일종의 미끼였고 대중은 그것을 물었다.”

그는 꼭 20년 전 만든 이 Mr. DOB가 “인생을 건 도박”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아이콘을 만들고자 했다. 무엇이든, 어떤 난센스라도 무한 반복하면 그것이 진실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수없이 되풀이된 Mr. DOB는 그래서 나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Mr. DOB는 선량하기만 한 미키 마우스와는 달랐다. 그는 사악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진화했다. Mr. DOB의 변신체가 ‘Tan Tan Bo’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또 토해내는 캐릭터다. 내면에 파괴 본능을 갖고 있는 현대인의 분열된 주체를 상징한다. 안소연 플라토 부관장은 “더러운 것을 먹어치운다는 것은 순수한 상태로 되돌아가고픈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Kaikai & Kiki’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가이카이’는 일본어로 괴상하다(怪)는 뜻이고 ‘기키’는 기이하다(奇)는 의미다. 16세기 모모야마 시대 비주류 화단의 좌장이었던 가노 에이토쿠의 ‘괴상하지만 인상적이며 강렬하지만 섬세한’(가이카이 기키) 화풍에서 다카시는 커다란 영감을 받았는데, 1999년 패션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를 하나는 귀엽고 또 하나는 눈이 세 개에 날카로운 이빨이 억세 보이는 두 개의 귀신 캐릭터로 형상화했다.

5 미스 코코(1997), Oil paint, acrylic,synthetic resin, fiberglass and iron, 187.9x88.9x6.3cm
순진함과 섹시함
남성 오타쿠들은 성적 판타지를 갈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얼굴은 어린 소녀지만 몸매는 농익은 이른바 ‘베이글녀’에 대한 환상이다.

‘미스 코코(Miss Ko²)’는 1997년 제작된 무라카미의 첫 조각작품이다. 다양한 미소녀 파이터들이 서로 대결하는 비디오게임 ‘베리어블 지오(Variable Geo)’에서 힌트를 얻었다. 일본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 유니폼을 입은 미스 코코는 ‘롤리타 콤플렉스’에 ‘제복의 환상’까지 자극한다. 일본 성인영화 배우 사토 에리코에게 여러 제복을 입히고 ‘미스 코코’의 포즈를 취하게 한 사진들은 대표적이다.

자그마한 미니어처 피겨를 등신대로 만든 이 시리즈에 대해 일본의 오타쿠들은 비판적이다. “섹스돌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타쿠를 앞세워 해외에서 돈을 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대해 무라카미는 “이건 포르노가 아니라 인체 조각을 만들려는 욕구를 표현한 것”이라며 “사람들은 내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표면만 차용해 세상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나는 예술가라는 나의 역할을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는 “인간은 언제나 새롭고 기묘한 것을 보기를 욕망한다”는 얘기도 했다.

“여성 관객이 보기에 좀 불편한 것도 있다”는 코리아중앙데일리의 지적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마네가 (여인 누드가 나오는) ‘풀밭 위의 식사’를 발표했을 때 논란이 됐지만 당대 사회의 한 장면을 캡처한 것일 뿐이었다. 미술은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 나는 ‘미스 코코’를 통해 오타쿠 문화의 포르노그래피적 측면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그런 것이 여성 관객에게 기분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엄연히 문화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성은 아름다운 것도 있고 추한 것도 있다. 나는 예술가로서 추한 면을 들춘다. 약간 아슬아슬하게.”

6 미스 코코-악마(2004), Digital print, 214X154cm 7 미스 코코-유니폼(2004), Digital print, 214X154cm 8 미스 코코-플러피(2004), Digital print, 214X154cm 사진 모두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환희와 파멸
무라카미의 ‘수퍼플랫’ 스타일을 대표하는 작품이 ‘코스모스’ 시리즈다.

일본 전통 회화의 대표적 주제인 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일본 황실의 상징인 국화 문양을 활용한 해맑은 미소가 인상적이다. 16세기 모모야마 시대의 병풍 스타일인 ‘컨택트’(2000)는 화려한 금박과 은박 사이에 간결하게 묘사된 꽃들의 미소로 꾸민 작품이다.

반면 ‘이브 클라인을 위한 오마주’에서는 죽음의 상징인 해골 무더기를 그려냈다. 무라카미에게 지속적인 영감을 준 프랑스 예술가 이브 클라인의 독창적인 블루와 핑크, 골드를 이용했다.

그에게 영감을 준 또 다른 주요 인물이 애니메이터 가나다 요시노리(1952~2009)다. 도에이 애니메이션 출신으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모노노케 히메’까지 기계류가 등장하는 메카닉 장면이나 폭발이나 전투 장면 이미지를 도맡았던 ‘장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액션은 가나다 요시노리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무라카미는 “그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무한한 움직임을 표현할 줄 알았다”며 “세상을 광학렌즈로 보는 듯한 효과를 보여준 그는 나 같은 오타쿠 1세대들에게 신적인 존재”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SNS다. “겉과 속을 나누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로 인해 서로 다투기도 쉽고 그런 만큼 치유받고자 하는 욕구도 커진다. 이런 사회에서 아티스트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사람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원활해지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표정의 이미지 아이콘을 돈 주고 사서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일이 늘고 있다는 의미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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