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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보다 더 보르도다운’ 컬트 와인

그림 속에는 온화한 태양빛이 가득하다. 형이상학적이면서 꿈처럼 몽롱한 느낌을 주는 건물,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포도송이처럼 떠 있다. 아래에는 흰 바탕에 굵은 검정 글씨로 테누타 데 트리노로(Tenuta di Trinoro)라 쓰여 있다.

김혁의 레이블로 마시는 와인 <18> 트리노로(TRINORO)

이 와인은 괴짜 천재 와인메이커로 알려진 안드레아 프랑케티(Andrea Franchetti)가 토스카나의 트리노로(TRINORO) 와이너리에서 만든 것이다. 그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키안티 계곡에 험한 테루아 조건을 가진 포도원을 1992년 구입, 10년도 안 돼 트리노로를 유럽의 위대한 컬트 와인 중 하나로 만든 인물이다.

레이블 그림은 이탈리아의 현대 예술가 안토니 살보(Anthony Salvo)가 그렸다. 그림에서 석양을 등지고 있는 집은 트리노로 와이너리 안에 있는 프랑케티의 집이다. 화가는 해질 무렵 집 뒤에 이젤을 놓고 자신의 스타일로 꿈 같은 이미지를 그려냈다.

12세에 그림을 시작한 살보는 예술전문대학에 들어가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고 살보 디자인 그룹을 세워 CEO로 20년 이상 일했다. 그는 2006년 후반 들어 밀레·피사로 등 19세기 프랑스 바르비종 파에 의해 널리 알려진 ‘야외에서 그리는 예술’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눈앞에서 변해가는 빛을 느끼고 잡아내는 작업에 매료됐다.

안드레아 프랑케티의 인생은 좀 특별한 구석이 있다. 그는 1980년대 뉴욕에서 이탈리아 와인 유통업과 로마의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90년대 초 토스카나 지방을 방문하던 중 해발 600m 높이의 아미아테 산 주변 콜 도르치아 지역의 풍광에 매료되어 정착하게 되었고 척박한 토양조건을 갖춘 그곳에 포도밭을 만들었다. 그는 프랑스 생테밀리옹의 최고급 와인 슈발 블랑과 같은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두 명의 전문 프랑스인 양조가를 초빙했지만 워낙 포도밭이 황량해 두 손 들고 떠났다. 결국 혼자 남아 하루 14시간 이상 중노동을 하면서 포도밭을 일구고 포도나무들을 하나하나 보살핀 끝에 마침내 ‘전설’을 만들어냈다. 또 포도재배 및 와인 양조 기술을 스스로 익혀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수퍼 토스카나 와인을 만들어 냈다. 덕분에 ‘트리노로’는 ‘토스카나의 슈발 블랑’이란 별명을 얻었고 전문가들로부터 “보르도보다 더 보르도다운 와인”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드레아 프랑케티 가문은 이탈리아가 알아주는 귀족 가문이다. 가문의 문장은 펠리컨이 진주를 물고 왕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레이블 중간에 있다. 귀족이지만 노동을 좋아했고 그 결실은 사람들에게 살아 있는 전설의 천재 양조가로 각인되었다. 그는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프티 베르도를 섞어 트리노로 와인을 만들었고 이 와인을 통해 사람들은 카베르네 프랑의 진가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실현함으로써 프랑케티는 이탈리아 와인 역사에 굵은 획을 남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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