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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리더십 붕괴 속 차기 주자는 세력화 분주

#전주에서 활동하며 전북지사 출마를 준비해온 장세환 전 민주당 의원은 보름 전쯤 야권 원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안철수 의원을 만났는데 당신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조만간 연락이 갈 거다.” 하지만 이후 연락은 없었다. 장 전 의원은 “안 의원과 통화 한 번 한 적 없는데 안 의원과 함께할 거란 소문이 퍼져 부담스럽다”면서도 “가능한 한 민주당에서 활동했으면 하지만 안 의원이 새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그때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마침 18일 전주에서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세미나를 연다.

정치권 여름휴가 사라진 까닭은

 안 의원은 앞서 대전(5일)과 창원(6일)에서도 세미나를 열었다. 대전 세미나엔 김창수 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창원 세미나엔 허성무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이 참석했다. 안 의원이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 영입을 본격화한 와중이었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김상곤 경기교육감(경기지사), 천정배 전 민주당 의원(광주시장 또는 전남지사), 장하성 고려대 교수(광주시장)도 신당 후보로 오르내린다. 안 의원에게 조언해온 김효석 전 의원은 ‘뉴광주·전남 플랜’을 만들고 있고, 이석형 전 군수, 박주선 무소속 의원,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도 안 의원의 연대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된다. ‘정책네트워크 내일’ 관계자는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세미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최근까지 여름 휴가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신 주변에 “눈여겨볼 초선 의원이 누구냐” 묻고 다녔다. 초선 의원들과 노령화 사회를 연구하는 ‘퓨처 라이프’란 연구 모임을 만든다면서다. 이 모임엔 의원 24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원외 인사들과도 돈독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안형환·조전혁 등 전직 의원 10여 명과 순천정원박람회 등을 둘러봤다. 정책 연구에도 열심이다. 8일엔 측근인 서용교 의원과 함께 ‘DMZ 평화공원 지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제 전문가들과 하는 조찬 모임에도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그가 “세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 김 의원의 측근은 “공부 모임일 뿐 세력을 모으는 건 아니다. 벌써부터 그러면 청와대나 다른 중진 의원들이 견제부터 하지 가만 두겠나”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 의원은 최근 보좌진에게 “연구 모임 회원 확대를 당분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권에선 김 의원을 중심으로 세 결집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안철수·김무성, 물밑서 세 결집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김 의원은 각각 야권과 여권에서 선호되는 차기 주자 1위를 기록하고 있다<그래픽 참조>.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보통 새 정부 초기엔 차기 주자 지지율 변동이 별로 없어 선호도 조사도 집권 1년 뒤에나 공개하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워낙 안철수·문재인 의원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야권이 재편되고 있어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정당 지지율도 안철수 신당 창당 시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다. 그는 “여야 갈등이 극심해 보수층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데, 민주당은 북방한계선(NLL) 논란으로 지지율이 오르는 듯하다 상황이 장기화되니 오히려 안철수 신당이 뜨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안 의원 측을 견제하려는 야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9일 국회 입성 후 처음으로 당 부산시당 회의에 참석했다. 부산시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 후보군 영입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문 의원은 최근 NLL 정국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대선 뒤 힘이 빠진 친노를 결집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인재 영입에 대해 “본래 인재라는 건 찾기 어렵다. 그래도 SNS나 집단 지성의 힘이라는 게 있으니 그런 식으로 풀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을 노리고 있는 그는 2017년 대선에 도전할지에 대해선 “시민들의 마음에 달려있는 거 아니겠나”라며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도 7개월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다음달 귀국한다. 손 고문은 1월부터 베를린 자유대에서 복지·노사관계 등을 연구해왔다. 귀국 뒤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아카데미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일정을 잡아놓았다. 10월 재·보선 차출설도 돌고 있지만 측근인 김영철 동아시아미래재단 대표는 “출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손 고문이 그와 연대설이 나왔던 안 의원과 언제 만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최근 특강 등을 이유로 호남을 돌았다. 지역 언론에선 10월 전주 완산을 재선거와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왔다. 그러나 정 고문 측 김영근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주자들도 물밑에서 움직인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이완구 의원과 만나는 게 목격되는 등 여의도를 자주 찾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지사는 낮엔 도정에 힘쓰지만 저녁 관사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고 하더라”며 “경기지사 3선에 도전하는 대신 중앙당에 복귀해 비박 인사들의 구심점이 되는 방안을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자신의 행보에 구설이 많아지자 11일 “아직 도지사 3선 불출마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 도민 여론을 수렴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물러섰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친박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 작년 도지사 경선 때도 그렇게 집요하게 방해하더니. 일부 친박들의 주도권 다툼이 도를 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적어 친박과 각을 세웠다. 그의 측근은 “친박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당이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와중에 도와주지 않아 나온 말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박에선 “노이즈 마케팅”(홍문종 사무총장)이자, 비박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

 정몽준 의원은 최근 연평해전을 소재로 다룬 영화제작에 1억원을 개인투자 방식으로 내놓아 화제가 됐다. 또 당 회의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게 우선순위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차별화된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본인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원전 비리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게 악재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파트 해체를 주장하는 등 국정원 개혁을 주창하며 시선을 끌고 있다.

“진정한 정당 정치 실종”
차기 대선주자뿐 아니라 내년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출마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8일 광양을 시작으로 8월까지 전남 22개 시·군을 누빌 예정이다. 이 의원 측은 “지역 현실을 살피고 가장 적합한 발전전략을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10일 대이작도 등 인천 지역 섬들을 찾은 데 이어 26일부터는 백령도 등 서해 5도서를 방문한다.

 지방선거는 326일 남았지만 여권에선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란 점에서, 야권에선 안철수 의원과의 전면전이 될 거란 점에서 신경을 곤두세운다.

 선거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지방선거기획단을 발족했다. 새누리당도 이달 초 지방선거 로고송, 홍보 책자, 유세차량 디자인을 선정하기 위해 선거기획사로부터 프레젠테이션을 받았다.

 10월 30일 치러지는 재·보선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나와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경기 평택을, 인천 서구-강화을, 경북 구미갑, 충남 서산-태안(이상 새누리당 지역구), 인천 계양을, 경기 수원을, 전주 완산을(이상 민주당 지역구), 경북 포항 남-울릉(무소속) 등 8곳이다.

 여야는 재·보선을 고려해 국정원 사건 여론전과 민생 탐방에 적극적이다. 민주당은 전국에서 ‘국정원 개혁 촉구 당원보고대회’를 여는 동시에 의원들에겐 “‘을’의 문제를 찾아 현장을 방문하고 체험을 글이나 동영상으로 만들어 8월 25일까지 제출하면 포상하겠다”고 독려한다. 최근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 신당 합류설이 나도는 전직 의원들을 만나 “8월까지 당이 개혁되는 걸 지켜봐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도 전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6개 정책조정위원회는 8월 13일까지 10회의 민생 탐방을 잡아놓았다.

 정치권이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상황을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이렇게 분석한다. “여야 모두 정국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전투적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원조 친박 원내대표가 나오면서 당 대표 리더십이 붕괴되고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과의 경쟁 속에서 김한길 대표 체제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선 진정한 정당 정치가 실종된다. 여야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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