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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일본, 선거 후 급격히 우경화되지 않을 것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선거 이후 일본의 우경화와 민족주의 성향이 급격히 심해질 것이란 예상이 거의 통념이 됐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아베 정부는 양적완화와 재정확대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며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가 예상된다. 일단 아베가 참의원을 장악하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중의원을 해산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면 개인적 이데올로기에 따른 어젠다를 무엇이든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그가 현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과거사 공식 사죄의 수정 같은 민감한 이슈에 침묵하고 있지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나면 이 모든 판도라 상자가 열릴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같은 통념이 맞는다고 전혀 확신할 수 없다. 첫째, 아베의 인기는 이데올로기적 어젠다가 아니라 효율적인 경제 관리에서 오는 것이다. 그의 고위 보좌관들은 정부가 경제를 궤도에 올려놓는 정책에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첫 화살 두 개는 쉬운 부분이었지만 이제 그는 셋째 화살을 시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규제 완화, 노동 유연성 증대, 법인세 인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위한 협상 등이 포함된다. 일본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소비세를 올리기로 예정돼 있다. 또한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시키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힘들지만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이 모든 조치를 감안할 때 개헌 같은 정치적 논쟁을 부르는 이슈는 들어설 공간이 없다.



 둘째, 연립 및 계보 정치가 이데올로기 이슈에서 아베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자민당 내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은 만일 아베가 경제에서 흔들릴 경우 당총재 자리에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안보 분야의 리얼리스트이지만 이데올로기 이슈에선 좀 더 온건한 입장을 지니고 있다. 자민당은 또한 연립정부 파트너인 공명당을 고려해야 한다. 공명당은 평화헌법의 개정에 반대한다. 한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오사카 시장의 일본유신회는 전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격적 발언 탓에 전국적 정치세력으로서는 망가져버렸다. 그의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한줌의 좌석밖에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명당이 좀 더 강한 힘을 갖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베는 워싱턴을 잘 지켜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는 역사 이슈를 표면에 떠올리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분명하게 전달했다. 한국의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고 미·일·한 외교안보 동맹을 약화시킬 이슈 말이다.



 도쿄는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심하게 반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일본이나 동맹을 중시하는 자민당의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가 아베의 안보 어젠다에 불만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반대다. 미국의 국방 분야 관료와 전문가들은 헌법의 해석을 변경해 집단자위권의 폭을 넓히고 유사시 미군과의 통합을 허용하려는 일본의 계획을 전반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미 국방관료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민감한 역사문제를 건드려 동북아 국가들이 미·일 동맹의 강화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참의원 선거 후 반드시 급격히 우경화한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그것이 서울의 우려였다면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로 하여금 단계적인 신뢰조치를 구축하는 행동을 계속하게끔 끌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편, 한국의 외교정책은 두 개의 축으로 이뤄져 있다. 강력한 한·미 동맹, 경제 문제에서 중국과의 협력강화와 북한과의 관계강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일본과의 외교관계가 삐걱거리면 어느 축도 효율성을 지니기 어렵다. 워싱턴의 시각에서 볼 때 강력한 한·미 동맹은 한·일 간의 유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부분적인 기초를 두고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접근은 만일 서울이 도쿄를 기피한다고 베이징이 생각한다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외교정책이 일본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면 중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더욱 오랫동안 한반도에 패권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는 가까운 장래에 한반도 내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한국의 영향력을 제한할 것이다.



 오늘날 한·일 간 긴장의 뿌리는 정치적인 것일 뿐 전략적인 데 있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긴장은 서울, 도쿄, 워싱턴에 심각한 전략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일 관계에서 위험과 기회를 극히 정밀하게 평가하는 것은 중요하다.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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