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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꾹꾹 눌러 쓴 헌책 속 메모, 그 속의 청춘 소나타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윤성근 엮고 씀, 큐리어스

232쪽, 1만2500원




시작은 한 줄의 메모였다. ‘홍광식 경상남도 마산시 자산동 302 1974.5.20.’ 10년째 헌책방에서 일하며 책 속에 쓴 글씨에 관심을 보여 온 윤성근(38·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씨는 어느 날 쿠라다 하쿠조(倉田百三)의 『사랑과 인식의 출발』 맨 뒷장에서 이 이름을 발견했다.



 아주 특별한 글을 적어 내려간 책 주인에 대한 호기심에 40년 전 주소로 거슬러 올라 추적한 결과, 부산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주인공을 만난다. 책을 읽고 난 다음 그냥 덮어버리지 않고 꼭 느낌을 적어둔다는 독서 선배를 만나 감동한 지은이는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래 전 책 속에 남긴 진실한 고백의 글씨들이 없었다면(…) 그러므로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책이다.”



 한 장 넘기고 오래 머물 수밖에 없는 세월의 이끼가 책 속에 그득하다. 읽는 이마다 나이테처럼 쌓아온 독서 체험과 추억의 물결이 울렁울렁한다. 책 속 글씨 사진 옆에 서지(書誌)와 함께 적은 짧은 소감이 감칠맛 난다. 책이 여행하는 곳에 오래 머물러온 저자의 내공이 물씬하다.



 “밥값으로 책 사다. 이틀간 밥 안 먹기. 책 읽기 두렵지만 그래도 읽고 싶다. -연(淵)- 1999.1.11.”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에 대답할 수 없어서. 2004. 5월 어느 날, 학생회관에서.” “답답한 하루! 한 달! 일 년! 바로 1980년! 미래를 내다보다. 과연 훗날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것인가? 1980.10.”



 가슴 저리게 겪어낸 청춘, 사랑과 이별의 통과의례, 왜 살아야 하는지 묻던 시대의 눈이 헌책 속 글씨들에서 살아 돌아온다. 응답하라, 책들이여.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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