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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TV의 막장 드라마 현실의 막장 드라마 결국 문제는 미디어다

[일러스트=강일구]

#MBC ‘오로라 공주’라는 드라마가 있다. 기업 회장(변희봉)의 고명딸인 오로라가 주인공이다. 둘째 아들(손창민)은 과거 아버지의 내연녀(임예진)의 의붓딸과 불륜 관계다. 손창민이 이혼하겠다고 하자 형제들은 “능력자”라며 부러워한다. 오로라의 올케들은 휴대전화에 오로라를 ‘미틴’(미친년)으로 저장한다.

 오로라가 좋아하는 남자 황마마에게는 세 누나가 있다. 밤마다 세 누나는 남동생 침대 머리에 모여 주문을 외운다. 집안이 망한 오로라네 세 오빠는, 전부 이혼을 하고 황마마네 세 누나랑 연결된다.

 임예진의 아들은 커밍아웃을 하고 동성 애인(나타샤)을 집으로 데려온다. 임예진은 나타샤에게 부엌살림을 도맡기며 ‘시집살이’를 시킨다. 그리고 과거 불륜남의 딸인 오로라를 며느리 삼으려 한다.

 줄거리만으로도 어질어질한가? 개연성·보편성 없는 막가파적 전개에 ‘막장’ 논란이 나왔다. 세상에 있을까 말까 할 상황을 당연스럽게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극악스러운 인간관계, 의도적인 탈윤리, 무속에 대한 집요한 관심도 특징이다. 변희봉은 유체이탈을 하고, 오로라는 개 사주를 보러 철학관에 간다.

 ‘왕꽃선녀님’ 등으로 ‘원조 막장’ 소리를 듣는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다. 씹으면서도 보게 되는 어이없음의 중독성, 듣도 보도 못한 괴이한 전개 탓인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임성한 작가가 아무리 신출귀몰한 막장 스토리를 구현해도 현실의 막장 앞에서 무력하다. 인간의 상상력은 현실의 기괴함을 이길 수 없다. 트로트의 여왕은 무너지는 가족과 함께, 그 가족을 비열하게 이용하는 미디어에 끌려 나와 막장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됐다.” 문화평론가 김주옥씨의 글이다. 가수 장윤정씨의 가족 불화 얘기다.

 SBS ‘힐링캠프’를 통해 장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재산을 탕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투극이 시작됐다. 채널A ‘쾌도난마’는 어머니와 남동생을 출연시켜 “장윤정이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집어넣으려 했다”는 주장을 여과없이 방송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았다. tvN ‘e뉴스’는 장씨의 이모까지 등장시켜, 복잡한 가족사를 까발렸다.

 #막장 드라마가 비판 속에서도 건재한 이유는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현실’ 때문이라고들 한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장씨 주연 막장 드라마에서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실체가 무엇이든, 대중의 알 권리에도 해당 안 되고 장씨로서는 보호받아 마땅한 사생활이다. 개인의 불행한 가정사를 흥미 위주의 막장 드라마로 중계하고 있는 것은 미디어다.

 TV의 막장 드라마든, 현실의 막장 드라마든 결국 문제는 미디어다. 부끄러운 얘기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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