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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한국 여자골프 선구자 구옥희, 필드 전설이 되다

1998년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인 브리지스톤오픈에서 우승한 구옥희 프로가 트로피를 든 채로 활짝 웃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여자골프의 1세대이자 제11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을 지낸 구옥희 프로가 10일 오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57세.

일본서 57세로 별세
캐디 일하다 독학 입문
국내 대회 유일한 전승 기록
88년 LPGA 한국인 우승 1호



 1956년 경기도 고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이자 ‘대모’가 된 인물이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그는 75년 고양시내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한 것이 계기가 돼 골프채를 잡았다. 사실상 혼자 골프를 익혔지만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 78년 5월 경기도 양주의 로얄 골프장에서 처음 실시된 여자 프로테스트를 당당히 통과(4명)했다. 그에게 주어진 KLPGA 회원 번호는 강춘자(No.1·현 KLPGA 부회장)와 한명현(No.2·2012년 작고)에 이어 ‘No.3’였다.



 하지만 그는 항상 ‘넘버1’처럼 살았다. 그해 9월 처음 열린 여자 프로골프 대회인 KLPGA 선수권에서 준우승한 그는 79년 쾌남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다. 그로부터 그는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80년 5개(오란씨오픈-쾌남오픈-부산오픈-수원오픈-KLPGA선수권) 대회를 모두 우승하며 장안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연중 대회 전승 기록은 이후 나오지 않았다. 81년에도 4승을 하는 등 국내 무대에서만 20승을 기록했다. 1982년 KLPGA 선수권대회에서는 72홀 최다 스트로크 차인 20타 차 우승을 하기도 했다.



 스물일곱 살이었던 83년 그는 안정적인 국내 무대를 박차고 일본으로 진출한다. 한국 여자골프가 해외에 진출한 원년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에서 23승을 올렸다. 88년 3월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우승, 한국인 LPGA 투어 우승자 1호로 기록됐다. 이 우승이 바로 2011년 10월 한국(계)선수 LPGA 투어 ‘합작 100승’의 밑돌이었다.



고인은 미국 LPGA 투어 우승과 관련해 “88올림픽과 겹쳐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받은 메달이 내 골프의 보물 1호”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는 개인 통산 44승(국내 20승·해외 24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 승수에는 늘 ‘최초’ ‘최다’ ‘첫’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한 시즌 전승 기록은 물론이고, 한·미·일 3개국 투어 제패, 최다 7연승 우승(1979년 10월~1981년 6월), KLPGA 명예의전당 헌액 1호, KLPGA 최고령(45세) 우승 등이 그것이다.



 2005년 6월 19일, 그는 마지막 우승컵을 들었다. JLPGA 투어 서클K 선크스 레이디스 오픈에서 49세의 나이로 일본 진출 스물세 번째 우승을 거두는 순간 그는 퍼터를 든 양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후배들아, 긴장해라. 나는 아직 현역이다. 한판 세게 붙자.”



 그는 그렇게 한국의 골프여왕 박세리의 길을 만들었고, LPGA 투어에서 메이저 3연승을 넘어 그랜드 슬램을 꿈꾸는 박인비의 나침판이 됐다. 그는 2년 전 인터뷰에서 “전설이 되려면 정말 죽을 만큼 연습하라. 나를 만들어낸 건 바로 그 연습뿐이었다”고 말했다.



 강춘자 KLPGA 부회장은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그는 골프에 인생을 바친 사람이다. 내가 가장 존경했던 선수”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장상 KPGA 고문은 “그는 한국여자골프를 일으킨 1호다. 일본에 있을 때는 도쿄의 한 산을 3~4바퀴 뛰면서 훈련한 강한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황성하 KPGA 회장은 “구옥희 프로는 한국 여자골프의 큰 별이었다. 그 별이 져서 안타깝다”고 추모했다.



 고인은 지난 9일 후배와 연습 라운드를 하다가 몸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숨진 당일에는 골프를 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LPGA 측은 “구 전 회장이 시즈오카의 한 골프장 숙소에서 혼자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고인이 국내로 운구되는대로 장례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호·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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