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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고건의 공인 50년<103> 서울시 구조조정

1998년 7월 1일 고건 서울시장(왼쪽)이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고건 전 총리]


서울시장 취임식 시간과 장소는 1998년 7월 1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으로 잡혔다. 일찌감치 혜화동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마침 자리가 있어 앉았다. 옆자리에 한 젊은 여성이 앉아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인사를 나눈 뒤 물었다.

공무원 개혁 대상 아닌 주체로 이끌어야 했다



 “어디 가는 길이세요?”



 “…. 저 동화은행 직원입니다. 동화은행 퇴출 반대 시위를 하러 가는 길이에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IMF 외환위기는 엄혹했다. 뼈저린 과제를 민선 서울시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첫날부터 직면했다.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데 관(官) 주도 행정 시스템도 한몫했다. 관치(官治)가 통하는 시대는 이미 갔는데 비대하기만 한 관 주도 행정 시스템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서울시도 구조조정의 찬바람을 피해갈 수 없었다. 서울시장으로 다시 돌아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 시정 시스템 혁신이었다.



 취임식 바로 다음날인 7월 2일 ‘서울시정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필곤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권태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17명 위원의 절반가량은 민간 전문가로 위촉했다.



 시정개혁위원회는 서울시 본청 공무원 정원 1만8100명 가운데 약 2000명을, 산하 기관 2만2800명 중 4900명을 줄이는 안을 발표했다. 10~20% 인원을 감축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안이었다. 결원을 보충하지 않고, 명예·정년퇴직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축 인원의 절반가량을 충당했다. 민간에 맡겨도 되는 부분은 시청 조직에서 떼어냈다. 일종의 민영화 또는 민간 위탁이었다. 그래도 인력 퇴출이 불가피했다. 반발이 거셌다.



 시청 본청과 산하 기관 직원들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서울지하철공사에서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며 파업을 했을 때는 나 역시 “물러설 수 없다”고 선언하고 맞섰다. 설득하고 또 강행하는 과정 속에 접점을 찾아나갔다.



 사실 시장 한 사람이 들어왔다고 해서 시정이 바뀌지 않는다. 시청 공무원 모두가 일하는 방식과 체계를 바꿔야 했다. 공무원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삼아선 안 된다. 개혁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 직원들이 스스로 나서 개혁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했다.



 구조조정에 대해 “시정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 혁신의 과정”이라고 직원들에게 꾸준히 강조했다.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제품이 아니라 만족을 판다”고 했다. 서울시도 고객인 시민에게 만족을 주는 게 중요했다.



 시청의 수많은 공무원이 하는 일을 시장이 혼자 감독할 수 없다. 그래서 1000만 서울시민이 직접 감독하게 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시정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1999년 시작한 시민평가제는 광역자치단체 등 정부 단위에서 처음 시도한 일이었다. 우선 지하철·시내버스, 청소, 수돗물, 보건·의료, 민원행정 등 6개 분야를 대상으로 했다. 한국갤럽 등 전문 조사기관 6곳에 의뢰해 분야별로 각각 1400~3000명의 시민을 면접 조사했다.



 보건소의 만족도가 가장 높고, 지하철이 가장 낮게 나왔다. 서비스의 특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서 분야별 점수를 매기고 단순하게 줄을 세우는 방법은 버렸다. 1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만족도가 나아졌나 비교하도록 했다. 부서별로 경쟁하게 됐고 조금씩이지만 해마다 만족도가 나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시민평가단장을 맡아 최병대 한양대 교수 등과 함께 많은 일을 해냈다.



 이후 시민평가제는 다른 지자체와 정부부처로 확산됐다. 공무원의 행정 마인드를 관청 본위에서 시민 본위로 바꾸는 데 이 제도가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정리=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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