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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0.6초에 걸었다, 워킹화의 질주

“워킹화는 신고 그냥 달리면 안 되는 건가요.” “러닝화를 신고 파워 워킹 하면 효과가 떨어지나요.” 서울 반포동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아침저녁으로 걷기 운동을 즐기는 주부 이모(41)씨의 고민이다. 이씨는 “예전엔 운동할 때 러닝화 한 켤레로 해결했는데 최근 러닝화와 워킹화에 이어 트레킹화까지 용도별로 세분화된 것 같아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두 시간의 걷기 운동을 할 때는 러닝화든 워킹화든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국민대 이기광(체육학) 교수는 “러닝화를 신고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해도 무리는 없다”며 “다만 네댓 시간 이상 오래 걸을 때는 워킹화를 신는 게 발이 편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닝화를 신고 걷기 운동을 해도 큰 지장은 없지만 러닝화는 오래 뛰어봐야 한두 시간인 달리기에 최적화된 만큼 반나절 이상 오래 걸을 때는 워킹화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만 워킹화는 걷기 운동에 맞춰져 있어 달리기를 하면 체중 흡수가 잘 안 돼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냥 걷기 좋은 신발이 아니었네, 바닥 골 방향까지 따진 과학의 비밀

 워킹화는 걸을 때나 달릴 때 발에 걸리는 체중이나 지면에 닿는 접촉 부위, 접촉 시간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운동화다. 프로스펙스 이정호 선행기획팀 과장(운동역학 박사)은 “워킹화와 러닝화는 겉으로 보기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보통 체중이 70㎏인 성인의 경우 발이 땅에 닿는 시간이 걸을 때는 0.6초, 달리기를 할 때는 0.2초가량 된다. 워킹화는 이처럼 걸을 때 0.4초간 발이 땅에 닿는 시간이 달릴 때보다 더 길다는 점을 감안해 접지할 때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설계됐다. 신발 바닥의 골이 러닝화는 나팔식으로 앞 방향으로 퍼져 있지만 워킹화는 수평 방향으로 디자인돼 있다. 또 걸을 때는 보통 발의 뒤꿈치가 먼저 지면에 닿지만 달릴 때는 앞꿈치나 중간 부분이 먼저 닿는다. 그래서 러닝화는 신발 앞쪽 부위가 위쪽으로 휘어져 있는 토 스프링이 다소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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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워킹화는 토 스프링이 바닥과 일직선의 형태를 띠면서 낮은 게 보통이다. 러닝화는 체중을 흡수할 수 있는 쿠션 기능이 강조되지만 워킹화는 쿠션 기능이 다소 떨어진다.



 국내에서 이 같은 워킹화를 본격 출시한 곳은 2009년 프로스펙스가 처음이다. 제주의 올레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둘레길이 생기면서 걷기 열풍이 막 시작될 즈음이었다. 또 아파트 단지 주변에선 주부들을 중심으로 양팔을 직각을 유지한 채 힘차게 내저으며 걷는 파워 워킹이란 운동이 유행했다. 워킹화는 이후 출퇴근길에 운동화를 신는 ‘운도녀’나 ‘운도남’의 출현으로 더 인기를 끌었다. 운도녀는 운동화를 신은 도시 여자를, 운도남은 운동화를 신은 도시 남자를 각각 줄인 말이다. 올여름에는 워킹 열풍이 ‘나킹족(나이트 워킹족)’으로 확장되고 있다. 나킹족은 30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저녁시간을 이용해 도심이나 공원을 걷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처럼 워킹 열풍이 거세자 스포츠용 신발 브랜드들이 너나없이 워킹화를 출시했다. 특히 각 업체들은 도심에서도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에 주력했다. 휠라코리아 김민정 과장은 “워킹화나 운동화를 도심 속에서도 신는다는 점에 착안해 평상복에도 무난히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 제품을 많이 내놨다”고 말했다. 무릎 관절이 안 좋은 노인들을 위한 기능성 신발쯤으로 여겨지던 2005년쯤만 해도 국내 워킹화 시장 규모는 5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거센 워킹 열풍에 힘입어 워킹화 시장은 매년 30%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2009년 3000억원, 2010년 6000억원으로 쑥쑥 크더니 지난해에는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더욱 커져 1조3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킹화 시장이 커지자 지난해 말쯤부터는 아웃도어 업체까지 뛰어들었다. 이들이 꺼내 든 카드는 ‘트레킹 워킹화’였다. 트레킹화는 비교적 포장이 잘된 도심 속 도로가 아닌 숲길이나, 계곡, 언덕 같은 울퉁불퉁한 길을 걷는 신발이다. 등산화만큼은 아니지만 밑창이 두껍고 단단해 기존의 러닝화나 워킹화보다는 다소 무거웠다. 하지만 최근 아웃도어 업체들이 내놓는 트레킹화는 한쪽에 250g 안팎으로 가벼운 게 특징이다. 보통 발목이 있는 경등산화의 한쪽 무게가 400g이 넘고, 발목이 좀 더 긴 중등산화의 한쪽 무게는 500g 이상 된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최근 트레킹화는 쿠션과 통풍성이 뛰어나므로 워킹화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워킹화를 만들던 신발업체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 운동화 업체 관계자는 “등산복 같은 아웃도어 의류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워킹화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화 업체들은 더 가벼운 워킹화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한쪽 무게가 130g(230mm기준)인 ‘W라이트 플러스’를 내놓고 “사과 반쪽보다도 가볍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는 통풍성이나 착용감을 극대화한 기능성 제품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워킹화 시장의 쟁탈전이 가열되면서 아웃도어 시장에서 봤던 빅 모델들이 워킹화 시장에도 등장하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피겨 스타 김연아를, 휠라코리아는 체조 요정 손연재를, 아식스스포츠와 K2는 영화배우 하지원과 현빈 등을 각각 기용하고 있다. 또 블랙야크나 코오롱스포츠 등도 각각 영화배우 조인성, 이승기 등을 내세우고 있다. 워킹화 시장에서 빅 모델들이 경합하는 장면이 펼쳐지면서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가 주도한 다운재킷 시장에서 빅 모델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가격 거품 논란이 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워킹화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실제로 1~2년 전까지만 해도 10만원 미만이었던 워킹화가 이제는 10만원 미만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워킹화 시장에서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빅 모델 광고가 유행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소비자들이 목적에 맞고, 품질에 걸맞은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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