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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실존 인물 모델 삼은 오페라 '라 보엠'

‘라 보엠’의 제 2막 카페 모무스 장면.


오페라 ‘라 보엠’은 등장인물에서부터 흥행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라 보엠’의 등장인물은 원작자인 프랑스의 시인 앙리 뮈르제가 실존 인물들을 모델로 했으니 우선 남자 주인공 격인 로돌포(테너)는 그 자신을 모델로 삼았는데 실제로는 풍성한 턱수염에 머리까지 벗어져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다.



화가인 마르첼로(바리톤)는 뮈르제와 한 건물에 살았던 작가를 염두에 두고 표현했고 철학자 콜리네(베이스)는 학구적인 신학생이었던 장 왈롱이라는 청년을 그린 것인데 항상 높은 모자와 긴 녹색코트를 입고 있어 녹색 거인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음악가 쇼나르(바리톤)는 알렉상드르 산이라는 음악도를 그렸는데 그는 미술을 포기하고 교향곡도 작곡했다고 하나 아쉽게도 그의 음악은 지금은 연주되지 않는다. 미미(소프라노)는 가난한 처녀 루치아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는데 극중에서 부르는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에서도 “사람들은 나를 미미라고 부르지만 내 이름은 루치아”라고 노래한다. 극중에서 미미의 친구로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소프라노인 무젯타는 당시의 인기 있는 화가이자 조각가로서 아름다운 용모와 사교성을 기반으로 상승가도를 달리다 지중해를 항해하던 중 배가 가라앉는 바람에 익사한 여걸 마리떼를 모델 삼아 거칠고 도전적인 성품을 나타내는 이름으로 그려졌다.



꼭 원작대로 표현해야 할 군중 장면이나 합창 대목이 많지 않아 한 명의 테너와 두 명의 바리톤, 한 명의 베이스와 두 명의 소프라노에 몇몇 인물만 추가로 등장시켜도 이야기를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에 소극장에서도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라 보엠’은 그래서 메조 소프라노나 알토에게는 좀처럼 무대에 설 기회를 주지 않아 서운하기도 한 오페라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라 보엠’에서 보여지는 19세기 후반의 파리는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갈등이 한편으로는 익살스럽게 또 한편으로는 감동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즐겁고 풍성해야 할 크리스마스를 앞둔 저녁에 땔감이 없어 소설원고까지 불태워야 하는 네 청년은 요즘으로 치면 원룸에서 함께 기거하는 자취생들인데 그나마 월세까지 밀려서 주인의 독촉을 받는다.



산타 할아버지가 나타나 선물이라도 놓고 가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은커녕 밀린 방세를 받으러 온 구두쇠 집주인을 부도덕한 난봉꾼으로 몰아세워 쫓아내는 제1막의 장면은 비록 가난한 처지이지만 이를 비관하거나 낙담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배짱과 해학을 보여준다.



이처럼 가난을 약간의 불편으로 생각할 뿐 기죽지 않는 청년들과 한 건물의 다락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수를 놓으며 살아가는 처녀가 공존하는 당시의 파리 풍경은 불과 몇 십 년 전 우리의 달동네를 떠올리게 한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5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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