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시각장애인 눈이 되어 … 소설 읽어주는 아름다운 콘서트

지난 5일 천안영상미디어센터 상영관에서 7명의 낭독배우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소설 『사랑나무』를 읽어주고 있다. [사진 (재)풀뿌리희망재단]


“그래 사람들은 움직일 수가 있어.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하지만 우리는 움직일 수 없어. 그러니 사랑의 대상도 바꿀 수 없는 거고. 우리는 한 번 정하면 그걸로 끝이야. 변함은 없는 거지. 그게 다행이긴 해. 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마음은 상황에 따라 변하니까. 만약 사랑이 쉽게 이루어진다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겠지. 나무들도 사랑을 시도하곤 해. 하지만 몸과 몸이 만나서 사랑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만큼 우리가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고,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거야.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랑이 비록 힘들긴 하겠지만 더 가치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배우 7명, 진한 감동 선사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사랑의 빚을 진 채 살아가는 거야. 뭔가를 하나 잃으면 뭔가를 얻는 게 사랑인 것 같아. 우리가 애태우고, 가을이면 다시 봄에 만날 수 있을까 두려워했던 때를 생각해봐. 그게 다 사랑하기 때문에 초조하고 불안하고 아프고 기다리고 했던 거잖아. 또 우린 서로 잃은 게 있잖아. 나는 참나무란 이름을 잃었고, 너는 피나무란 이름을 잃었고. 그 대신 ‘사랑나무’라는 공동의 이름을 얻었지. 난 이 이름이 참 좋다. 이 이름 속엔 너와 나의 이름이 함께 들어 있으니까.”



 지난 5일 오후 2시30분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 상영관에서는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7명의 배우들이 소설을 읽어주는 낭독콘서트를 개최한 것.



(재)풀뿌리희망재단(이사장 이충근), 천안낭송문학회(회장 박성은), 문화장터창작단(대표 정근산)이 공동 주최한 이 콘서트에는 시각장애인 60여 명이 관람객으로 참석했다. 낭독배우들은 소설 『사랑나무』를 실감나는 목소리로 연기해 듣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문화장터창작단은 각 장면마다 다양한 효과음을 전달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전통음악공연을 하며 풍성함을 더했다.



 소설 『사랑나무』는 최복현 시인이 집필하고 박미미 작가가 그림을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가지가 서로 연결돼 있는 연리지, 같은 뿌리로 연결돼 있는 연리근 등 나무와 나무가 각기 올라가다가 서로 붙어서 사는 연리목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그 나무들을 ‘사랑나무’라 부른다.



7인의 낭독배우들은 어려움을 넘어 끝내 사랑을 이뤄내는, 사람보다 더 사랑다운 사랑을 하는 사랑나무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시각장애인들에게 생동감 있게 들려줬다. 시각장애인들은 낭독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며 낭독콘서트의 묘미에 푹 빠지는 모습이었다.



 낭독콘서트 후 한 시각장애인은 “목소리가 아름다웠으며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며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이런 무대가 계속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평소 라디오에서 하는 (낭독)드라마를 자주 듣곤 했는데 배우들의 목소리를 더욱 생동감 있게 들을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며 “시각장애인들뿐 아니라 공연을 좋아하는 시민들이라면 낭독 콘서트의 재미를 꼭 느껴보기를 권한다”고 후기를 전했다.



 낭독배우 김모(42)씨는 “소설 『사랑나무』는 사랑을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는 이 시대의 바보들에게,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 사랑에 길들여진 요즘의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하는 내용이다”라며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많은 시간이 걸려야 이루어지는 소중한 사랑 이야기를 시각장애인들이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정근산 문화장터 창작단 대표는 “낭독 콘서트에 참석한 관객들이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감정몰입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앞으로도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좋은 공연을 선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재)풀뿌리희망재단, 천안낭송문학회, 문화장터창작단 등 세 기관은 나눔협약을 통해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재능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다.



조영민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