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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 만든 의원들, 자기 차는 불법개조

지난 5일 국회 본관 1층 앞에 세워진 모 의원의 카니발 차량. 승합차에 속하는 11인승 그랜드 카니발이지만, 차량 내부의 시트가 개조돼 원래의 3자리에서 2자리로 줄어 있다.


지난 5일 오후 4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의 의원 전용 승하차 구역. 주차된 9인승 카니발 차량의 문이 열려 안을 들여다보니 차량 내부의 뒷좌석이 이른바 ‘의전용 고급 시트’로 바뀌어 있었다. 원래 차량이 출고될 때 장착됐던 시트가 아닌 더 편안하고 큰 시트를 의원 비서관들 사이에선 ‘의전용 고급 시트’로 부른다. 의원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좌석 개조엔 7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든다고 한다.

승합차 좌석, 의전용 시트로 무단 교체 … 버스전용차로 편법 이용 의혹
의원 측 "문제인지 몰랐다"



 카니발 차량은 새누리당 여상규(경남 사천·남해·하동) 의원의 것이었다. 여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 지역구가 멀어 장시간 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개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 의원회관 지하 1층의 의원 전용 주차장. 주차된 차량 40여 대 중 9대가 카니발이었다. 기자가 내부를 확인하니 9대 중 6대의 시트가 개조돼 있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의 그랜드 카니발(11인승),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의 카니발 차량(9인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그랜드 카니발(11인승) 뒷좌석도 그런 의전용 시트였다. 차량을 개조한 탓에 승차 정원이 11인승이었던 이철우·안철수 의원의 그랜드 카니발 차량은 정원이 7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승합차’(11인 이상 탑승 가능한 차량)가 ‘승용차’로 용도가 무단으로 바뀐 셈이다.



 이런 차량 개조는 모두 불법이다. 자동차관리법 34조는 자동차의 ‘구조·장치’를 변경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법의 시행규칙 55조는 ‘자동차의 종류가 변경되는 구조 변경’과 ‘변경 전보다 성능, 안전도가 저하되는 변경’은 교통안전공단이 구조 변경을 승인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의 손영삼 사무관은 “11인승 카니발의 구조를 변경해 탑승 인원을 줄이는 경우 법률상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자동차의 성격이 바뀌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승인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9인승의 시트 변경은 교통안전공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9인승 카니발의 시트를 바꾸려면 자치단체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11인승의 시트를 지금처럼 바꾸는 건 아예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차량 구조 변경을 했던 네 명의 의원 측은 똑같이 “그런 법률 조항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당황했다. 자치단체장이나 교통안전공단의 승인을 받지 않았거나, 아예 구조 변경이 안 되는 점을 몰랐다는 뜻이다.



 자동차관리법 81조는 불법 구조변경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차량 구조 변경은 안전, 그것도 타인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처벌조항을 엄하게 했다. 이에 안 의원 측은 “문제가 될지 생각도 못했다”면서 “좌석을 원상복구하는 것은 요식행위로 비칠 수 있으니 아예 차량의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국회의원 1인당 한 대씩 등록하는 국회 출입 차량 중 카니발은 84대다. 지역구와 국회를 매일 오가야 하는 의원들 사이에 카니발 승용차는 일종의 ‘대세’가 됐다. 본지가 확인한 네 명의 의원뿐 아니라 더 많은 의원이 ‘개조 차량’을 타고 다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좌석이 개조된 나머지 차량에 전화를 걸었을 때 안 의원을 비롯해 네 명의 의원들은 솔직하게 취재에 응했지만 대부분 “어느 의원실 차량인지 말해줄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여상규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의원들 하는 거 보고 우리도 저렇게 하면 좋겠구나 싶어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해당 의원들에게 무단 개조를 해준 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기사가 나가면 여야 의원들은 물론 자치단체장, 장관, 기업인들도 많이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이 카니발 차량을 구입해 좌석을 무단으로 개조해 타고다니는 이유는 뭘까. 차량이 휴식 공간이자 취침 공간인 만큼 내부를 더 편하게 바꾸려는 측면도 있지만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버스전용차로엔 6명 이상만 탑승하면 9~11인승 승용차·승합차의 통행이 가능하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의원 비서관은 “승합차든 9인승 승용차든 6명 이상이 타야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지만 실제로 6명 이상이 타는지 의문”이라며 “보통 검은색으로 차량 유리를 선탠하고 실제론 운전기사를 포함해 의원과 수행비서만 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승합차는 세금이 연간 6만5000원 정도에 불과해 애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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