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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2일간 회의 12번 … 96일 만에 빼꼼 열린 개성문

남북 개성공단 실무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7일 오전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무박2일의 마라톤 협상 끝에 개성공단 재가동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양측 대표가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개성공단의 빗장이 곧 풀리게 됐다. 지난 4월 3일 북한이 우리 측 근로자의 공단입경을 일방적으로 제한한 지 96일 만,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북측 근로자 5만3000여 명 전원 철수 담화를 발표하면서 지난 4월 9일 기계소리가 멈춘 지 90일 만이다.

남북 개성공단 회담 … 가동 원칙 합의
북, 회담 내내 공장 재가동에 집착
원부자재·설비 반출 쉽진 않을 듯
청와대 "초보적 합의 이룬 건 진전"



 남북은 7일 끝난 ‘무박2일’의 판문점 당국 실무회담에서 ▶기업인의 현장 설비점검과 정비 ▶완제품·원부자재 및 설비의 반출 허용 ▶방북 인원의 신변 안전 보장 ▶개성공단 재가동 원칙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의 첫 번째 남북 합의다. 일정이나 장소, 의제뿐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의 합의서를 교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나온 남측과의 첫 번째 합의다.



 하지만 이번 4개 항의 합의로 개성공단이 곧바로 정상화된다고 보는 건 좀 이르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번 판문점 회담의 날짜와 장소 등을 둘러싼 기싸움에선 북한을 압도했다는 안이한 판단에서 정작 본회담은 치밀함을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책임소재를 명시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당초의 우리 측 협상 목표가 합의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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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회담은 6일 오전 11시50분부터 7일 오전 4시5분까지 총 16시간 동안 전체회의 두 번, 수석대표 접촉 열 번을 되풀이하면서 숨가쁘게 이어졌다. 정부는 6일 오전 첫 전체회의에서부터 “북측의 일방적 가동 중단은 남북 간 합의는 물론 북한 스스로의 개성공업지구법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특히 남측 수석대표인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기조연설에서 “기업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표명과 재발방지 문제에 대한 분명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재발 방지 약속보다는 ‘조속한’ 개성공단의 원상복구에 무게를 뒀다. 북측 단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은 회담 내내 “가동할 수 있는 공장부터 우선 운영하자”며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우리 측 회담 참석자들의 얘기다. 우리 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공감을 표시한 부분은 없었다”는 서호 수석대표의 전언도 있었다. 결국 두 가지 문제는 합의서에 두루뭉술한 형태로밖에 담지 못했다.



 책임소재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개성공단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다는 ‘발전적 정상화’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이 합의사항으로 도출되지 않고 합의문 전문(前文)에 “발전적 정상화에 인식을 공유한다”는 정도로만 언급됐다.



 정부는 10일 개성에서 열릴 후속 당국 간 회담에서도 두 가지 문제를 집중 협의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지루한 줄다리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문제도 완전히 실마리가 풀린 건 아니라는 평가다. 비록 합의문에 담기긴 했지만 북한이 “원부자재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염두에 두고 불필요하게 반출해선 안 된다”(박철수 북측 단장)는 입장이라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재 40여 개 업체가 이미 생산라인 철수 입장을 밝힌 상태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단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관심을 기울여 온 부분 중 하나지만 북한으로선 설비 반출로 인한 ‘철수 도미노’를 걱정해 ‘관련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더 깐깐한 게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신변 안전에 대한 보장 조치도 미흡했다는 평가다.



 개성공단이 정상화됐을 때 북한에 체류할 우리 인력에 대한 통행 제한이나 사실상의 억류조치에 대한 안전보장을 받아낸 게 아니라 오는 10일 방북할 기업인 등에 대한 안전한 복귀와 신변 안전 보장 문제만을 합의서에 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방북에 따른 신변보장인데도 북한을 주체로 하지 않고 “남과 북은 남측 인원의 신변 안전을 보장한다”는 기형적인 문구가 등장했다.



 청와대는 7일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한 데 대해 “발전적인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자 간의 초보적인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고 일단 논의의 장이 열려 있다고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같이 밝히고 “(개성공단 중단은) 애당초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며 “그럼에도 (중단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를 수습하고 해결하기 위한 협상 차원에서는 비교적 진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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